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of U2010. 9. 12. 14:06

요즘들어 부쩍 동생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그 아이에게 요즘 최대의 관심사는 '내가 재능이 있는가 없는가'입니다.
TV를 볼 때에 잘생긴 연예인이 나오면 '저 연예인은 성형을 했을까?'가 그 아이의 궁금증이고
성량이 풍부한 뮤지션이 나오면 '저 뮤지션은 목소리를 타고난걸까?'가 그 아이의 궁금증입니다.

자신에게 타고난 것이 없으며, 외모, IQ, 키, 노래, 그림 등 .. 재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자신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아이입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봤자 나는 재능이 있는 아이에게 결국 이길 수 없는 건 아닌가 .. 하는 생각을 하는 건 어쩌면
사람으로서 당연한 고민일지도 모릅니다.
그 분야에서 정말 피를 토하듯이 노력하면, 그게 아니라면 미친듯이 즐겨버리면 이길 수 있는 거 아닐까? 
생각을 하다가도 정말 내가 피를 토하듯이 할 수 있을까.. 내가 이 분야를 그만큼 좋아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접어버리죠.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난 최대한 간지나게 살고 싶어,
남들과는 다르게! 그 누구와도 다르게! 특별하게, 멋지게, 누가 봐도 '우와 쟤 좀 쩔어주는데?' 하는 말을 들을 수 있게 살고 싶어!

그런 생각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노력은 한 톨도 하지 않는 태도 역시 또 누가 비난할 수 있겠어요.
왜냐하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평범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누구나 특별하다는 말은 그 아이에게 진부한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이름난 외국계 회사에 수많은 스펙을 가지고 취직한 20대를 동경하며,
스스로 창업을 결심하고 노력하는 청년 기업가를 부러워하고,
오픈카를 몰고 압구정 한 로드샵에서 내리는 여성에게 한 눈에 시선이 쏠립니다.
하다못해 대학생 잡지에 실리는 것은 '잘난 아이들'이고 
도서관에서 노량진에서 꿈속에서조차 공부하는 꿈을 꾸며 사는 사람들을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습니다.

자신조차 '그렇게' 살고싶지 않으면서,
누군가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들은 누구나 특별한 사람들이고, 존중받을 생명이며,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말을 하게 되는 순간
그 아이에겐 그 모든 말들이 그저 위선에 불과하다고 느껴집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하며,
그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노력을 해야합니다.
노력을 안한다면 특별한 문화를 즐기며 사는 듯한 느낌이라도 주어야 합니다.
더 독특한거, 더 섹시한거, 더 hot한거! 
알맹이는 텅텅 비어있을지라도.

-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잘 하는 일을 찾거나.. 
어쩌면 이 세상에 몇 퍼센트밖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이 두 문장 때문에
아이들은 오늘도 또다시 절망합니다.
좋아하는 일도 딱히 모르겠고, 잘 하는 일도 없는 것 같은 나는 결국 평범한 사람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지. 난 평범하게 하루 하루 돈만 열심히 벌다가 죽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 ..

어떻게 살아야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걸까요.
또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일은 무슨 기준으로 알아낼 수 있는 걸까요?

무작정 도전하라고들 합니다. 더 많이 경험해보고, 그래. 여행도 여기저기 다녀보고 젊었을 때 사서 고생해보라고.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무작정 여기저기 부딪히고 여행을 다니고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오히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상적인 패턴에서 내 할일을 찾아낸 경우가 훨씬 많다고 생각하나요?

- 방황하는 게 당연한 것이 청춘이다.
저는 아직도 동생에게 어떠한 조언을 해주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더 오래 살다보면, 더 많이 경험하다보면, 니가 관찰력을 키우면, 그러면 네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을 언젠가는 찾겠지..
당장 머릿 속이 터질 것 같고 마음이 먹먹한 아이에게 그런 말은 절대 해주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만은 잊지 말라고.
아무리 가식적으로 느껴질 지라도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 때 행복한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을 멈추지 말라고.

내가 딱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크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소소한 행복함을 위해서. 한 달에 한 번쯤은 원하는 콘서트를 가기 위해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일들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그야말로 특별하지 않은 너와 나같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재능 아니겠냐고. 
제가 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저 그뿐인 것 같습니다. 
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