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of U2011. 1. 2. 16:17

랜드라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마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또한 브랜드라는 것은 '브랜드를 만든다'는 의식이 없으면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세상에서 흔히 쓰는 느낌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목표로 하여 만드는 행위'는 아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브랜드'라고 의식하며 그것을 철저하게 만드는 의식, 분명 그런 의식을 가지고 수 년, 수십 년 동안 그것을 반복하는 것을 손님이 인정했을 때. 축하할만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브랜드의 완성은 손님의 마음속에서밖에 확인할 수 없고, 우리의 의식이 최상의 접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서 도달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뉴얼을 만들어서 어쨋든 철저하게 지켰다고 하자. 테이블도 반짝반짝하게 닦고 요리도 최고의 맛이라고 하자. 그러나 그 손님이 화장실에 갔는데 변기가 더러우면, 손님의 '마음속의 그릇'에 금이 가서 애써 고여 있던 맛있는 술이 흘러넘치고 만다.

스태프의 하품, 잡담, 더러운 창문, 손님을 대하는 자세, 더러워진 배송차, 계단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 유리잔의 먼지, 말투, 잔돈을 건네는 법, 손톱의 때, 꽂아놓은 잡지의 종류.
 매우 사소한 부분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바로 어떤 아우라가 되어 곧바로 손님에게 전해진다. 그것은 하찮은 틈새로 새어나오기 시작한 물처럼 조금만 흘러도 곧바로 알 수 있다.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품질에 대한 추구, 안전에 대한 집착, 균형감.. 숍의 카운터에서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루이비통 스태프가 있을까? 고가의 단추가 달려 있는 옷을 클리닝 할 때 단추 전부를 하나하나 떼어내어 클리닝 후에 원래의 위치에 다시 붙이는 데이코쿠 호텔의 품질 .. 

 브랜드를 쌓기 위해서는 손님들과의 접촉은 피할 수 없다. 100인의 손님들에게 100종류의 전부 다른 서비스를 하고, 100건의 만족을 목표로 한다.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철저함'이 서비스로 채워졌을 때, 단순한 행위나 물건은 브랜드가 되어 빛나기 시작한다. 

 - 나가오카 겐메이의 '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이너' 115 page -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책에서 읽으며 깊게 공감했던 위의 문단이 생각났다. 
요즈음 친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보통 부하라면 싫어할만한 '완벽함을 추구하는 상사의 쪼임' 이 아니라고 한다.
보고서의 칸 하나가 삐뚤어졌다고 그 보고서를 쓰레기통에 넣어버리는 지독함을 가지고 싶진 않지만,
우리가 만드는 것이 하나의 '브랜드'라는 점을 인지한다면 이래서는 안되는. 대충대충 임기응변식의 모든 행위들이 친구를 가장 힘들게 한다고 한다.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까 이 색깔은 이 정도로 떼우자.
이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냥 이 정도의 솜으로 채워넣자.
우린 바쁘니까.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정신 없으니까. 이렇게 해도 일은 진행되고 해결되니까.

처음에는 친구가 너무 디테일하고 사람들 귀찮게하는 스타일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해봤단다. 우린 당장 해야할 일이 많고 어떻게 하든 간에 일이 진행되고 해결되면 끝나는 거고, 운이 좋아서 아무도 몰랐다면 제일 행복한 거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게 '최선'이라고 점점 쉽게 말하기 시작했다. 시간도 없고, 그다지 중요한 사항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선택해야하고 이 외에도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은데 이 자그마한 요소 하나에 매달려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단어 하나 하나에 무감각해지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자극적이고 좀 더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을지를 고민할 뿐 그 하나 하나의 진정성이나 진실성은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보통이라면 10개 정도 조사해서 그 중 1개를 선택해도 모자랄 판에 두어개 대충 보고 1개를 선택한다. 

깊은 걱정이라면 하지만, 깊은 고민은 하지 않는다. 일단 앞으로 나아가야하고 어떻게든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철학에서 우러러나오는 분위기보다는 그저 단어, 느낌, 사람들, 디자인으로 떼워본다.
내 생각엔, 그런 현상은 단순히 어느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분위기의 문제다.

간혹 구성원들에게 이런 문제를 이야기해보면, 완성된 것이 아니라 아직 만들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세상 어느 조직도 이미 완성되어있는 조직은 없었다. 완성되어 있는 조직은 도태된다. 모든 조직은 계속해서 변하고,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르냐 느리냐의 차이일뿐이다. 그리고, 작은 조직이 거대한 조직과 맞서싸우기 위해서는 그 스스로의 민첩성을 최대한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민첩성과 대강대강 떼움은 다르다. 빠른 의사결정과 그저 한 마디 던져서 끝내는 결정은 다르다. 
오히려 이렇게 만들어가고 있는 순간 순간 멈춰서 우리가 무얼 만들어가고 있는 지 생각해야 한다.

이 하나의 프로젝트가 어떤 브랜드가 될 것이며, 회사 전체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이렇게 상품을 만들어나가는 하나 하나의 과정을 마치 다이아몬드를 세공해나가듯이 섬세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써야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다 브랜딩이기 때문이다.
망하던지 잘되던지 회사에서 고객에게 내세우는 모든 프로젝트들은 상품이다.
그리고 고객에게 내세우지 않더라도 회사 내부적으로 공유되는 모든 프로젝트들은 회사의 브랜드다.
회사의 구성원들이 회사의 이름을 가지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 그게 실사 회사 구성원의 가족들일지라도, 다 그 회사의 고객이다.

회사의 크기를 키우는 것과 내실을 다지는 것.
그 어떤 방향으로 가든지 긍정적인 영향은 분명히 있다. 부정적인 영향도 당연히 있고.
하지만 그들의 브랜드에 대해서 그들은 얼마만큼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으며,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하고 있고, 고객들의 마음은 또 어느 정도 헤아리고 있는걸까? 그들은 그들의 고객이 대체 누구인지 규정이나 제대로 하고 움직이고 있는 걸까?
요즈음 친구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은,
이전 회사에서 들었던 도장 한 번 찍는 데에도 위치를 제대로 맞춰서 찍어야한다는 호된 지적이 아니라.
고객에게 내보이는 보고서를 철하기는 커녕 대강 스템플러를 찍어가는 현재의 상황이다.
친구가 정말 들어가고 싶어했고, 들어간 이후에도 에너지를 전부 바쳐서 일할 정도로 회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그 상황들은 친구를 참으로 힘들게 만들고 있는 듯 하다. 


참고로, 나가오카 겐메이의 저 글은 그가 막 D&D회사를 세워서 열심히 꾸려가던 초창기에 쓴 글이다. 초창기의 마음가짐이 이토록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좀 씁쓸하기도 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현재의 나가오카 겐메이는 D&D로 그야말로 일본의 새로운 디자인 문화를 만든 주역이 되었다.  
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