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2016. 2. 28. 12:11



올바른 선택이란 뭘까?

누가 봐도 '아, 저게 맞는 길이네' 할만한 선택인걸까.

사실 그런 선택지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나와 어떠한 관계이냐에 따라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고. 심지어는 내가 실패했을 때 그 리스크를 함께 져야할 정도의 관계라면 더더욱이나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혹은 내가 어떠한 선택을 하던지 내가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더욱, '올바른 선택'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친한 동생과 이야기하던 때 가장 공감했던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살아왔는데, 왜 앞길이 안개처럼 뿌옇게 보일까.." 라는 이야기였다.

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 그 중에 최선의 선택만을 해서 살아왔는데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착하게 돈 벌어보겠다며,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며 온갖 사회적 기업 인터뷰에 심지어 창업까지 했었고, 

페스티벌, 콘서트를 만드는 회사에서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어서 마이크임팩트라는 스타트업에서도 일해봤고,

IT 산업에서 플랫폼을 운영해보고 싶다 해서 어렵게 어렵게 SK플래닛에 입사해서 사업기획으로 일하다가,

심지어는 사내 벤처를 통해서 내 사업 해보고 싶다며 플래닛 X에 도전, 1년 반 넘게 회사 돈으로 사업도 해보고, 

한 달 사용자만 100만명이 넘는 서비스의 마케팅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지금까지 내가 한 선택 중에, 선택하는 시점에 내가 후회했던 선택이 있었나?

없었는데..


그런데 지금이 가장 막막하다.

누군가 얘기하는 것처럼 아직 젊고, 심지어 잘 풀렸고, 이대로 텔레콤으로 이동하게 되니 더 큰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테고, 어느 쪽으로든 그게 나한테 제일 좋은 상황일 지도 모르는데도 나는 안개 속에 있다.


어쩌면 내게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아닌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 것인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게 아닐까?

다행히도 아직 그다지 길게 살아오지 않아서, 나에게는 잃을 것이 적다.

또 나는 앞으로 그다지 쌓아올리며 혹은 축적하며 살아갈 생각이 없어서, 몸이 가볍다.

하지만 자꾸만 밑 빠진 독처럼 나의 의지나 에너지, 마음이 흘러나가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나의 모든 글에 결론이 없듯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선택지 같은 건 없다. 

단지 그것만을 안다. 

Posted by moonsun_
생각2016. 1. 3. 18:55


내 마음 한 켠을 꿰차고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 한 문장이 있다.

"존재는 기능주의적 근거로 자신을 증명해야 할 의무가 없다"


나는 누구보다도 더 기능주의적 근거로 스스로를 증명하고자 하는, 사실 넘나 노예의 삶에 익숙한 사람인 것이다.

내가 뼈져리게 알고 있고, 그리고 그런 삶의 형태가 나의 행복을 갉아먹는다는 사실도 이제야 느낀다.

나는 '어떤 어떤 일'을 '다른사람보다 잘'하기 때문에 뛰어나고, 경쟁에서 승리할 자격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려면 끊임없이 고통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증명하고, 경쟁자가 나타나면 이겨야 하고, 그렇게 해서 계속 증명하다보면 도달하게 되는 끝은 어디일까?


예전에 그런 일기를 썼던 기억이 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없으니 남들 들러리나 하고 사는 것이라는 생각.

꿈이 없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희망이 없고, 그러니 내가 어찌 '저는 이게 하고싶어요' 하고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보다 더 큰 꿈을 꾸는 것 같은, 혹은 나보다 더 가치있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꾸는 꿈을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도맡아왔다.


하지만 이제 지친다.

함께 꾸는 것이 아니고, 나는 살짝 한 발 빼겠지만 당신의 꿈이 이뤄지도록 도와주겠다.. 라는 나의 이 애매한 태도에 지쳤다.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건 알지만 나는 결국 흠뻑 젖어야한다. 

누군가가 나한테 기대하는 몫을 해내는 게 아니고, 내가 하고싶은 것을 주체적으로 해내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좀 더 생기가 도는 2016년을 만들고 싶다. 그런데 이 놈의 영어공부는 언제까지 나의 신년계획 리스트에 있....을...것..인가.... 

Posted by moonsun_
생각2015. 12. 27. 13:28
'술에 많이 취한 여자는 어떠한 짓을 당해도 상관없다, 본인이 자초한 것.'
- 어젯밤 웹사이트에서 본 댓글 한 조각
'나이들수록 여자들은 경쟁력이 좀 떨어지지 않나요?'
- 내가 내년에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하자, 그 날 처음 본 사람이 던진 한 줄

익명이든, 실명이든 관계없이. 인터넷이든, 오프라인이든 관계없이. 본인들이 얼마나 상대방에게 무례한지 고려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권력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또한 그 권력이라는 게 오로지 태어날 때 주어진 성별을 기반으로 구축되었다는 게 또 얼마나 우스운가.

나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말하는데도, 나에게 '페미니스트' 라는 프레임이 씌워질까봐 얼마나 전전긍긍해왔는지 모르겠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비겁한 방관자다. 수많은 폭력 앞에서도 나에게 그 폭력이 향해지지 않았다는 근거를 찾으며 살 길을 모색했다.
무뎌져야 이 사회에서 살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농담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나이/경험과 관계 없이 여성을 바라보는 프레임 앞에서는 대동단결되는 회식 자리에서, 심지어 동등하게 일 하는 미팅 자리에서, 끊임없이 나를 여성이 아닌 또 다른 성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맨 정신으로 견딜 수 없었다.

내가 겪은 사실들을 쓰는 이 글 조차 몇 번이고 썼다 지운다. 나처럼 일 욕심이 있어보이고, 강하게 자기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들이 어떻게 공격당하고 어떻게 스러져갔는지 수없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도, 단체에서 만났던 언니들도, 이제는 더 이상 관련된 이야기조차 입에 올리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알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 뿐인데, '너 페미니스트지? 꼴페미들 진짜.. 까칠한 년들' 하는 비난을 받을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랬다.
몇 줄이고 더 쓰다가, 지운다.
언제쯤 다 토해낼 수 있을까. 그랬다.




Posted by moonsun_
생각2015. 12. 6. 20:35


나는 벌써 몇 년째 이 문구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뭐 나만 그렇겠느냐만은, 죽기 전에 찾을 수는 있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한 때 나는 기획자는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때에는, 하나의 산출물을 내기 위해 프로젝트를 잘 관리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디어를 현실에 구체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고.

효율적으로, 적은 인풋으로 큰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기획자 앞에 무엇이 붙느냐에 따라 필요한 역량이 다르다고도 생각했었다.

서비스 기획자, 사업 기획자, 웹 기획자, 전략 기획자..

오히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뭘 몰라서 더 명확하게 '기획'이란 'xxx한 것' 이라는 설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은 없다. 

조직이 그렇게 움직이지도 않는다. 

특히 기획은 추상적인 개념이다보니 더욱이나 나는 기획에 있어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다, 라고 규명하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전문성을 쌓으려고 하게 되고, 모이면 "아 이럴거면 뭘 할 수 있는지 표현하기 쉬운 것들을 배울 걸 그랬어" 라고 허망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IT 산업분야에서의 기획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모호하게 느껴지는걸까?

내가 앞으로 쌓아가야 할 역량은 뭘까?

내년, 내후년의 일들이 입사 전보다도 더 모호하게 느껴진다.



Posted by moonsun_
생각2015. 8. 9. 14:20

핵심은 이렇다. “사용자 대부분이 풀다운 메뉴를 좋아할까?” 같은 질문은 비생산적이다. 

“이 풀다운 메뉴, 이 항목, 이 페이지, 이 맥락에서 이 단어를 선택하면 이 사이트를 사용하는 사용자 대부분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가 좋은 질문이다.
이런 질문에 답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다. 평가해보는 것이다. 팀의 기술, 경험, 창의성, 상식을 집합적으로 활용해서 평가용 버전을 완성해야 한다. 설사 매우 조잡한 버전이 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평가용 버전을 가지고 이게 어떤 사이트인지, 사용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내는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토론하다 보면 시간이 낭비되고 팀 에너지는 소모된다. 사용성 평가를 하면 무엇이 옳은지/그른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싫어하는지 영역에서 진행되던 토론이, 어떤 것이 효과가 있고/없는지의 영역으로 옮겨간다.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마! 책 중에서 발췌.

책 내용에 대부분 공감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 마음을 그대로 쏙 빼다박은 문단이다. 

사실 정말 비생산적인 논의 중 하나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할지에 대한 논의인 것 같다.

대부분 본인 아니면 본인 주위의 생각을 기반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답이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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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onsun_
생각2014. 12. 16. 09:48


예전에 동아리에서 체육대회를 열었을 때, 그 체육대회가 열린 초등학교의 교훈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절대 부러지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암석(그건 정말 암석 수준이었다.....)에 써있던 교훈은, 

'쓸모있는 인간이 되자' 였다.

다시 말하지만, 그 곳은 직업훈련소도 아니고 의식갱생소도 아닌 그저 평범한 초등학교였다.


물론 그 '쓸모'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있을 수 있다. 침대에 누워서 불 꺼달라는 누나의 말에 투덜거리면서 방 불을 끄는 동생으로서의 '쓸모' 일 수도 있고, "나 사랑해?"하고 천번쯤 물어보고 있는 여자친구를 향해 떨리는 입꼬리를 잠재우며 '사랑해'라고 말하는 연인으로서의 '쓸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알고 있다. 저기에서 말하는 단어는 그런 쓸모가 아니라는 것을. 


일을 하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효율적으로 / 효과적으로 / 인풋 대비 아웃풋을 따지며 어떻게든 이 사회에 쓸모있는 인간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주위의 것들을 쓸모의 잣대로 바라보곤 한다.


버스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쓸모 있다.

기술을 좀 더 발전시켜서 일하는 시간을 단축 시키는 작업은 쓸모 있다. 

낙엽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미술전은 쓸모 있나? 버려진 폐건물에 페인트를 칠해서 도시의 풍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쓸모 있는 행동인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듣는 것은? 

좀 더 명확하게 이야기해보자면, 정부가 어디에 돈을 쓰는 것이 옳다고 느껴지는 지?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삶에 있어 어떠한 가치를 가져다주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것은 마치 삶의 최대 목표가 행복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무언가를 끊임없이 되풀이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게 만든다.

나는 내가 쓸모 있는 인간이라고 멸시 당할 지언정 이 세상 자체는 쓸모 없는 것들을 가치롭게 여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 공정의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군가의 삶이나 가치 자체가 폄하되는 것이 싫다.


Posted by moonsun_
감동받은 모든 것2014. 10. 12. 17:16

빅뱅 파괴자들의 혁신 전략 - 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


그냥 최근 IT 서비스들의 성공사례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를 정리해놓은 책이겠거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된통 얻어맞은 느낌의 책이었다.

생각보다도 훨씬 더 기술적인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고, 뭐 그렇다고 꼭 개발자여야지만 읽을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나같이 클라우드의 주요 역할이 사진 동시 업로드라던지 자료 백업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을 인간에게는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일 뿐.. 

맛있어보이는 데 가시가 엄청 많은 느낌. 전어구이라던지 전어회라던지......


그래도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결국 심플하다. 

이제는 더 이상 예전의 학문이 통하지 않고,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성공하는 과정에서 기존 시장이 파괴되고, 그리고 순식간에 그 서비스 모델도 파괴된다는 '빅뱅 이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다루고 있는 사례들이 너무 수가 적고(우버까지도 성공 사례로 등장하고 있고), 기술의 발전과 함께 풀어나가다보니 실제 소비자들이 왜 그 서비스를 선택한 것인지에 대한 심리, 사회학적인 측면은 많이 다루지 못했다. 


어떻게 그들이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지는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도 잘 모르겠으나...

기존에 그저 제품만 잘 만들면 된다던지, 마케팅을 좀 더 타겟팅해서 혹은 독특하게 해본다던지, 아니면 물량이나 단가로 밀어붙인다던지의 여러가지 '방향성'들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에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것이 과도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리고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사실은 이제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하는 책은 내게는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흘러가는 속도를 실감하려거든 위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그 안에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

눈은 하늘에 두되, 몸은 땅에 둬야 하는 건데 이게 뭐 말처럼 쉬운 게 아니잖어. 노력해보겠읍니다만은.. 

어찌되었건 시장을 장악하는 이건 그 안에서 부숴져버리던 사람이건 시장에 들어가긴 했다는 거니까.

Posted by moonsun_
카테고리 없음2014. 8. 12. 19:50

히든 챔피언 : 메이크샵에서 몰테일까지.


'IT업계 종사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바로 그 책!' 이라는 문구에 홀린 건 아니었고,

평소 관심있게 읽던 블로그 ㅍㅍㅅㅅ를 운영하시는 분이 썼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풀네임이 기억나지 않는; 코센이라는 기업이 지금까지 어떻게 사업을 해왔는지 히스토리를 기록해놓은 책인데. 사업을 하다보면 겪게 되는 각종 위기들이 굉장히 솔직하고 생생하다.

왜, 보통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누구든지 '아.... X된거 같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 순간을 숨김없이 표현해서. 몰입력이 좋다.


다만 읽으면서, 스타트업의 숙명일지, IT기업의 숙명일지.

안주하는 순간 바로 경쟁자에게 쫓기거나. 고객들의 마음이 돌아설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발전에 박차를 가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참 슬프기도 하고.. 

계속해서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즐거워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스럽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Posted by moonsun_
감동받은 모든 것2014. 7. 15. 20:12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인간은 왜, 충분함을 모르고 더 가지기 위해서 같은 종족인 인간을 죽이고.

약탈하고.

고통스럽게 만들까?


생물학적으로 그렇게 설계되었을지도, 역사 속에서 살아오다보니 그렇게 변했을지도.


어쩌면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일 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절묘하게 선과 악의 균형을 맞추면서, 어떤 인물 하나가 '특별히' 못되처먹은 악인처럼 묘사하지 않는다.

결국 마지막이 되서야 명확하게 알려주는 작가의 속내처럼..

나 역시 우리들 사회에 섞여서 살아가는 진화된 존재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극단적인 사례일지언정 인류 자체가 멸망하고 새로운 세대가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른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주위를 둘러보며 비교의 잣대를 들고 평생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세상이 아닐까.


우리는 잘못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잘하고 있지도 않다.

그저 이 시대의 룰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멈춰서있을 뿐이다.

그 사실이 우리를 두려움과 불안함의 세계로 몰아넣는다. 

Posted by moonsun_
생각2014. 6. 30. 14:18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었던 질문들이 있다.

'원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지나요?'

'꿈을 이루기 위한 일들을 하면 즐겁나요?'

'꿈이 뭔가요?'


솔직하게 말하건데 나는 사실 별다른 꿈을 가지고 살아와본 적이 없다.

하고 싶었던 일들도 뚜렷하게 없었으며,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해보겠다'라고 진심으로 믿어본 적도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 자신이 꿈을 이루기 위한 삶을 살아오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저런 질문들을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곤 했다.

자기도 잘 몰라서 물어보는 주제에, 답변을 마음에 안 들어하기도 하고.

그런데 늘 마음 한 구석이 석연찮았던 이유를 '장미와 찔레 2'라는 책에서 드디어 찾을 수 있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아... 말은 다 말이 되는구나....'

이번 <장미와 찔레2> 출간을 앞두고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는 성공한걸까? 실패한걸까?'

'지난 과정은 행복했을까? 힘들었을까?'


저는 이런 물음들에 대해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대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겪은 많은 좋은 일들과 영광스러웠던 순간들만 쭉 나열한다면, 여러분은 아마 저는 젊은 나이에 꽤 많은 걸 이룬 대단한 젊은이로 보실지도 모릅니다.

반면 제가 힘들었던 순간들과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들만 소개한다면, 괜히 엉뚱한 거 한다고 나섰다가 계속 헤매고 있는 안타까운 청춘으로 생각하실 겁니다.


지금까지의 제 도전은 성공이었을까요? 실패였을까요?

개인적으로 무척 성공적이었고 계속 더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과정이 어땠냐 물으신다면, 탄탄대로, 순풍에 돛 단 듯 물 흐르듯 흘러왔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웠지만, 생각보다 길고 생각보다 험난했습니다. 지금도 계속 그런 과정중에 있고요.


선택으로 모든 게 끝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선택 후에 겪게 되는 일들을 담담히 받아내고,

생각보다 길고 생각보다 험난한 과정들을 묵묵히 견뎌내야, 바라던 지점에 조금씩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겠지요.


담담히 받아내고 묵묵히 견디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하실 거라 믿습니다. 담담히 그리고 묵묵히. 


- <장미와 찔레2> 중 



나는 선택과 결정, 그리고 그 때의 상태가 하나로 합쳐져있다고 생각해왔었다.

내가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그 선택의 '결과'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에 따라 나의 인생은 성공했다거나 실패했다거나.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즐거운지, 아니면 힘든지, 뿌듯한지를 물어봤을 때에

지금이 굉장히 힘들고 어렵긴 한데. 내 선택에 대한 결과이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인지

내가 성공적으로 살아오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것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실 정말로 그랬다.

말은 다 말이 된다.

내가 과연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어느 지점에 있는 지 사실은 아무도 알 수 없고 판단할 수 조차 없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도 잊고 살고 있을 뿐.

내가 바라는 지점을 향해 묵묵히 살아가면서

그 과정의 시간들을 온전히 즐기는 것뿐인데. 거기에 어떠한 꼬리표를 감히 누가 붙일 수 있을 지. 


'꿈'이라는 것도 그렇다.

나는 내 꿈이 무엇인지, 내가 무슨 일을 잘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워하는 지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나중에라도 내가 알게 된다면 그 때라도 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가 가지고 있는 옵션들을 최대한 많이 계발해두고 싶다.


결국 성향의 문제다.

성공이라던지, 꿈이라던지, 적성이라던지. 뭐 그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가 어떠한 인간인지를 알지 못하면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하고 멋진 인생을 살고 있어도 빈껍데기처럼 부유하게 되어 버린다.

나는 적어도 지금까지 많은 순간 쉽지 않았다. 묵묵히 감내하려고 했지만 힘들었고, 그럼에도 누군가는 원하는 일을 하니까 행복할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고작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당장 회사가 사정이 안 좋아졌다고 해서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 자신도 홀려있는 듯한 비전으로 남들을 이끌어가다가 혼자만 탈출한 사람들도 봐오면서 나는 어쩌면 두려움이 생겼을 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다. 힘들다. 즐겁다. 나는 행복하다. 누군가는 성공했다. 라고 표현하는 것들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


근데 반대로 또 이만큼은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게,

아주 조그마한 성과들이지만 깨알같이 쌓아올린 성과들은 분명히 내 삶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일정 부분 나는 행복하기도 하다.  


선택 자체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선택 후에 겪게 되는 일들로 인해 바뀌게 되는 것.

내가 경험하고, 선택하고, 또 다시 경험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 경험이라는 것이 굳이 물리적인 변화 뿐 아니라 정신적인 변화를 다 포함해서..


나는 이제 또 어떠한 경험을 겪게 될까.

그리고 그 순간들 마다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

삶의 중심을 남에서 나로 옮겨오는 연습을 부지런히 해야하는데, 가끔 이렇게 책이라도 읽지 않으면 또 까먹어버린다. 




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