'2015/12'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12.27 또 한 장을 썼다 지운다.
  2. 2015.12.06 기획이란 뭘까 2
생각2015. 12. 27. 13:28
'술에 많이 취한 여자는 어떠한 짓을 당해도 상관없다, 본인이 자초한 것.'
- 어젯밤 웹사이트에서 본 댓글 한 조각
'나이들수록 여자들은 경쟁력이 좀 떨어지지 않나요?'
- 내가 내년에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하자, 그 날 처음 본 사람이 던진 한 줄

익명이든, 실명이든 관계없이. 인터넷이든, 오프라인이든 관계없이. 본인들이 얼마나 상대방에게 무례한지 고려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권력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또한 그 권력이라는 게 오로지 태어날 때 주어진 성별을 기반으로 구축되었다는 게 또 얼마나 우스운가.

나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말하는데도, 나에게 '페미니스트' 라는 프레임이 씌워질까봐 얼마나 전전긍긍해왔는지 모르겠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비겁한 방관자다. 수많은 폭력 앞에서도 나에게 그 폭력이 향해지지 않았다는 근거를 찾으며 살 길을 모색했다.
무뎌져야 이 사회에서 살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농담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나이/경험과 관계 없이 여성을 바라보는 프레임 앞에서는 대동단결되는 회식 자리에서, 심지어 동등하게 일 하는 미팅 자리에서, 끊임없이 나를 여성이 아닌 또 다른 성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맨 정신으로 견딜 수 없었다.

내가 겪은 사실들을 쓰는 이 글 조차 몇 번이고 썼다 지운다. 나처럼 일 욕심이 있어보이고, 강하게 자기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들이 어떻게 공격당하고 어떻게 스러져갔는지 수없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도, 단체에서 만났던 언니들도, 이제는 더 이상 관련된 이야기조차 입에 올리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알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 뿐인데, '너 페미니스트지? 꼴페미들 진짜.. 까칠한 년들' 하는 비난을 받을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랬다.
몇 줄이고 더 쓰다가, 지운다.
언제쯤 다 토해낼 수 있을까. 그랬다.




Posted by moonsun_
생각2015. 12. 6. 20:35


나는 벌써 몇 년째 이 문구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뭐 나만 그렇겠느냐만은, 죽기 전에 찾을 수는 있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한 때 나는 기획자는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때에는, 하나의 산출물을 내기 위해 프로젝트를 잘 관리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디어를 현실에 구체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고.

효율적으로, 적은 인풋으로 큰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기획자 앞에 무엇이 붙느냐에 따라 필요한 역량이 다르다고도 생각했었다.

서비스 기획자, 사업 기획자, 웹 기획자, 전략 기획자..

오히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뭘 몰라서 더 명확하게 '기획'이란 'xxx한 것' 이라는 설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은 없다. 

조직이 그렇게 움직이지도 않는다. 

특히 기획은 추상적인 개념이다보니 더욱이나 나는 기획에 있어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다, 라고 규명하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전문성을 쌓으려고 하게 되고, 모이면 "아 이럴거면 뭘 할 수 있는지 표현하기 쉬운 것들을 배울 걸 그랬어" 라고 허망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IT 산업분야에서의 기획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모호하게 느껴지는걸까?

내가 앞으로 쌓아가야 할 역량은 뭘까?

내년, 내후년의 일들이 입사 전보다도 더 모호하게 느껴진다.



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