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매우 실망하게 된 일이 있었다. 어떤 사람의 블로그를 발견하고 글을 하나 하나 읽어가며 그 사람에게 많은 공감을 하고, 이윽고 그 사람이 하는 말의 대부분이 옳으며,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나의 방향점으로 세워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과 나의 접점은 좀처럼 없을 것이라 믿었는데 어쩌다보니 그 사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또 직접 보게되었다. 그리고 곧 실망했다. 일관된다고 믿었던 그 사람의 철학은 뒤죽박죽이었고, 자신이 글로 이야기했던 많은 부분들은 그저 글이었을 뿐 실제 행동은 매우 달랐다.
참 어리기도 하지..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이 사람이라면 하는 말의 80%는 옳다,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방향점에 세워둔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를 보면서 김태호 PD를 또다른 방향점으로 세워뒀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했다. 이 사람이 '옳은' 것이 아니라 그저 단순히 내 취향에 맞을 뿐이다. 그 사람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과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럼 그 때에 나는 억지로 이 사람이 선택했으니 옳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역시 이 사람도 아니였다며 실망하게 될까?
다른 사람을 방향점에 세워두게 되면 나는 내 자신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그 사람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무슨 근거로, 어떻게 그 선택을 도출해내었는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선택한 상황 자체'만 떠올리고 따라한다. 그러다보면 이윽고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게 된다.
그 사람의 선택을 믿는 것과, 그 사람이 옳다고 믿는 것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나와 그 사람을 분리할 수 있고, 후자는 나와 그 사람을 분리하지 못하게 된다. 나는 내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온전히 내 스스로의 마음으로 선택을 해야한다. 그래야 나의 발자국으로 길을 걸어갈 수 있고, 후회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오직 나 하나만 탓할 수 있다.
아무도 믿어서는 안된다고, 누구의 말도 듣지 말라고 하는 것과는 다르다.
남이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 한 위태롭고 어렵고 힘들더라도 결국 선택만큼은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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