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어줍잖은 나의 잣대로 무언가의 성공, 실패를 결정짓고 있었을까?
그게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는 내 지식인지 아니면 단순한 정보인지 분간도 못하는 상태로 그냥 말만 하고 있었다. 이건 이렇게 하면 안될텐데, 저건 저렇게 하면 안될텐데, 저러면 어차피 실패할 거 같은데 .. 하면서.
웹툰이었나? 만화책이었는지.. 그런 대사가 나와서 사람들이 실컷 퍼다나르고 이야기했던 말이 있었다.
꿈을 꾸는 사람이 우스운 게 아니라, 꿈조차 꾸지 못하는 사람이 더 우습다는 대사.
딱 내가 그짝이었다.
도전하고 꿈꾸는 사람들을 비웃고, 그들이 성공하지 못할 이유를 돌리고 돌려서 마치 걱정하는 것마냥 포장했다.
지금 내 모습을 들여다보니, 난 꼰대가 되어있었다.
이래서 안되, 저래서 안되. 저건 실패할 거 같아. 이건 성공할 수 있지만 충분하지 못해. 저 정도로 내 마음에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아. 해봤다가 실패하면 어떡해. 아무 것도 남는 게 없게 되면 어떡해? 하지 마. 그냥 남들이 멋있다고 말하는거, 남들이 성공했다고 인정해주는 거, 하루에 수십번씩 서로 비교하면서 작은 우월감으로 살아가듯이 똑같이 맞춰서 살자.
내 자신이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전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주기 싫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남들이 봐도 쟨 진짜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노력했는데 안되면 어떻게 해?
너무 우습고 비참하잖아. 누가 봐도 실패한 인생이 되어버리거나, 아니면 보잘 것 없는 한심한 사람이 되잖아.
그러기 싫었다. 최소한의 힘을 이용해서 최대한의 결과를 가져오는.. ' 난 별로 열심히 안했는데, 어쩌다보니 잘 풀리네 ' 같은 느낌으로
그렇게 쿨하게 번드르르한 모습을 유지하고 싶었다.
내가 발버둥치고, 외로워하고, 힘들어하고, 목적을 못 찾아서 방황하는 모습은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떠한 일을 하면서도 제 3자처럼 멀찍이 떨어져서 판단하고, 어떤 집단에 속해도 그 집단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남들이 바보같다고 말하는 꿈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러저러하니까 실패할거라고. 혹은 그들이 거둔 성과를 축소시켜서 이야기하고, 단점을 찾아 조언하듯 말했다.
그들이 정상에 서면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그들이 실패하면 당연시 여기고 그러길 바라고 ..
그들이 옳다고 인정하면 나의 삶이 그른 게 되어버린다는 공포심 때문이었다.
나는 냉정한 게 아니다. 다만 외면하고 또 미워했을 뿐이다. 내가 옳다는 이유를 찾으려고 남들을 깎아내리고, 또 부정했다.
나는 꼰대였다. 아직 20대를 반도 안 지나고서, 도전도 두려워하고 직접 실행하기보다는 가르치려들고. 성공보다는 실패해야하는 이유를 찾고, 나의 가치를 강요하는..
젊음이라곤 한 톨도 찾아볼 수 없는 .. 그런 늙어버린 마음.
당장 내일, 불의의 사고로 내가 죽는다면 나는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들까?
아, 안전하게 살아와서 다행이야. 남들이 내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모습을 못 보고 혼자 꽁꽁 숨기면서 살아와서 다행이야. 하는 생각이 들까?
아니면 .. 나를 꽁꽁 묶어두고 있었던 나의 아집과 꼰대근성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수많은 일들이 떠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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