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of U2010. 6. 6. 13:28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그리고 일본 드라마 리얼 클로즈.
 그야말로 자신의 일에 있어 완벽에 가까운 여성이 나오고, 아직 한참 모자라고 부족한데다 어정쩡하기까지 한 신참이 등장합니다.
 리얼 클로즈에서 내내 들려왔던 대사.
 " 너는 아직도 너 자신이 무슨 옷을 입어야할지 모르니? 거울을 좀 봐. "
 스스로가 무엇이 되고싶어하는지 모르고, 어떤 모습을 띄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기때문에.
 어떤 옷을 입어야할지 전혀 모릅니다. 그저 남들이 입는 대로 따라가거나, 혹은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주워입을뿐.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비단 옷뿐만이 아니라 책에도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하고.
 " 너는 아직도 네가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모르니? "
 책을 읽자, 요즈음 책 읽는 대학생들이 줄어들었다는데 독서 열심히 해야지. 취직에도 도움이 될거야. 하는 생각에 도서관에 갑니다.
 하지만 막상 도서관에 들어서서 책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막막한 생각이 앞섭니다.
 대체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야할지 엄두가 안나기 때문입니다.
 소설책을 좀 읽어볼까, 하지만 모처럼 왔는데 소설책은 너무 가볍고, 그렇다고 사회과학 책을 읽자니 재미없고.
 자신의 관심사에 관련된 책을 읽어보려해도, 좀처럼 마음이 가는 책이 없습니다.

 스스로를 모르니까, 스스로가 어떻게 되고싶은건지도 모르니까 선택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무턱대고 아무 책이나 골라 읽다가 결국 도서관 자체를 가지 않게 되어버립니다.


 물론 옷을 어떻게 입어야할지 모르는것과, 무슨 책을 읽어야할지 모르는 것에는 굉장히 큰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정쩡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모든 물체가 다 동등한 위치를 가집니다. 선택 자체가 어려운 위치.
 나를 모르고, 그리고 모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선택은 나보다 좀 더 위의 사람들에게 맡긴 채.

 

 
 
 
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