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2011. 3. 13. 21:51

 요즘의 나는, 어렵다 고 자주 말한다. 그리고 그건 안된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누군가가 의견을 냈을 때, 그 의견에 관해 5초 정도 생각해보고 반박한다. 남들이 너무하다고 말하면 나로서도 할 말은 있다. 이미 나도 생각해보았던 부분이었고 이러저러해서 안되었기 때문에 반박할 수 밖에 없어진다고.
 그 반박에 상대방이 또다른 해결책을 내놓으면 솔직히 럭키!다. 기쁘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은 침묵한다. 내가 너무 강하게 반박해서그런 지도 모른다. 또 다른 이유로는 내가 막혔던 곳에서 똑같이 그도 막혔기에 내가 질문을 던지며 반박했을 때 조용해지는 것일테다.
 
 스스로 너무 부정적인 표현들을 많이 쓰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스럽다. 내가 안된다고 부정적으로 말했기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의견을 내지 않을까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잠시 긴장을 놓은 순간 ' 그건 이래해서 안되요, 저래해서 어려워요' 라고 말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나 스스로도 답답하다.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한 번 검토해보고,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적용하고 덜어내야 할 부분은 덜어내고 싶다. 그렇지만 .. 아예 날것인 아이디어 자체는 판단하는 것조차 불가하다. 그저 우리 지금까진 노랑색으로 해왔는데, 이젠 파랑색으로 해볼까? 식의 이야기이다. 왜 파랑색인지, 노랑색이 싫은 이유는 뭔지. 깊은 고민과 생각이 들어간 게 아니라 그저 그동안 파랑색이 싫어, 왠지 느낌이 싫다... 바꿀 순 없나 하는 걱정이 들어간 후의 아이디어란 이런 식이다.
 한 번 정도의 반문으로 막힐 아이디어라면 처음부터 이야기하지 마! 하는 식으로 대하고 싶지 않다. 나 스스로도 언제나 마음 속으로 수만가지 물음들을 하고 답을 했다가 그 답에 대한 물음을 하게 되고 거기에 답하다보면 결과물이 나올 때도 있고 안나올 때도 있다. 마음 속으로 뺑뺑 생각하다가 결국 아무 것도 아웃풋이 안 나올 때도 있다. 좋지 않다. 나쁜 결과다.

 일단 한 번 해보자, 이 결단조차 사실은 수많은 생각 속에 나오게끔 되는 말이다. 한 번 해볼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라면. 그리고 그 상황이 확실하게 계산되었다면 그대로 가는 거고 만약에 앞으로 내딛는 한 걸음 조차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농담으로라도 그 말을 꺼내서는 안된다.
 
 나는 진지하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대할 때 이런 태도를 취하는 지도 모른다. 적어도 가볍게 이야기한 말에 이 쪽이 하루 종일 머리를 굴려서 안된다, 고 이야기할 정도라면 상대방도 제발 이 정도의 진지함은 이해해주는 예의를 차렸으면 좋겠다. 단순히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해서 여러 가지 것들을 바꿀 순 없다. 심플한 게 제일 좋다고들 하지만 그 것을 만드는 과정 까지 심플하진 않다. 심플해보이는 투명한 하얀색을 만들기 위해 수백개의 흰 색을 비교하고 그 색을 바르는 두께 여부를 결정하고 어디서 말려야 가장 투명한 빛깔이 나올 지 끊임없이 자잘한 고민과 시도들이 기반 되어야, 그 후에 우리의 눈에 심플한 흰색의 가구가 완성되게 된다.

 세상에 진짜 쉬운 일 하나 없다. 그래서, 한 번에 오케이 나는 아이디어나 생각도 없다. 우리는 진지해야한다. 이 사람이랑 사귀어도 될까 말까도 한달 넘게 고민하는 판에 평생을 함께 할 지도 모르는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왜 이다지도 가벼울까. 
 그렇지만 이 말조차 내가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는 이유가 되진 못한다. 난 좀 긍정적이어야 한다. 
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