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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01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감동받은 모든 것2011. 8. 1. 22:35
열정은어떻게노동이되는가한국사회를움직이는새로운명령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한윤형 (웅진지식하우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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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어쩌면 내게 있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책 제목이 내가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던 질문이었고, 그리고 요즘 들어 더더욱 의구심을 품게 되었던 한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21세기 시대에 열정만큼 긍정적인 단어가 없는데, 그게 노동만큼 부정적인 단어와 합쳐지다니.

책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계,사람의 숙련도,조직 관리 등 사람의 '외부'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다찾다못해 이제는 사람의 '내부'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고. 그 도구가 바로 '열정'과 '꿈'이라는 것이다. 이 엄청나게 쉽고 편리한 도구인지? 눈에도 보이지않기에 닳을 염려도 없고 모두가 각자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천 명 중에 한 가지, 아무리 희소하다해도 상관없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 사람들이 가치있게 느끼니까.
네가 지치고 아무리 달려도 상황이 나아지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사회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네가 좀 더 노력하지 않았고 열정을 지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해석할 수 있다. 시스템을 고칠 이유도,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기계를 버릴 일도 없다. 그저 네가 좀 더 열정을 지니고 도전하면 언젠가는 네 꿈이 이뤄질 것이다.
뭐, 안되면 말고. 네가 일만 시간 중에 10분을 빼먹고 도전했나보지.

책을 읽으며 내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너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잖아' 라는 말 한 마디로 그 사람의 고생도, 저렴한 수입도, 처절한 복지환경도 모두 스킵해버린다. 돈을 안 주고, 복지가 취약해도 알아서 자발적으로 일을 하는 노동자는 그 어떤 자본가도 꿈꾸어보았을 세상일까? 

나는 스스로가 확고한 의지를 지니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며, 도전하는 이들의 정신을 매우 존중한다.
그런 이들이 지금까지 '또라이'란 말을 들으면서도 세상을 바꾸어나갔기에 이 세상이 그래도 이나마 지탱하고 있으며, 부분이나마 살기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반감을 가지는 것은 그런 이들이 아니라, 나처럼 알 수 없는 열정의 급류에 휩쓸려서 떠내려가다보니
이제는 내가 정말 '열정'을 지닌 것인지 아니면 다분히 세뇌되어 버린 지 알 수 없는 어딘가에 버려져 있는 영혼들을 이용하고 휘두르는 존재들이다. 

꿈을 이용하고, 열정을 이용하고. 어느 새 꿈은 수치환산이 가능한 목표치 내지는 직업의 대명사로 쓰이며 열정은 끝없는 노동시간, 즉 스스로의 살을 깎아먹는 시간과 동일한 뉘앙스로 쓰인다. 열정 또한 '증명'해야 하는 스펙이 되었으며 도전,리더쉽,친화력 등등도 스펙으로 증명해야 하는 하나의 수치가 되었다.
더 이상 돈을 바라는 이에게 충분한 돈을 줄 수 없고, 충분한 행복을 줄 수 없자 준답시고 주는 게 마쉬멜로우 정도다. 

이 책에서도 역시 답이 없다고 이야기하듯이, 사실 다른 어디로 갈 곳이란 없다. 다만, 스스로의 열정이 무엇이었는지 자문해보고 나의 삶이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나의 선택으로 인해 이뤄졌는지 찬찬히 점검해볼 수 밖에 없다. 나에게서 출발한 가치로 남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내고 다시금 더 큰 가치로 진화시켜 나가는 것 .. 이렇게 어려운 일이 없는 데 요즘은 마치 유행처럼 이 곳 저 곳 창업 열풍이다. 
과연, 나의 열정은 진정 열정이었는가. 아니면 누군가를 위한 노동이었는가. 
 
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