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2010. 4. 18. 20:58
 한국의 보노보들이라는 책을 며칠이 걸려 다 읽게 되었습니다. 이해하기 쉽고, 구체적인 통계치나 자본 구조에 관한 수치가 실려있어 좋은 책이라 생각했는데 대학생들이 직접 취재를 거쳐 완성한 책이더군요. 표지 디자인도 베이지색이랑 녹색이 잘 어울리고, 여러모로 즐겁게 읽었던 책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현 사회적 기업의 해결책을 너무 브랜딩에만 치중해서 이야기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브랜딩에 관해서는 잘 모릅니다. 명색이 경영학도지만.. 절에 다닌다고 다 스님이 아니듯이(!?) 브랜딩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지식과 여러가지 사례를 다른 전공자들보다 조금 더 많이 알고있을 뿐 모순적이게도 브랜딩이라는 것에 대해 더욱 모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브랜딩이란 대체 무엇일까? 이 질문으로 시작한 브랜드 관리라는 전공과목에서 C+을 받는 기염을 토한 것만 봐도 .. 제가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다만 한국의 보노보들이라는 책에서 거듭해서 '브랜드 강화,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면..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표현을 보면서 과연 사회적 기업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브랜딩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물론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면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사회적 기업이 브랜딩을 우선 과제로 가져가는 것이 과연 기업 경영 측면에서 옳은 것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궁금하면 그 궁금증을 풀어야하는 것이 인지상정! 고로 '사회적 기업과 브랜딩' 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에 돌입해봅니다.  
 우선 검색결과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내용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브랜드 파워를 높여준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의 CSR 활동은 소비자들의 마음에서 '우리는 착한 기업입니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며 브랜딩 작업에 돌입하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사회적 기업은 착한 기업, 윤리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 어느정도 긍정적인 브랜드 자산을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브랜드 자산이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게 될 지가 브랜딩에 달린 것이지요. 
 그 다음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검색 결과는 사회적 기업의 브랜드 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입니다. 저는 좀 소식이 늦었지만 노동부에서는 사회적 기업에 브랜드 개발, 시장 개척 비용을 지원한다고도 합니다. 인건비로는 쓸 수 없고 브랜드(로고) 개발 비용이나 홍보 비용을 노동부에서 지원해주는 형태입니다. 현재 사회적 기업의 수익구조를 보았을 때 보조금 의존 비율이 너무 높다는 것은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문제점이지요. 브랜드 개발과 마케팅에 충분한 예산을 책정하게 되면 사회적 기업이 자립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뒷받침 된 예산정책입니다.
 그 외에도 검색결과가 꽤 있었지만, 사회적 기업의 브랜드 가치 및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확실한 자료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Daum에서만 검색한 제가 게으른 탓도 있겠지만.. 사실 대기업에서도 이제야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참에 사회적 기업의 브랜드에 관해서 분석 자료를 만들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있었나봅니다. 
 
 비록 C+을 받았지만 꼬박꼬박 들었던 브랜드 관리 수업에서 교수님이 가장 강조하셨던 포인트는 '차별화'였습니다.시장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상품이 있고 가격도 성능도 비슷한데다가 같은 가판대에 놓여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간택받기 위해서는 차별화를 시켜야한다는 것이었죠. 나는 남들과는 달라, 난 엣지녀니까! 하고 차별점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브랜드 관리입니다. 
 사회적 기업은 브랜드 인지도 자체가 낮고,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브랜드 이미지가 다 비슷비슷하다는 면에서 치명적입니다. 게다가 역사가 짧습니다. 벤쳐라고도 포지셔닝 하기가 어렵고, 중견 기업이라고 포지셔닝 하기도 힘들고, 대부분 단체 또는 조합에서 형태를 바꾼 사례가 많다보니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조차 모호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 사회적 기업이 개별로 브랜드 작업을 해도 상황은 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서울형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나, 소셜 벤쳐 대회들이 주최되는 걸 보면서 이미 '사회적 기업'이라는 표현 자체가 브랜딩이 아닌 꼬리표가 되버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차별화는 되었지만 분야도 다르고 상품도 다르고 형태도 다른 .. "사회적 기업" 그룹이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것 아닐까요?
 
 개인적으로는 개별 브랜딩을 최우선 과제로 가져가기보다는 .. 차라리 사회적 기업이라는 표현을 바꾸거나, 여러 가지 단어로 파생시켜서 우리 사회에 스며들도록 하는 그룹 브랜딩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착한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너무 매여있으면 정작 소비자들의 마음에 스며드는 이미지 개발에 어려움을 겪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적다보니 포스팅이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역시 초보 블로거란 이렇습니다. 글이 왜이렇게 장황하게 기냐는 지적이나 사회적 기업 브랜드 관련된 참고자료나 무엇이든지 댓글로 써주시면 땡스투 목록에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 

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