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과연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었다.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은 사실은 정말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끌어다쓰는 변명 거리들 아닐까?
왜냐하면, 나는 그걸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니까. 그.. 자기합리화.
그리고나서 든 생각은.
아.. 내가 지키고 싶은 게 생겨버렸구나..
보통 나는 이 정도로 지키고 싶은 게 별로 없었다.
워낙 나란 사람이 게으르고 에너지 쏟는 걸 귀찮아하기 때문에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대로 내버려두거나 도망가거나 그랬다.
근데 지금 나한테는 지키고 싶은 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그 지키고 싶은 것들이란 게, 과연 내게 있어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지 의문만 가져다주는 것들이란 점이다.
예를 들자면 고작 1년 동안 쌓아온 이미지,
나에 대해서 부정적이지도, 아주 긍정적이지도 않지만 편하게는 대하는 단체,
예상 가능한 업무들, 너무 큰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되는 일련의 일들.
지금의 내가 은연중에 지키려고 했던 것의 정체가 바로 얘네들인데.
사실 한순간에 또 바뀌어버릴 수 있는 것이 얘네들이다.
무엇이 내게 더 중요할까?
선택이나 결정을 내렸을 때에, 그 결과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일단 결정한 이상 내가 어떻게든 그 이후를 만들어갈 뿐이다.
그에 따른 결과는 결국 내가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거고.
알면서도 무서워서 움직이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주체성을 논할 자격이 나한테는 단 0g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 바뀌어버릴 지도 모르는 것들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서
이런 저런 발악을 하는 게 과연 내게 옳은 일일까?
나한테 잘하고 있는 짓일까?
입사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엄청나게 소극적인 사람이 되었나보다.
그 전에 있었던 소극적인 기질이 더 극대화된 걸수도 있고.
누군가 나를 '선택'해주었고, 그 존재 자체에 의존하거나 혹은 그 존재 뒤에 숨어서 내 몸 값을 올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다시 결정을 내려야만 하고 책임을 져야만 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데에 벌써 지쳤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벌써?
언제부터 이런 의존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내가 나를 믿고 사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내가 나를 믿기 위해서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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