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2013. 8. 4. 15:55


요즈음 들어 엄마와 자주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자기기만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기기만이라는 단어의 뜻을 사전에 찾아보면, 자신의 신조나 양심에 벗어나는 일을 무의식중에 행하거나 의식하면서도 강행한다는 뜻이라지만. 사실 신조나 양심 같은 거창한 단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중잣대나 합리화 보다는 조금 더 지독한 존재라는 말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점점 더 솔직해지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본다.

만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내가 하게 되는 일의 폭이 넓어지고, 이전과는 다른 말투를 쓰고,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있는데도

오히려 내가 더 좁아지고 더 작아진다. 


예전의 내가 더 행복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의 양은 지금과 비슷했다. 받는 스트레스의 양도 지금과 다를 바 없다.

20살때의 일기장을 봐도, 15살때의 일기장을 봐도. 내가 지금 고민하는 것과 똑같은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내가 20살때 만난 35살의 언니가, '너나 나나 고민하는 게 똑같아' 라고 말했듯이.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일에 매몰되었다는 핑계도 댈 수 없다.

나는 오히려 지금보다 예전에 더 바빴고, 바쁜 회사에 다니는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내가 좁아지고, 작아지고 있는 이유는

요즘의 나는 아무 것도 고민하고 있지 않고. 아무 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뭘 하든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고민했다.

이게 맞는건지. 아니면 저렇게 하는 게 맞는건지. 뭐가 더 옳은건지. 왜 이렇게 되는건지.


그 결과물이 내가 잠깐씩이라도 적어두던 블로그고, 또 메모장이고, 다이어리들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완전히 멈춰있다.

나는 고민하지 않는다. 그 생각에 파고들지도 않는다.


회사에 다녀서? 어느 정도 타협을 할 줄 알게 되어서? 여러 변화에 한꺼번에 대응하느라 힘들어서? 무엇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없어서?

갖가지 명제들을 들먹이면서 나를 설득하려고 했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그동안 너무 골치아프게 살아왔던거야. 원래 이런거고.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거였어. 

하는 말로도 넘어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점점 더 지금의 내 모습이 버거워진다

내가 그렇게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했던 .. 것들을 다 놓아버리고 난 뭘 하고 있는걸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비어있는 병은 말을 하면 할수록 더 비워질뿐이지 채워지는 건 아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질 않는다.

치열하게 구르는 삶이 모두에게 옳다고 할 순 없다. 그런데 적어도 나한테는 그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아주 작은 실오라기라도 잡지 않으면 .. 



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