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2014. 6. 30. 14:18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었던 질문들이 있다.

'원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지나요?'

'꿈을 이루기 위한 일들을 하면 즐겁나요?'

'꿈이 뭔가요?'


솔직하게 말하건데 나는 사실 별다른 꿈을 가지고 살아와본 적이 없다.

하고 싶었던 일들도 뚜렷하게 없었으며,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해보겠다'라고 진심으로 믿어본 적도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 자신이 꿈을 이루기 위한 삶을 살아오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저런 질문들을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곤 했다.

자기도 잘 몰라서 물어보는 주제에, 답변을 마음에 안 들어하기도 하고.

그런데 늘 마음 한 구석이 석연찮았던 이유를 '장미와 찔레 2'라는 책에서 드디어 찾을 수 있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아... 말은 다 말이 되는구나....'

이번 <장미와 찔레2> 출간을 앞두고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는 성공한걸까? 실패한걸까?'

'지난 과정은 행복했을까? 힘들었을까?'


저는 이런 물음들에 대해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대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겪은 많은 좋은 일들과 영광스러웠던 순간들만 쭉 나열한다면, 여러분은 아마 저는 젊은 나이에 꽤 많은 걸 이룬 대단한 젊은이로 보실지도 모릅니다.

반면 제가 힘들었던 순간들과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들만 소개한다면, 괜히 엉뚱한 거 한다고 나섰다가 계속 헤매고 있는 안타까운 청춘으로 생각하실 겁니다.


지금까지의 제 도전은 성공이었을까요? 실패였을까요?

개인적으로 무척 성공적이었고 계속 더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과정이 어땠냐 물으신다면, 탄탄대로, 순풍에 돛 단 듯 물 흐르듯 흘러왔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웠지만, 생각보다 길고 생각보다 험난했습니다. 지금도 계속 그런 과정중에 있고요.


선택으로 모든 게 끝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선택 후에 겪게 되는 일들을 담담히 받아내고,

생각보다 길고 생각보다 험난한 과정들을 묵묵히 견뎌내야, 바라던 지점에 조금씩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겠지요.


담담히 받아내고 묵묵히 견디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하실 거라 믿습니다. 담담히 그리고 묵묵히. 


- <장미와 찔레2> 중 



나는 선택과 결정, 그리고 그 때의 상태가 하나로 합쳐져있다고 생각해왔었다.

내가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그 선택의 '결과'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에 따라 나의 인생은 성공했다거나 실패했다거나.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즐거운지, 아니면 힘든지, 뿌듯한지를 물어봤을 때에

지금이 굉장히 힘들고 어렵긴 한데. 내 선택에 대한 결과이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인지

내가 성공적으로 살아오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것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실 정말로 그랬다.

말은 다 말이 된다.

내가 과연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어느 지점에 있는 지 사실은 아무도 알 수 없고 판단할 수 조차 없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도 잊고 살고 있을 뿐.

내가 바라는 지점을 향해 묵묵히 살아가면서

그 과정의 시간들을 온전히 즐기는 것뿐인데. 거기에 어떠한 꼬리표를 감히 누가 붙일 수 있을 지. 


'꿈'이라는 것도 그렇다.

나는 내 꿈이 무엇인지, 내가 무슨 일을 잘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워하는 지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나중에라도 내가 알게 된다면 그 때라도 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가 가지고 있는 옵션들을 최대한 많이 계발해두고 싶다.


결국 성향의 문제다.

성공이라던지, 꿈이라던지, 적성이라던지. 뭐 그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가 어떠한 인간인지를 알지 못하면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하고 멋진 인생을 살고 있어도 빈껍데기처럼 부유하게 되어 버린다.

나는 적어도 지금까지 많은 순간 쉽지 않았다. 묵묵히 감내하려고 했지만 힘들었고, 그럼에도 누군가는 원하는 일을 하니까 행복할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고작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당장 회사가 사정이 안 좋아졌다고 해서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 자신도 홀려있는 듯한 비전으로 남들을 이끌어가다가 혼자만 탈출한 사람들도 봐오면서 나는 어쩌면 두려움이 생겼을 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다. 힘들다. 즐겁다. 나는 행복하다. 누군가는 성공했다. 라고 표현하는 것들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


근데 반대로 또 이만큼은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게,

아주 조그마한 성과들이지만 깨알같이 쌓아올린 성과들은 분명히 내 삶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일정 부분 나는 행복하기도 하다.  


선택 자체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선택 후에 겪게 되는 일들로 인해 바뀌게 되는 것.

내가 경험하고, 선택하고, 또 다시 경험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 경험이라는 것이 굳이 물리적인 변화 뿐 아니라 정신적인 변화를 다 포함해서..


나는 이제 또 어떠한 경험을 겪게 될까.

그리고 그 순간들 마다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

삶의 중심을 남에서 나로 옮겨오는 연습을 부지런히 해야하는데, 가끔 이렇게 책이라도 읽지 않으면 또 까먹어버린다. 




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