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of U2010. 9. 23. 01:18

재미있는 글을 읽으면 행복해집니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칼로리야 뭐 어떻든 그 순간은 마치 눈 앞에 혈기왕성한 참치가 순식간에 해체되어 내 입안에 녹아드는..... 그런 비현실적인 상황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저는 항상 그런 능력을 동경해왔습니다.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 앞에서 모든 긴장을 풀고 릴랙스하며 평소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던 본인의 치부를 털어놓거나, 아니면 한숨 놓고 바보같이 웃어버리거나, 등등의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지금껏 가장 흥행성이 높았던 저의 글은 대개 사람들을 매우 슬프게 만들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정신무장을 하게끔 만드는 분위기였었죠.

글에서뿐 아니라 실제로 저를 마주대하고 대화를 하는 사람들도 대개의 경우는 바짝 긴장을 하더라구요.
아무 생각 없이, 정말로 아주 가볍게 웃자고 던진 얘기에 정색을 하며 달려드는 사람들도 있었고
왜 맨날 너는 그렇게 반론의 여지 없이 말을 하냐며 충고해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상대방을 공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래서 제 앞에서 스스로를 방어하려고 하고, 최고의 방어기제로 저를 공격하는 말투와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슬펐어요.
나는 정말로 당신을 공격하고 싶었던걸까? 그러면서 나 자신을 증명하고 우월감을 가지고 싶었던걸까?


그래서 방향을 바꾸어 보았어요. 상대방의 말이 무엇이든간에 맞장구를 치고, 끄덕여보고, 어떻게든 상대방이 호감을 느낄만한 선택지를 골라서 답을 하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내가 뭘 하고 있는건지 회의감이 깊어졌어요.
진실이든 거짓이든...옳든 그르든간에 상대방에게 거스르고 싶지 않아서 동의했어요. 

어느 순간부터인가 말이라는 걸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그 것에게서 아무런 의미도 느낄 수 없어졌어요.
말만 나불나불,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호감도를 사려는 스스로의 행위가 혐오스러웠어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입을 다물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나는 어제 무슨 책을 읽었는지..
나는 내가 사람을 좋아하긴 하는건지조차 알 수 없었어요.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이 없었어요.



어떤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말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에게서 멀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은 없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은 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싶어요.


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