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0. 6. 9. 17:12



 분명히 아주 간단한 키워드에서 시작했는데, 자료를 모으고 읽다보니 워드로 5페이지에 육박하는 텍스트를 입력했더랍니다. 세상에. 중간중간 이상한 길로 들어섰다가 다시 빠져나오기도 하고. 이거 시리즈 물로 써야하는 거 아니야? 하고 혼자서 중얼거려보기도 하고이 포스팅의 제목도 몇 번이나 바뀌었지요. 사회적 기업의 버블현상, 사회적 기업의 %&$&$*… 을 거쳐 결국 약간 독해보이는 제목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20대의 솔루션이 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의 프레임을 가진 사회적 기업이라면요.


  가끔 친구들 혹은 주위 사람들과 사회적 기업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들이 사회적 기업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무언가 지금과는 다른 것 같기도 하고, S모 그룹이나 L모그룹처럼 못되고 독하게 돈을 버는 것 같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사회를 왠지 긍정적으로 바꾸어줄 것 같다는 느낌들만이 둥둥 떠다닙니다. 게다가 언론에서 연일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도 그렇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좋은 일을 하는 곳이고, 도전정신을 가지고 시작해야하며, 88만원 세대의 대안이라고까지 합니다. 사회에 혁신을 불러 일으키는 기업이며 많은 20대들이 사회적 기업에 도전하고 있다는 인터뷰 기사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써본다면, 그 기사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08년도에도 09년도에도 올해에도 동일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깨달을 수 있죠.

 2010년이 되면서 사회적 기업 은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생겨나는 지원금과 벤쳐 경연 대회, 창업 과 맞물려서 돌아가고 있죠. 그러면서 저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업의 이미지와 실제로 관련 분야 일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며 조금씩 피어오르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그럼 이쯤에서 소셜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아주 기초적이게 느껴질 질문을 해봅니다. 현재 정부에서 사회적 기업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시발점은 사회적 기업 육성법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07 7월 시행된 그 법에 내용엔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표현됩니다. , 여기에서의 키워드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인 것이지요. 당연히 정부쪽에서는 두 눈이 번쩍 트일 일입니다. 여기도 실업률 저기도 실업률 올라가는 소리밖에 안들리는 상황인데 일자리 창출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사회적 목적이라는 그럴싸한 단어도 들어가있고, 시장경제에서 그렇게 사모해 마지않는 기업이기까지 합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지요.

 07년도에 육성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정부의 프레임 짜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사회적 기업 = 일자리 무지 많이 창출, 사회적 기업은 사회 혁신 활동 중 하나라니까 도전, 열정 이런 키워드를 넣기 딱 좋아보임. 좋아. 이제부터 사회적 기업은 일자리 창출 주사업이다! 여기에 돈을 팡팡 지원하고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생겨날테니 숫자놀음하기에도 딱 좋겠군. Let’s go!..... 물론 우려하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시민 단체에서 사회적 기업을 정부측에서 지원해주길 바랬던 이유는 빈곤이나 실업 등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까 고민중에 사회적 기업 모델이 수면위로 올라왔던 것이고, 이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을 바라게 되었던 것인데 예상과는 다르게 굉장히 좁은 키워드에 정부의 목적을 집중시켜버렸던 것이죠 (참고기사 _ 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 시리즈, 사회적 기업 발전 방향)

 

 물론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역시 사회적 기업의 중요한 기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의 프레임 때문에 일선에서는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지요. 제가 가지고 있는 위화감과 비슷한 혼란입니다. 인터넷을 찾아 헤매다가 제 마음을 정말 잘 헤아려주는 문구를 하나 발견하게 됬습니다외부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순수 복지사업과 기업가적인 혁신이 가능한 경우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혼선이 일선의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업가적인 혁신이 가능한 경우와, 외부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경우 둘 다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사회적 기업자체를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사업기반으로 만들어버렸고 덕분에 인증받은 사회적 기업들은 그 지원 기준에 스스로를 끼워맞추거나 성과분석 조차도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서 결과를 내게 되었습니다. 더 혼란스러운 일은, 이제 이 프레임에 20대마져도 끌어들이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 = 도전적이고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으며 내적 실리를 추구하는 20대들의 좋은 시험장. 이라는 프레임을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죠.

 

 청년 실업율이 너무 높다. 딱히 해결할만한 방책이 없다. 수요와 공급의 마인드 자체가 다르다. 라는 수많은 전투 끝에 가져온 것이 청년 사회적 기업가이미지입니다. 저는 절대 현재 청년 사회적 기업가로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에 대해서 비방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허황된 이미지를 조장하는 프레임이 잘못되었다는 점입니다. 지금 정부에서, 혹은 언론에서 여기저기에서 보여주는 사회적 기업가는 흡사 사회혁신기업가와 비슷한 분위기를 띕니다. 분명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목적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Heri의 리서치(08년도 7_국내 사회적 기업가가 말하는 사회적 기업이란…’)를 참조해보면, 사회적 기업의 목적을 사회적 기업가에게 물어봤을 때에, ‘일자리 제공 및 취약계층 자활복지 제공과 관련된 대답이 전체의 68.9%에 육박했습니다. 또한 국가를 대신해 공공 영역에서 사회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대답도 13.5%정도였습니다. 국내 사회적 기업가들이 생각하는 사회적기업의 모습은 ‘기업’보다는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이라는 개념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어느정도 깨어(!?)있다 싶은 사람들이 아니라, 저 같이 무지하고 약간 애매모호한 성향을 띈 20대들이 상상하는 "사회적 기업" 이미지와는 매우 다르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상상 그 이상인겁니다. 


 헥헥…. 기네요. 결국 저는 그냥 억울한 마음을 토로하고 싶었습니다. 프레임에 속아왔던 저를, 그대로 휩쓸려가면서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있는지 어떤 현장에 서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저를 구박하는 마음도 10% 섞여있었네요. 하지만 아직 정리하고 싶던 내용은 반정도밖에 정리를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포스팅은 2편으로 이어집니다. 독자도 없는 포스팅이 1,2편이라니소수이나마 읽어주시는 분들 언제나 감사합니다.

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