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2010. 6. 17. 15:03

 역시 글은 하나로 끝내는 게 가장 깔끔한 것 같습니다. 원페이지 프로포절..... :] 한장으로 기획한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면 망한 기획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냥 끝내기엔 아직 스스로가 내린 답을 정리하지 못했기에 2탄, 시작합니다.
 지난번에 글을 올리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하고싶은 말은 뭘까, 그리고 또 내가 놓친 부분은 뭘까, 이 장황한 글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 내가 이런 말을 할 주제나 되나. 사회적 기업 관련해서 쪼끔 경험해보고 사람들 좀 만나보고 벤쳐도 잠시 준비해보고 관련된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두어달 했다고 주제넘은 말을 해도 되는건가. 아예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실감한 사회적 기업이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은 부분 차이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읽어주고 관련해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가 있는거구요.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바로 현재 사회적 기업의 성장가능성부분이었습니다. 지금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사회적 기업은 사실 '일자리 창출'이 주된 키워드라는 점은 지난번 글에서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재정적인 부분에서 사회적 기업은 어떤 상태에 있을까 궁금하여 LG 경제 연구원에서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의 지속성장 가능성' 보고서를 읽어보았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07년 사회적 기업의 총 매출액은 06년에 비해 28배 늘었고, 당기 순익은 300배 증가, 총 자산 증가율은 48.5%로 매우 양호한 상태를 보인다고 합니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희망적인 내용의 기사나 칼럼을 쓰는 사람들도 많구요. 좀 더 정확한 자료를 보고싶어 09년도 9월에 노동부에서 제공한 '08년도 사회적 기업 성과분석' 보고서를 찾아보았습니다. 확실히 300페이지가 넘는 웅장한; 자료들이라서 전부 읽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통계치를 접하면서 어느정도 생각이 정리되는 부분이 있더군요.
 08년도 기준으로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는 총 1조 5천 729억원의 예산이 투입됬습니다. 굉장한 액수죠. 이렇게 투자한 만큼 사회적 기업 관련 일자리는 03년도 2천개에서 08년 22만 8천여개로 증가합니다. 09년도 08월 기준으로 하여 252개의 기관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구요.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목적이 지역사회공헌인 사회적 기업은 비율상 줄어들고있고, 일자리 제공형이 43.3%정도의 비율로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기업이 인증받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으니, 목적성에는 가장 잘 맞는 성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자리 창출 분야에서 비율, 숫자만 보자면 긍정적인 중간 결과입니다. 하지만 노동부 사회적 일자리 사업 종사자는 5100여명입니다. 유급으로 근로하는 사람들의 55.5%에 이르는 비율이며, 상당수가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유지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끝날 경우, 사회적 기업의 자체적인 매출액이 증가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고용 비율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기업 자체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사회적 기업의 사업비 중 63.4%는 영업활동을 통한 매출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치이며, 높은 매출은 몇몇 기업에 편중되어 있는 경향이 강합니다. 사회복지법인이나 비영리 민간단체는 매출액이 50%로 낮은 수준입니다. 게다가 영업손실을 분석해보면 영업실적은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정부지원금의 보조가 없다면 사회적 기업의 손실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인건비의 비중도 높은 편이라, 사실상 매출원가 + 인건비만 단순 합산하더라도 무려 105.2%로 매출액 전체를 소요하고도 부족한 수치가 됩니다. 마이너스 이익구조를 계속해서 가지게 되는 셈이죠. 또한 1인당 매출액이 17500000원에서 17100000원으로 크게 하락하였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생산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매출액이 늘어나고, 당기 순이익이 늘고, 부채비율이 100%정도로 재정건전성이 훌륭하다는 판단도 물론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잘 따져보면 그 수치는 단순히 표면적인 수치에 불과합니다. 부채비율이 100%인 이유는 잘 따져보면 사회적 기업이 정부의 지원금이라는 루트를 가지고 있으며 공식적인 경로로는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기도 합니다. 
 
 지금 현재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열심히 시장을 개척하려 노력을 하고 있는 분들에 대해서 '경쟁력이 낮다'고 건방지게 평가를 내리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어쩌면 지금의 정부에서 말하는 사회적 기업은, 정부에 소속된 또 하나의 부처기관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하고싶어질정도로 프레임이 일그러져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고용 없는 성장에 대안책으로 또다른 제 3의 '공공부문'을 창출하면서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런 대책들은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테고 그 때에 저와 같은 20대들은 분명히 우왕좌왕하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요즈음 착한 기업 내지는 사회의 혁신,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언론 그리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사회적 기업'이 진짜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만들어내는 기업' 일까요? 20대들의 대안이라며, 88만원 세대에게 꿈을 품으라고 하며 눈 앞에 제시해주는 '사회적 기업' 이 정말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 기업이 맞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아닙니다. 추구하는 키워드 자체가 다릅니다. 사회적 기업, 이라 말을 했을 때 서로 떠올리고 있는 이미지는 북극에서 열대수를 보길 기대하는 것만큼 떨어져있습니다. 
 
 단순히 착한 일을 하고싶어서, 정의로운 일 하면서도 돈 벌 수 있길 바라면서, 아예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멋진 기업가가 되고싶어서, 사회적 기업에 관해서 조금 관심을 가지다보니 좋은 것 같아서. 확실히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건 좋은 일 같으니까 소셜 벤쳐로 발을 들이는 20대들이 있습니다. 일단 가까운 사례로 저를 들 수 있겠네요. 기업가분들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발표 사례를 보고, 외국에서의 사회적 기업 이야기를 듣고, 점점 더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 잘못된 프레임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앞서 머리아픈 통계 수치를 들먹인 것이 그 이유입니다. 저 통계치 안에는 저와 같이 어리버리한 20대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전문 인력은 커녕 관련 분야에 관한 깊은 지식도 없이 일단 좋은 아이템을 들고 다소 진입장벽이 낮은 소셜벤쳐를 시작해 보겠다고 애쓰다가 떨궈지고 갈 곳 몰라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정부에서 지원해준다니까, 사회에 좋은 일을 한다니까, 네트워크에 몇 번 나가보니 다들 좋은 사람 같고 어느정도 시험삼아 하기에 재미있을 것 같으니 하는 사람들도 있을겁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몇년 안에 냉정하게 가려낼 수 있겠죠. 1년 이상 버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일그러져 있는 프레임을 자꾸만 들먹여서 이런 사람들을 늘릴 필요는 없단겁니다. 저런 리스크를 분명히 알고 시작하는 사람은 진정한 벤쳐정신을 가진 기업가겠지요. 그러나 리스크는 뒷전으로 둔 채 표면적이고 달고 맛난 부분만 지속해서 제공하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느 기업이나 '사람'이 가장 큰 자산입니다. 현 시점에 사회적 기업은 '사람'이 더할나위 없이 소중합니다. 그렇다면 그 소중한 사람을 데리고 올 때, 이 분야에서 함께하고자 할 때 확실하게 프레임을 재정비 시켜주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있고, 무엇을 하려고 하며, 상태가 대체 어떻고, 확률은 어느 정도인지 분명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호기심, 열정, 의지, 모두 다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체성' 입니다. 내가 이 곳에 왜 오게되었고, 이 곳이 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 방향이 맞는지, 이미 빠져있는 사람은 상황을 명확하게 판단하기가 힘이 듭니다. 누구나 다 자기가 보고싶은 정보만 받아들여서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주고, R&D 비용도 지급해주고, 여기저기서 사람을 구하는 등 각종 쏟아지는 정보들로 스스로의 프레임이 가려지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을 해보았으면 하는 겁니다. 무작정 홀려서 달려드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받는 형태가 될 수도 있는 사회적 기업 역시 마찬가지구요. 

 20대에게는 사회적 기업이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정부가 지금 꾸며놓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의 생태계에서 20대의 설자리는 없습니다. 20대는 사회적 기업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도 아니며, 몇 년간 신뢰로 구축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취약계층으로 분류되지도 않았으므로 보조를 받기도 어렵습니다. 지속가능성 부문에서는 더욱 성공확률을 따지기 어렵습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이 글은 열정으로 가득차있으며 아이디어를 현실화로 구축하고, 그럴 능력을 지닌 기업가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입니다. 저와 같이 아주 평범하고,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잘 모르고 있으며, 사실 어느 분야에 관심이 많고 잘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모르는 20대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마치 사회적 기업이 모든 일자리에 대한 대안인 것처럼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제 생각이며, 이 글을 쓰게 된 시발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글을 끌어내기까지 참 힘들었네요. 그냥 본질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사회적 기업이 대체 뭔지, 보노보 혁명을 읽고 우리나라의 기사들을 보고 사회적 기업가 분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해보고 .. 하면서 막연하게 느껴지는 위화감의 정체는 무엇인지. 불편함은 무엇인지 따져보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자료들을 보면서 가장 쇼킹했던 점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회적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목적이 상당히 크고, 그것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사실 전 '착한 소비를 이끌어내는 착한 기업, 기업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이끌리는 기업' 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이미지가 상당히 달랐다는 면이 놀라웠습니다. 실체가 없이, 그냥 이미지만 둥둥 떠다녔을 뿐이죠. 
 정부에서 법률을 제정할 정도로 이렇게 강력하게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도 영국, 프랑스정도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 부분도 참 불안한 부분입니다. 지금 사회적 기업의 일자리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이건 사실 '정부가 고용한'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50%가 넘는 수가 정부의 지원금으로 고용이 유지되고 있으니까요.
 그저 꿈과 희망, 잘 될 것이라는 열정, 사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깊지않은 상태에서 소셜 벤쳐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습니다. 무슨무슨 아카데미, 어떤어떤 세미나, 워크샵등을 들으면서 국내 사회적 기업의 이상을 담은 발표를 보며 푸른 꿈을 꾸게 되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지요. 그러기 전에 깊게, 깊게 .. 생각을 가다듬고, 냉정하고 확실하게 상황을 파악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서 글을 씁니다. 저도, 이휴,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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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