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받은 모든 것2014. 10. 12. 17:16

빅뱅 파괴자들의 혁신 전략 - 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


그냥 최근 IT 서비스들의 성공사례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를 정리해놓은 책이겠거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된통 얻어맞은 느낌의 책이었다.

생각보다도 훨씬 더 기술적인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고, 뭐 그렇다고 꼭 개발자여야지만 읽을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나같이 클라우드의 주요 역할이 사진 동시 업로드라던지 자료 백업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을 인간에게는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일 뿐.. 

맛있어보이는 데 가시가 엄청 많은 느낌. 전어구이라던지 전어회라던지......


그래도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결국 심플하다. 

이제는 더 이상 예전의 학문이 통하지 않고,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성공하는 과정에서 기존 시장이 파괴되고, 그리고 순식간에 그 서비스 모델도 파괴된다는 '빅뱅 이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다루고 있는 사례들이 너무 수가 적고(우버까지도 성공 사례로 등장하고 있고), 기술의 발전과 함께 풀어나가다보니 실제 소비자들이 왜 그 서비스를 선택한 것인지에 대한 심리, 사회학적인 측면은 많이 다루지 못했다. 


어떻게 그들이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지는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도 잘 모르겠으나...

기존에 그저 제품만 잘 만들면 된다던지, 마케팅을 좀 더 타겟팅해서 혹은 독특하게 해본다던지, 아니면 물량이나 단가로 밀어붙인다던지의 여러가지 '방향성'들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에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것이 과도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리고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사실은 이제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하는 책은 내게는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흘러가는 속도를 실감하려거든 위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그 안에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

눈은 하늘에 두되, 몸은 땅에 둬야 하는 건데 이게 뭐 말처럼 쉬운 게 아니잖어. 노력해보겠읍니다만은.. 

어찌되었건 시장을 장악하는 이건 그 안에서 부숴져버리던 사람이건 시장에 들어가긴 했다는 거니까.

Posted by moonsun_
감동받은 모든 것2014. 7. 15. 20:12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인간은 왜, 충분함을 모르고 더 가지기 위해서 같은 종족인 인간을 죽이고.

약탈하고.

고통스럽게 만들까?


생물학적으로 그렇게 설계되었을지도, 역사 속에서 살아오다보니 그렇게 변했을지도.


어쩌면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일 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절묘하게 선과 악의 균형을 맞추면서, 어떤 인물 하나가 '특별히' 못되처먹은 악인처럼 묘사하지 않는다.

결국 마지막이 되서야 명확하게 알려주는 작가의 속내처럼..

나 역시 우리들 사회에 섞여서 살아가는 진화된 존재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극단적인 사례일지언정 인류 자체가 멸망하고 새로운 세대가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른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주위를 둘러보며 비교의 잣대를 들고 평생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세상이 아닐까.


우리는 잘못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잘하고 있지도 않다.

그저 이 시대의 룰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멈춰서있을 뿐이다.

그 사실이 우리를 두려움과 불안함의 세계로 몰아넣는다. 

Posted by moonsun_
감동받은 모든 것2014. 2. 16. 11:55


분명히, 대림미술관에 가서 그렇게 재미있다는 청춘 사진전을 보려고 했는데

토요일 오후 3시였던 탓인지 사람들이 미술관 밖으로도 100명은 넘게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계획에도 없던 덕수궁 미술관으로 향했다.


한국 근현대사 미술 작품... 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사실 미술 교과서에서 생각나는 거라곤 딱 한 작품뿐인 이중섭의 <소>정도 보고 나와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다 보고 나와보니 소는 생각나지도 않는다.



이인성 <해당화>



제일 먼저 마음을 잡아끈 것은 해당화라는 작품이었다.

모든 것이 따뜻하고, 치밀하게 묘사되어 있는 가운데 소녀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소녀들의 옷과 해당화는 정말 동양스러운데, 전체적인 색깔이나 형태는 서양스러운 느낌이 난다. 내가 뭘 알겠느냐만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정면에 있는 소녀에게서 느낀 것은 슬픈 느낌이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공간에 있으니 행복할 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슬퍼보인다.


이인성은 '향토적 서정주의'를 완성한 화가로 불렸다고 한다. 

쉽게 풀어보면 당시 서구의 인상주의, 표현주의 등에 영감을 받고 그 표현 기법들을 사용하되

배경이나 소재를 한국적 토속성을 지닌 대상들을 사용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붉은 색조로 잔뜩 강렬하게 그려낸 다른 작품들이 많았지만, 난 해당화 하나만 마음에 들었다. 

특히 해당화의 경우, 사람들이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해방을 기다리는 꽃'으로 당시에 많이 이용되었고

이 작품의 경우에도 소녀가 해방을 기다리고 있다는 해석이 달려있는 듯 했다.


내가 느낀 슬픔이 과연 해방을 기다리던 소녀의 마음이었을지,

아니면 나의 불안한 마음을 투영한 건지는 이인성 화가만이 알겠지. 분명히 내 감정을 묘사하고 있는 건데도 더 쓰면 오글거릴 것 같아.. 



김환기 <항아리와 매화가지>


정작 이 작품이 거기 전시 되어있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다만 내가 김환기 화가에 대한 느낌으로 '색감'이라고 적어놨기에 찾아보니. 나와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김환기 작품에서 마음에 드는 점으로 색감을 꼽고 있는 듯 했다.

파스텔톤이고, 우리가 보통 한국적이라고 생각하는 파란색을 아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표현한다.

한참을 그냥 멍하니 바라보게 될 만큼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면서도, 호감간다. 

그림을 상대로 호감간다는 느낌이 든다는 게 신기하다.


그런데 사실 나처럼 사람들이 색감을 마음에 들어하는 이 작품들은 김환기가 추상주의를 어느 정도 완성한 이후의 작품들이었다.


원래 초반에는 이 <종달새 노래할 때> 라는 작품처럼 서구의 입체주의를 이용해 자신만의 추상주의 화풍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들이 보인다.

이 과정을 거쳐 60년대에 들어와서 동글동글한 항아리, 매화와 같은 한국적인 소재들을 푸른 색감으로 나타내는 그림들을 많이 그렸다.

그리고 60년대 후반에는 아예 점묘 등의 추상주의 작품들을 그리면서 자신만의 추상주의 화풍을 완성시킨다. 

그림을 찾아서 넣기가 귀찮아서 그렇지; 김환기 화가는 알 수록 더 흥미로워지는 사람이었다. 

'나는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동양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가장 동양스러운 그림이 가장 세계적인 그림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야기한 내용이 기사나 전시회에서 많이 이용되던데..


사실 1950년~1960년대 우리나라 화가들이 느꼈던 딜레마가 그들의 작품 속에서 느껴진다.

서구의 화풍에서 영감을 얻지만, 한국의 그림이라는 정체성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고민이 있었던 것 같고

그러다보니 동양적인 소재를 후기 인상주의 식으로 강렬하게 표현하려고 시도하거나

아예 모든 형태를 다 분리해버린 상태에서 동양적인 색감을 살리거나.. 하는 고민들이 느껴진다.

그래서 전시회는 1920년 ~ 1970년이라는 시대의 작품들을 모두 다루지만, 내가 마음에 들어했던 건 해방 이후 작품들이다.


어렵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작품과 좋아하는 작가들을 조금씩 조금씩 공부하고 늘려나가다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겠지.

다만 나도 미술에 있어서 무식하다보니까, 어려운 개념어들로 작가나 작품들을 해석한 글들로 공부하게 되고 또 그 개념어들로 쓸 수 밖에 없다는 게 좌절.. 나만의 순수한 해석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긴 오려나; 



Posted by moonsun_
감동받은 모든 것2011. 8. 1. 22:35
열정은어떻게노동이되는가한국사회를움직이는새로운명령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한윤형 (웅진지식하우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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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어쩌면 내게 있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책 제목이 내가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던 질문이었고, 그리고 요즘 들어 더더욱 의구심을 품게 되었던 한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21세기 시대에 열정만큼 긍정적인 단어가 없는데, 그게 노동만큼 부정적인 단어와 합쳐지다니.

책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계,사람의 숙련도,조직 관리 등 사람의 '외부'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다찾다못해 이제는 사람의 '내부'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고. 그 도구가 바로 '열정'과 '꿈'이라는 것이다. 이 엄청나게 쉽고 편리한 도구인지? 눈에도 보이지않기에 닳을 염려도 없고 모두가 각자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천 명 중에 한 가지, 아무리 희소하다해도 상관없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 사람들이 가치있게 느끼니까.
네가 지치고 아무리 달려도 상황이 나아지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사회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네가 좀 더 노력하지 않았고 열정을 지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해석할 수 있다. 시스템을 고칠 이유도,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기계를 버릴 일도 없다. 그저 네가 좀 더 열정을 지니고 도전하면 언젠가는 네 꿈이 이뤄질 것이다.
뭐, 안되면 말고. 네가 일만 시간 중에 10분을 빼먹고 도전했나보지.

책을 읽으며 내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너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잖아' 라는 말 한 마디로 그 사람의 고생도, 저렴한 수입도, 처절한 복지환경도 모두 스킵해버린다. 돈을 안 주고, 복지가 취약해도 알아서 자발적으로 일을 하는 노동자는 그 어떤 자본가도 꿈꾸어보았을 세상일까? 

나는 스스로가 확고한 의지를 지니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며, 도전하는 이들의 정신을 매우 존중한다.
그런 이들이 지금까지 '또라이'란 말을 들으면서도 세상을 바꾸어나갔기에 이 세상이 그래도 이나마 지탱하고 있으며, 부분이나마 살기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반감을 가지는 것은 그런 이들이 아니라, 나처럼 알 수 없는 열정의 급류에 휩쓸려서 떠내려가다보니
이제는 내가 정말 '열정'을 지닌 것인지 아니면 다분히 세뇌되어 버린 지 알 수 없는 어딘가에 버려져 있는 영혼들을 이용하고 휘두르는 존재들이다. 

꿈을 이용하고, 열정을 이용하고. 어느 새 꿈은 수치환산이 가능한 목표치 내지는 직업의 대명사로 쓰이며 열정은 끝없는 노동시간, 즉 스스로의 살을 깎아먹는 시간과 동일한 뉘앙스로 쓰인다. 열정 또한 '증명'해야 하는 스펙이 되었으며 도전,리더쉽,친화력 등등도 스펙으로 증명해야 하는 하나의 수치가 되었다.
더 이상 돈을 바라는 이에게 충분한 돈을 줄 수 없고, 충분한 행복을 줄 수 없자 준답시고 주는 게 마쉬멜로우 정도다. 

이 책에서도 역시 답이 없다고 이야기하듯이, 사실 다른 어디로 갈 곳이란 없다. 다만, 스스로의 열정이 무엇이었는지 자문해보고 나의 삶이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나의 선택으로 인해 이뤄졌는지 찬찬히 점검해볼 수 밖에 없다. 나에게서 출발한 가치로 남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내고 다시금 더 큰 가치로 진화시켜 나가는 것 .. 이렇게 어려운 일이 없는 데 요즘은 마치 유행처럼 이 곳 저 곳 창업 열풍이다. 
과연, 나의 열정은 진정 열정이었는가. 아니면 누군가를 위한 노동이었는가. 
 
Posted by moonsun_
감동받은 모든 것2011. 3. 20. 19:04

 우리 엄마는 그림을 그린다. 1년 3개월 째, 서양화를 그리고 있다. 
 워낙에 글도 좋아했고, 책도 좋아했고, 역사에서 시작해서 경제학, 철학, 음악, 과학까지 다방면에 관심이 깊어 관련 주제로 한 번 이야기하면 1시간은 우습게 이야기할 정도로 지적인 분이라 처음엔 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리냐고 물어봤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어느 덧 하루에 5시간 넘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일년이 훌쩍 지났다.
 
 집안에 물감 내음이 나고, 여기저기 그림책이 돌아다니고, 어느덧 개인전은 아니지만 첫 단체 전시회도 열었다.
 엄마는 원래도 아는 게 많았지만 그림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지금까지 엄마가 생각해왔던 모든 학문들을 미술과 관련해서 녹여내기 시작했다. 한옥에 대한 생각, 붓꽃의 모양, 장미의 구조 ..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나를 보며 요즘 들어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은,
 예술가로 산다는 건 삶을 정말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이었다.
 예술을 업으로 삼는 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그 분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 지는 나도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
 다만, 예술을 아끼고 그에 관심을 가진다는 게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지 놀라고 있다.

 사람이 왜 자연스러운 것 안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지.
 시끄러운 차소리가 아니라, 새소리, 물소리, 향수가 아니라 그냥 맑은 공기, 풀냄새. 인공적인 흰 색이 아니라, 조금 누런 창호지 색깔.
 잔뜩 자극적인 맛을 내는 음식이 아니라, 그 자체로 상쾌한 상추.
 
 나는 굉장히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더러운 거 싫고, 태양 아래 그대로 노출되는 거 싫고. 벌레도 싫어하고, 몸이 고생하는 거 정말 딱 싫다. 하지만 자연스러움 안에 들어가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러니까, 예술은 내게 가끔 사람을 돌아보게끔 만든다.
 온통 자신을 강조하려고 자신의 생각을 억지로 밀어넣는듯한 옷이나 화장, 말투, 목소리 .. 
 그 안의 숨통을 틔워내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벗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가 예술이라고 생각된다.

 좀 더, 내가 그림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진도, 음악도.. 내 삶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