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of U2014. 1. 15. 23:56


너무 비판적인 게 아닐까?

너무 부정적인 게 아닐까.

모든 것들에 너무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너무 경계선에 서있는 건 아닐까.



온통 '아닐까'의 늪에 빠져있는 듯 하다.

사실은 이런 표현 자체가 자꾸만 스스로를 경계선에 선 '제 3자'의 위치를 유지하고 싶다는 희망을 뜻하겠지.


앞으로 나아가지도, 그렇다고 뒷걸음질 치지도 못하고.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까지도 누군가 등을 밀어주길 바란다.

필요한 건 아주 단순한 단어일지도 모르는데.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1. 1. 2. 16:17

랜드라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마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또한 브랜드라는 것은 '브랜드를 만든다'는 의식이 없으면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세상에서 흔히 쓰는 느낌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목표로 하여 만드는 행위'는 아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브랜드'라고 의식하며 그것을 철저하게 만드는 의식, 분명 그런 의식을 가지고 수 년, 수십 년 동안 그것을 반복하는 것을 손님이 인정했을 때. 축하할만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브랜드의 완성은 손님의 마음속에서밖에 확인할 수 없고, 우리의 의식이 최상의 접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서 도달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뉴얼을 만들어서 어쨋든 철저하게 지켰다고 하자. 테이블도 반짝반짝하게 닦고 요리도 최고의 맛이라고 하자. 그러나 그 손님이 화장실에 갔는데 변기가 더러우면, 손님의 '마음속의 그릇'에 금이 가서 애써 고여 있던 맛있는 술이 흘러넘치고 만다.

스태프의 하품, 잡담, 더러운 창문, 손님을 대하는 자세, 더러워진 배송차, 계단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 유리잔의 먼지, 말투, 잔돈을 건네는 법, 손톱의 때, 꽂아놓은 잡지의 종류.
 매우 사소한 부분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바로 어떤 아우라가 되어 곧바로 손님에게 전해진다. 그것은 하찮은 틈새로 새어나오기 시작한 물처럼 조금만 흘러도 곧바로 알 수 있다.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품질에 대한 추구, 안전에 대한 집착, 균형감.. 숍의 카운터에서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루이비통 스태프가 있을까? 고가의 단추가 달려 있는 옷을 클리닝 할 때 단추 전부를 하나하나 떼어내어 클리닝 후에 원래의 위치에 다시 붙이는 데이코쿠 호텔의 품질 .. 

 브랜드를 쌓기 위해서는 손님들과의 접촉은 피할 수 없다. 100인의 손님들에게 100종류의 전부 다른 서비스를 하고, 100건의 만족을 목표로 한다.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철저함'이 서비스로 채워졌을 때, 단순한 행위나 물건은 브랜드가 되어 빛나기 시작한다. 

 - 나가오카 겐메이의 '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이너' 115 page -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책에서 읽으며 깊게 공감했던 위의 문단이 생각났다. 
요즈음 친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보통 부하라면 싫어할만한 '완벽함을 추구하는 상사의 쪼임' 이 아니라고 한다.
보고서의 칸 하나가 삐뚤어졌다고 그 보고서를 쓰레기통에 넣어버리는 지독함을 가지고 싶진 않지만,
우리가 만드는 것이 하나의 '브랜드'라는 점을 인지한다면 이래서는 안되는. 대충대충 임기응변식의 모든 행위들이 친구를 가장 힘들게 한다고 한다.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까 이 색깔은 이 정도로 떼우자.
이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냥 이 정도의 솜으로 채워넣자.
우린 바쁘니까.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정신 없으니까. 이렇게 해도 일은 진행되고 해결되니까.

처음에는 친구가 너무 디테일하고 사람들 귀찮게하는 스타일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해봤단다. 우린 당장 해야할 일이 많고 어떻게 하든 간에 일이 진행되고 해결되면 끝나는 거고, 운이 좋아서 아무도 몰랐다면 제일 행복한 거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게 '최선'이라고 점점 쉽게 말하기 시작했다. 시간도 없고, 그다지 중요한 사항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선택해야하고 이 외에도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은데 이 자그마한 요소 하나에 매달려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단어 하나 하나에 무감각해지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자극적이고 좀 더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을지를 고민할 뿐 그 하나 하나의 진정성이나 진실성은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보통이라면 10개 정도 조사해서 그 중 1개를 선택해도 모자랄 판에 두어개 대충 보고 1개를 선택한다. 

깊은 걱정이라면 하지만, 깊은 고민은 하지 않는다. 일단 앞으로 나아가야하고 어떻게든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철학에서 우러러나오는 분위기보다는 그저 단어, 느낌, 사람들, 디자인으로 떼워본다.
내 생각엔, 그런 현상은 단순히 어느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분위기의 문제다.

간혹 구성원들에게 이런 문제를 이야기해보면, 완성된 것이 아니라 아직 만들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세상 어느 조직도 이미 완성되어있는 조직은 없었다. 완성되어 있는 조직은 도태된다. 모든 조직은 계속해서 변하고,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르냐 느리냐의 차이일뿐이다. 그리고, 작은 조직이 거대한 조직과 맞서싸우기 위해서는 그 스스로의 민첩성을 최대한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민첩성과 대강대강 떼움은 다르다. 빠른 의사결정과 그저 한 마디 던져서 끝내는 결정은 다르다. 
오히려 이렇게 만들어가고 있는 순간 순간 멈춰서 우리가 무얼 만들어가고 있는 지 생각해야 한다.

이 하나의 프로젝트가 어떤 브랜드가 될 것이며, 회사 전체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이렇게 상품을 만들어나가는 하나 하나의 과정을 마치 다이아몬드를 세공해나가듯이 섬세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써야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다 브랜딩이기 때문이다.
망하던지 잘되던지 회사에서 고객에게 내세우는 모든 프로젝트들은 상품이다.
그리고 고객에게 내세우지 않더라도 회사 내부적으로 공유되는 모든 프로젝트들은 회사의 브랜드다.
회사의 구성원들이 회사의 이름을 가지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 그게 실사 회사 구성원의 가족들일지라도, 다 그 회사의 고객이다.

회사의 크기를 키우는 것과 내실을 다지는 것.
그 어떤 방향으로 가든지 긍정적인 영향은 분명히 있다. 부정적인 영향도 당연히 있고.
하지만 그들의 브랜드에 대해서 그들은 얼마만큼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으며,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하고 있고, 고객들의 마음은 또 어느 정도 헤아리고 있는걸까? 그들은 그들의 고객이 대체 누구인지 규정이나 제대로 하고 움직이고 있는 걸까?
요즈음 친구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은,
이전 회사에서 들었던 도장 한 번 찍는 데에도 위치를 제대로 맞춰서 찍어야한다는 호된 지적이 아니라.
고객에게 내보이는 보고서를 철하기는 커녕 대강 스템플러를 찍어가는 현재의 상황이다.
친구가 정말 들어가고 싶어했고, 들어간 이후에도 에너지를 전부 바쳐서 일할 정도로 회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그 상황들은 친구를 참으로 힘들게 만들고 있는 듯 하다. 


참고로, 나가오카 겐메이의 저 글은 그가 막 D&D회사를 세워서 열심히 꾸려가던 초창기에 쓴 글이다. 초창기의 마음가짐이 이토록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좀 씁쓸하기도 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현재의 나가오카 겐메이는 D&D로 그야말로 일본의 새로운 디자인 문화를 만든 주역이 되었다.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12. 21. 01:11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을 조금 더 많이 하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말에 휘둘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온전히 그 누구도 가늠하지 못하고 규정하지 못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일희일비하고 있는 스스로를 볼 때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듭니다.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12. 8. 21:45
http://themedici.tistory.com/

메디치가 끝난 지 벌써 3주가 흘렀다. 메디치가 끝나면 분명히 그 여운이 몇 주는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곧이어 이어진 프로젝트 덕분인지 금새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물론 한 며칠간은 뒤죽박죽 된 감정들로 많이 힘들었지만 ..

회사에 들어와서, 여러 행사들을 도왔지만 기획팀의 인턴으로 가장 처음 맡게된 건 MEDICI 였다. 그 때 당시에는 물론 이름도 달랐고, 컨셉도 많이 달랐지만 처음으로 맡아보는 행사 기획이라 들뜨기도 했고 걱정하기도 했었다. 연사 후보군을 선정하고, 리서치하고, 기획서 부분 부분 PPT를 만들고..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지 모르게 시간이 지나갔다. 대체 '기획'이란 건 뭘까? 하는 질문은 그 때부터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워낙에 감정을 밖으로 보이지않고, 속으로 앓는 성격이다보니 초기에 메디치를 준비하면서 몰아쳤던 머릿속 마음속의 폭풍은 다행히도 나밖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그 때부터 속시원하게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는 게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에이젼시팀에서 섭외를 하고, 섭외가 잘 안되면 또다시 리서치를 하고, 대표님에게 컨펌을 받고 .. 섭외 메일을 쓰고, 기획서 최종본을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기획 회의를 했었다. 차라리 초반에는 나았다. 그래도 모두 다 함께 메디치에 대해서 고민했던 시간이 잠시라도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청춘페스티벌 준비와 아름다운 재단 행사 준비를 하며 규모가 큰 행사를 준비하느라 회사의 사람들이 메디치에는 점차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 시점까지만 해도 메디치는 3,000여명을 대상으로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는데, 내가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멤버쉽 파티'처럼 진행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지금도 그게 좋은 생각이었는지는 확신이 없지만, 대표님의 호응과 함께 메디치의 컨셉은 전면적으로 뒤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가 본격적인 다른 행사 준비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메디치 실무에 대해서는 내가 도맡게 되었다. 

정말로, 쉽지 않았다.

VIP들을 섭외하고, 마케팅 플랜을 짜고,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조차 없이 일단 급한대로 일을 찾아서 하고, 대표님에게 컨펌을 받고 그대로 진행하는 식의 과정이 계속되면서 날이 갈수록 책임감은 점점 무거워져 갔다. 메디치를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데, 다들 신경을 못 쓰고 있으니 여기에 올인하고 있는 나라도 잘해야 하는데, 내가 이렇게 하자고 주장했으니만큼 책임을 져야하는데 ..
메디치도 강연+파티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지만 엄연한 '상품'이니만큼. 소비자가 구입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번도 나는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팔아본 적 없었다. 과연 이 물건이 팔릴지에 대한 판단조차 힘들었고.. 어떻게든 홍보를 해보려 했지만 시간도 부족했고 지식도 부족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제 몫의 한 2.5배는 하고 있는 듯 해서 더 힘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내가 하루쯤 괜찮겠지, 몇 시간쯤 늦어도 괜찮겠지, 이 부분 그냥 넘어가도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던 아주 사소한 딜레이나 문제들은 나중에 메디치 전 주, 혹은 메디치 행사 당일날까지 큰 문제 폭풍으로 몰아닥쳤다. 
협력사와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회사 내부적인 커뮤니케이션들에 있어서 하나하나 체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가 그 상황 자체가 문제시 된 경우도 있었다.
처음부터 마스터 플랜을 짜고 일을 실행한 것이 아니었기에 군데군데 비는 부분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 내가 메디치에 오는 '고객'이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애시당초 메디치의 타겟층은 2535 리더였다.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상 허술하기 짝이 없는 타겟층이었던 것이다.
회사라면 대체 어느 산업분야의 회사, 또 회사원이라면 어느 정도 연배의 회사원, 무엇을 원하는 회사원, 어디에 많이 있는 회사원인지 확실한 고객을 구체화 시켜놓고 거기에서 모든 출발을 했어야했는데..
컨셉부터 잡고 고객을 거기에 끼워맞춘 셈이었다.

내가 경영학도로써 배웠던 모든 지식들은 실무를 하면서 크게 도움이 되질 않았고.절박에 가깝게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지식들이 쌓였다.
이 모든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홈페이지도 제대로 오픈하지 못하고, 검색 등록조차 하지 못하고 메디치 티켓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고 .. 허술한 고객에서 시작된 허술한 홍보는 아주 정직하게 작용했다. 티켓이 잘 팔리지 않았다.
밥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누가 '표 얼마나 팔렸냐'고만 물어봐도 얼굴 표정부터 굳어버리고, 메디치 꿈을 꾸었다.
회사 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고, 이런 저런 방법들을 다 동원해서 당일 날 300명은 채울 수 있었지만 .. 


표가 잘 팔리지 않았던 것도, 이런 저런 문제가 하루에 하나씩 발생한 것도, 이 모든 것을 실패라고 생각하고 다음 번을 기약하면 마음이 풀릴만한 것들이었지만 ..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내가 '기획팀'이 아니라는 느낌 때문이었다.
아무리 이렇게 열심히, 내가 내 영혼을 깎아먹으며 행사를 준비하고 사람들을 모은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당일날 와서 느끼게 되는 것은 연출팀이 준비한 조명, 음악, 연사들의 이야기,행사 프로그램,전체적인 분위기다. 
포스터, 웹 홍보 이미지, 블로그, 홍보 글귀, 어느 곳 하나 나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이 없는데..
결국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행사 당일 와서 느끼는 것은 모두 연출팀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리셉션 데스크에 서서 정신없이 사람들의 이름을 확인하고 티켓을 나눠주는 동안, 행사를 운영하는 것은 연출팀이다.
어느 순간 데스크에 서서 마음이 울컥했다.
 
내가 여기에서 왜 이러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밖에는 들질 않았다.
기획이라는 건 대체 뭘까.
행사의 테두리를 만드는 것? 예산을 짜고, 정해진 연사를 섭외하고, 마케팅을 진행하고, 전체 스케쥴을 관리하고..
정작 내가 원했던 그림도 나오지 않은 채, 의지가 프로그램에도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한참 그냥 데스크에 서서 그런 생각들을 늘어놓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메디치를 마무리 짓고 나서도, 다른 글이나 감상을 얘기하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았었다. 내가 최초로 보조를 맡은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냥 하나하나 꾸역꾸역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됬다. 덕분에 엄청난 스크롤의 압박.. 누가 읽을 사람이 있을까 싶다.
두달 가까이 메디치를 준비하면서 다른 곳에서 일년 배울 걸 압축해서 배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
지금 마이크임팩트 스쿨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도 물론 계속해서 나의 부족함을 깨닫게 되지만..

끝을 너무 슬프게 마무리짓는 것 같다.. -_-; 내게 엄청난 질문과, 성장을 가져다 준 메디치. 고마웠어!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11. 16. 22:55

온갖 이미지로 떡칠하고, 어디에선가 본 듯한 컨셉을 끌어오고, 하루 하루 정성껏 갈고닦아온 한 줄의 문장이 아니라 머릿 속에 번뜩 떠오른 몇 가지 단어들을 조합하고. 
겸손함을 모르고, 냉철함도 모른다. 프로가 되어야한다는 자각도, 아마추어라는 두려움도 없다.
얼기설기 엮은 논리들은 몇 걸음 못 가 쓰러진다.

이건 기만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더 이상 아니라고 말할 힘도 없다. 대체 어디까지 가나 보자 ..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온 힘을 다해 하나의 흐름으로, 하나의 빛으로 만들어내고 싶었지만 시끌벅적한 소리와 기분 좋은 웃음에 가려졌다.
끝이 좋으면 다 된거야, 하고 말해보지만 나가오카 겐메이씨의 말 마따나 '끝은 지금'이다.


완벽할 수 없다면,
적어도 완벽하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

매 순간을, 하나의 아이템을,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백만명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11. 6. 19:28


부산역에서 이뤄진 오페라 플래시몹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우리 집에 있는 아버지처럼 배가 불룩 나오고, 안전모를 쓰고, 또 후줄근하게 티셔츠를 입고 웅장하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상하게 눈물이 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플래시몹을 보던 사람들도, 처음에는 저게 뭐하나 싶어 바라보던 할아버지도 .. 영 관심없어 보이던 아저씨도, 끝에 가서는 자기도 모르게 손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박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시켜서도 아니고, 굳이 이정도는 쳐줘야하지않아? 라는 마음도 아니고, 마음에서 우러러 나와서 박수를 치게 되는 것.
그 것이 바로 사람이 감동받았을 때 보여주는 행동과 표정이겠지요.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던 음악이고, 진부할 정도로 흔한 음악인데. 왜 그 음악을 듣는 순간 그렇게 마음이 울려오는걸까요.
단 18분동안 이야기할 뿐인 TED 영상이 왜 그렇게 사람들로 하여금 열광하고, 기립박수를 보내게끔 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성이 울려퍼질 때, 그 마음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릴 때 우리는 어찌할 바 모르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버리는거지요.
아무리 마음을 꽁꽁 닫고 있어도 상대방의 진솔한 마음과 열정적인 느낌이 전해져 올 때..
그리고 그 마음이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그저 순수한 의지일 때에.
그냥 감동에 당해버리는거죠. 

겉으로 그럴싸해보이니까, 그럴 듯한 이미지를 덧칠하고, 말을 더하고 더해서 알맹이 없는 스토리를 만들어내었을 때
당장 고개는 끄덕이게 되겠지만 마음 속을 색칠하는 감동은 전해지지 않을 겁니다.
묵직하게 마음 깊은 부분을 건드리는 불덩어리가 치밀어오르는 느낌은 누군가 작정하고 의도한다 해도 느끼기 쉽지 않은 느낌입니다.

내가 18분동안 정말로, 무엇을 위해 노력해왔고 그리고 이 자리에서 당신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게 대체 무엇인지
너무나 간절히 당신에게 전하고 싶다는 진정성이 없었다면 TED는 그저 그런 강연회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전락했겠지요.
아무리 앨 고어가 온다해도, 영화에서나 보던 기술을 직접 보여준다하더라도, 그들이 마치 세미나나 심포지엄에서 하는 것처럼
단순히 기술을 시연하고 책이나 수많은 뉴스기사에서 보던 말들을 늘어놓고 갔다면 사람들은 이처럼 TED에 열광하지 않을겁니다.

또한,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전파' 하고 싶다는 TED의 진정성 어린 비젼이 모든 연사들의 영상을 무료로 배포하게끔 했고,
그 진정성은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면서 지금의 TED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누가 만들어냈느냐, TED에 누가 모였느냐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대체 '어떻게' 내가 당신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한 걸음걸음에 진정성이 없다면, 사람을 감동시키기는 커녕 그저 하루하루 속여가고 있을 뿐입니다.
감동하지 않는다면 변할 수 없습니다.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10. 25. 15:48

 청춘페스티벌이 무사히 끝났다. 물론 작은 하나하나의 노이즈는 있었지만 이정도면 '무사히'라고 표현해도 좋을 듯 하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던 부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이 모든 것들이 현장에서는 극대화된다는 것.
 사람이기에 결국 2%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
 
 3,000명이 넘게 모이는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과정을 쭉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돈으로 값매길 수 없는 경험이었다.
 또한 그 사람들이 전부 처음 마주치게 되는 티켓팅 데스크 담당 매니져로 일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어떤 행사도 혼자의 기획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고, 그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확실히 할 때에 행사는 진행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많이 필요한 곳은 오히려 가장 대중들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다.
 연출과 티켓팅, 이 두 단어를 얘기했을 때 대개의 사람들은 연출을 좀 더 선호한다.
 그러나 티켓팅 데스크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며, 그 사람들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도 리셉션 데스크에 있어야만 한다.
 행사장에 오는 모든 사람들은 사실상 리셉션 데스크에서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하고,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TM 교육을 시키듯이, 티켓팅을 담당한 사람들에게 일찍 교육을 해둬야 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 많은 생각이 흘러넘쳐서 말투도 딱딱하고, 글도 횡설수설 하고 있다.

 그 현장에서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며, 앞에서 강연하는 연사의 목소리에 신경을 집중하고 눈을 빛내고, 이따금 옆사람과 이야기하고
 무엇보다 LED 화면에 떠있는 슬라이드를 보면서. 그리고 ..
 지금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청춘 페스티벌 후기들을 보면서.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한순간 느꼈다.
 지금껏 수많은 행사를 해왔지만 단 한 순간도 느낀 적 없었던 행복감.
 그리고 다음에는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
 
 사람의 힘을 느꼈다. 정말로. 청춘메신져나 열심히 일해주는 스탭들이 없었다면 그저 꿈같은 일들이었겠지만
 사람이 모이는 순간 현실이 된다.
 그 사람을 모이게 하는 것은 나의 힘. 물론 청춘페스티벌은 대표님의 힘이었지.
 각자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사람들을 하나씩 챙기고, 아무리 여유가 없는 가운데에서도 상대방의 상황을 헤아려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절실히 깨달은 날이었다.
 
 행사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스탭들도 정신이 없었고. 메신져들도 정신이 없고. 그러다보니 각자의 인성이 슬몃 드러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나는 과연 어떤 본성을 흘렸을까.
 힘들긴 힘들었는데, 이 이상의 푸념이나 비판이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느껴진다. 잘 했잖아. 

 나는 역시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 


 [ 다음 행사를 위한 리셉션 주의 사항 ]
- 서류로 확인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문서를 행사 구분 없이 다 나눠버릴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
구매자를 한 sheet에 넣고 g마켓,티몬 이런식으로 열 구분만 해서 옆으로 길게 만들었으면 더 확인하기 쉬웠을 것 같다.
- 누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누락된 사람들을 기입할 sheet가 하나 더 필요했다. 또한 누락되는 부분에 대해서 담당자들에게 사전에 공지를 해둬야했다. 이번처럼 g마켓은 5인권을 구매해도 '1'로 표시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어야 했고. 공통 교육 매뉴얼이 있으면 좋을 듯.
- 리셉션 데스크는 모든 안내가 가능해야한다. 비상약도 구비해놓고, 브로셔, 펜, 그리고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게끔 작은 비닐봉지를 나눠 주는 것도 좋겠다. 리셉션 데스크 뒤에 스탭 존을 만들어둬도 좋았을 것 같다.
- 행사가 끝날 즈음에는 게이트에 큰 쓰레기통이나 쓰레기 봉지를 배치해서 사람들이 그 곳에 버리게끔 유도해야한다.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10. 2. 16:25

 요즈음은 정말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
 그냥 동영상을 보다가 왈칵 울기도 하고, 노래를 듣다가.. 글을 읽다가. 알 수 없는 포인트에서 예상치도 않게 울 때가 있습니다.
 아주 슬프다거나 하는 느낌은 아닌데 ..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꽁꽁 숨겨두고 항상 방어하기 위해 노력하면 됩니다.
 내가 공격당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겨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진심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면 됩니다.
 내가 아플 거 마음 상할 거 다 피해가기 위해 최대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떤 사람이야 쉼없이 계산하며 지내면 됩니다.

 그러다보면 진짜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왜냐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게 되어버리거든요.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나를 숨기고 숨기고 거짓말을 하고 거리를 두다보니,
 진짜 내가 어떨 때 행복하고 어떨 때 웃고 어떨 때 슬프고 사람을 미워하는지 모르게 되어버리거든요.
 
 진심을 내비치지 않으면 나조차도 결국은 진심이 뭔지 모르게 되어버립니다.
 사람은 컴퓨터처럼 정보를 기록해놓고 똑같은 계산을 통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니까,
 인풋 아웃풋이 일정하게 계산될 수 있는 생물체가 아니니까.
 

 내가 숨겨두고, 지나친 나의 감정들이 어느 순간에선가 삶에서 떨어져 나와서
 내가 돌아봐주길 기다리며 그 길에서 한없이 혼자 남아있다가.
 노래를 듣거나 책을 보는 순간, 남겨져있던 그네들의 조각이 외치는거지요.
 자신들은 아직 살아있다고.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순간에 눈물로 나타나고 또 그렇게 사라지게 되는 거지요.

 가슴이 아프고, 시려서 웁니다.
 모니터 너머로도 전해지는 사람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 또 내일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나, 즐겁게 살아가는 너, 말고도 한참 더 많고도 많다고.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9. 23. 21:41

저는 내가 우리 부모님 자식이구나 .. 하고 강하게 느낄 때가 가끔 있는데, 무엇보다도 그 사실을 실감하는 것은 '잔인한 장면을 보았을 때'와 '롤러코스터를 바라보고 있을 때' 입니다. 
제 부모님께서는 피 튀는 잔인한 장면을 좀처럼 못보십니다. 발바닥에 압정이 박히는 장면에서도 고개를 돌리고, 심지어 딸내미가 귀를 뚫은지 얼마 안되어 막힌 것 같다고 SOS를 보냈을 때조차 자기들은 도저히 볼 수 없으니 의사선생님한테 가보라고 말하셨던 분들입니다 -_- 저는 그 유전자를 고스란히 받아서, 누가 누군가를 때리거나 죽이기 위해 위협을 강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심장이 거세게 뛰고 기분이 몹시 나빠져 눈을 감고 귀를 막곤 합니다.

예전에는 그저 제가 여자라서 좀 더 마음이 여린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몇 안되는 여성성의 증명이라 생각했고, 사실 이 점을 말할 때마다 저를 억세게 생각하는 주위 사람들은 의심을 거두지않았습니다만. 
하지만 최근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남자친구와 함께 '죽이고 싶은' 이라는 영화를 보러 갔었는데, 주연으로 나온 유해진의 선택이 실망스러울만큼 재미없는 영화였죠. 그래도 돈을 낸 이상 끝까지 보겠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영화가 거의 끝나갈즈음에 주인공 두 명이 병실에서 싸우는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몸이 아직 온전하지 않아서 비틀거리면서 바닥에 떨어지고, 온 몸을 힘들게 움직여가며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웠습니다. 저는 곧 눈을 감아버렸지만, 누군가 내리찍고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찢어지는 소리는 여과없이 들려왔습니다. 그 장면은 참으로 길고도 길었습니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에 대체 이렇게 잔인한 장면이 오래 나와야 할 이유는 무엇인건가. 그만큼 서로를 향한 증오심이 깊었다는 걸 보여주나? 하지만 굳이 이렇게 생생하게 보여주어야 하는 필요가 있는건가? 여러 짜증을 내고 있던 중 ... 앞좌석에 앉아있던 아줌마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분들은 매우 즐겁게 장면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어이쿠, 저거 봐라 진짜 퍽퍽 찌른데, 어이구 대단타.. 하며. 십여분 내내 그 분들은 서로 담소를 나누며 화면을 주시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 순간 강렬한 이물감을 느꼈습니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취향의 차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 장면은 실제가 아니며, 유해진은 멀쩡히 지금도 밥 잘 먹고 돌아다니고 있을거고, 그 주인공 두 명은 더 심한 짓을 당해 마땅한 나쁜 종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 눈 앞에서 태연히 그 장면을 보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던 그 분들의 분위기가 잊혀지질 않습니다.


차라리 저 영화는 양반입니다. 악마를 보았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아저씨까지도. 어떠한 여과 없이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들 뿐일까요? 실상 영화의 대부분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너무나 당연하게 담아냅니다.
영화뿐 아니겠죠. 유명한 미국 드라마 CSI, 크리미널 마인드, 등등 ..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통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쾌감을 가지게 한다던가, 아니면 그 장면 자체가 어떤 메세지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또 다른 차원에서 논의되어야할 문제이지만.. 그게 아니라 단순한 상업성과, 실감난 분위기를 위해 살인장면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은 어떤 현상을 보여주는 걸까요? 
우리들은 .... 너무나도 자극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머니께서 인셉션을 보고 와서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었습니다. '영화가 왜 이렇게 폭력적이니.' 저는 좀 어이가 없었어요. 인셉션이 도대체 어디를 봐서 폭력적이라는건지. 사람을 막 찔러죽이는 것도 아니고 .. 살인범을 다룬 영화도 아니고 말입니다. 하지만 저희 어머니께선 '왜 그렇게 사람을 때리고, 총으로 쏴죽이고, 건물들이 부숴지고 .. 이런 장면들이 반복되는 지 모르겠다'고 하셨을 때 비로소 느꼈습니다. 
저는 이미 엑스트라가 총을 맞아서 몇 십명이 죽거나, 주인공이 신나게 차를 몰다가 몇 개의 차를 들이박고 멈추거나, 건물이 부숴지고 폭파되면서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으리란 사실에는 전혀 무감각해져있다는 걸.

저 놈은 나쁜 놈이니까 죽어버려도 싸.
히어로가 악당과 한 판의 싸움을 끝내면서 죽어가는 수많은 시민들. 

좀 더 잔인하게, 좀 더 생생하게, 좀 더 실감나게. 동굴을 탐험하러 들어갔을 뿐인데 정신나간 미친 놈 때문에 톱으로 썰려 죽어가는 10대들을 보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현상인걸까요?
가짜니까? 저 화면의 일들은 모두 나와는 상관없는 일들이니까? 

왜 점점 더 영화는 잔인해지고. 사람들을 죽이는 수많은 수법에 대해서 논하는 매체(범죄스릴러등..)들이 많아지고 있는 걸까요?
이 현상들이 우리를 점점 더 본능적으로 이끌어내고 죽음을 마치 유희처럼 긴장감이 감도는 게임처럼 느끼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과연 저의 비약인걸까요?

히어로나 그와 가까운 몇 명의 사람들의 목숨의 가치가 죽어버린 엑스트라 몇 십명의 가치보다 높은 걸까요?
다만 영화에서 볼 뿐이니까, 만화나 이런 가상의 세계에서 보는 것 뿐이니까 현실과는 전혀 관련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사람이 동물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또 모르지만, 사람이 사람으로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살해한다는 건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9. 23. 01:18

재미있는 글을 읽으면 행복해집니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칼로리야 뭐 어떻든 그 순간은 마치 눈 앞에 혈기왕성한 참치가 순식간에 해체되어 내 입안에 녹아드는..... 그런 비현실적인 상황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저는 항상 그런 능력을 동경해왔습니다.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 앞에서 모든 긴장을 풀고 릴랙스하며 평소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던 본인의 치부를 털어놓거나, 아니면 한숨 놓고 바보같이 웃어버리거나, 등등의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지금껏 가장 흥행성이 높았던 저의 글은 대개 사람들을 매우 슬프게 만들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정신무장을 하게끔 만드는 분위기였었죠.

글에서뿐 아니라 실제로 저를 마주대하고 대화를 하는 사람들도 대개의 경우는 바짝 긴장을 하더라구요.
아무 생각 없이, 정말로 아주 가볍게 웃자고 던진 얘기에 정색을 하며 달려드는 사람들도 있었고
왜 맨날 너는 그렇게 반론의 여지 없이 말을 하냐며 충고해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상대방을 공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래서 제 앞에서 스스로를 방어하려고 하고, 최고의 방어기제로 저를 공격하는 말투와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슬펐어요.
나는 정말로 당신을 공격하고 싶었던걸까? 그러면서 나 자신을 증명하고 우월감을 가지고 싶었던걸까?


그래서 방향을 바꾸어 보았어요. 상대방의 말이 무엇이든간에 맞장구를 치고, 끄덕여보고, 어떻게든 상대방이 호감을 느낄만한 선택지를 골라서 답을 하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내가 뭘 하고 있는건지 회의감이 깊어졌어요.
진실이든 거짓이든...옳든 그르든간에 상대방에게 거스르고 싶지 않아서 동의했어요. 

어느 순간부터인가 말이라는 걸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그 것에게서 아무런 의미도 느낄 수 없어졌어요.
말만 나불나불,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호감도를 사려는 스스로의 행위가 혐오스러웠어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입을 다물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나는 어제 무슨 책을 읽었는지..
나는 내가 사람을 좋아하긴 하는건지조차 알 수 없었어요.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이 없었어요.



어떤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말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에게서 멀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은 없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은 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싶어요.


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