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기업에서 일을 하다보면 사실 가장 많이 봉착하게 되는 상황은 '답이 없다'고 무심코 얘기하게 되는 상황인 것 같다.
언제나 마주친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에는 자료도 정보도 시간도 부족하며, 인력또한 없다.
분명히 잘 될것이라 생각하고 그만큼의 준비를 해서 내놓은 상품이, 뚜껑을 열고보니 전혀 소비자들의 반응이 없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디자인이 구린가? 홍보 채널이 부족했나? 컨텐츠가 별론가? 사실 알고보니 전혀 니즈가 없는 시장이었나? 준비 기간이 부족했나? 리더쉽의 부재인가? 팀원의 역량이 딸리나? 가격이 너무 비싼가? 아 내가 진짜 이럴 줄 알고 하지 말자고 했는데 대체 왜 이걸 만들어서 이렇게 안팔리는 책임을 가져가야하는거야.
떠오르는 문제점 들 중에서 '그래, 그 부분이 부족했네' 하고 깨달아도 이미 시장에 내놓은 상품은 되돌릴 수 없다.
가격을 반 값으로 깎아봤자, 커뮤니티에 미친 듯이 글을 업로드 해봤자, 지인들한테 알음알음 구걸해봤자..
여기저기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은 이토록 많은데 해결할 방법은 없고, 결국 " 우린 메가스터디가 아니니까 " 하는 소리나 내뱉게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진짜 내가 생각해도 이게 아니다 싶을 때, 그런 때에 " 답이 없다 " 는 말과 함께 멈춰버리면
결국 그 상품은 거기에서 멈춘다. 내 자신의 발전도 거기까지가 끝이다. 내가 속한 조직 또한 마찬가지다.
이 상황이 엉망이라고 생각해도 한 걸음 더 나아가야한다.
무대포로 어떻게든 해보자, 라던지 될 때까지 가보자! 하는 헝그리 정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은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벤처에서는 누구도 날 대신해서 걱정하거나 나의 공을 가로채려고조차 실행해줄 사람이 없다. 지금껏 쌓아온 DB도 빈약하고, 주위를 둘러봐도 다 고만고만할 뿐 사실 '슈퍼스타'는 그 어느 기업에도 쉽게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풀지 못하는 문제를 누군가 거뜬하게 풀어버리는 현실은 없다.
오히려 내가 멈추면 조직도 함께 멈춰버린다. 그게 벤처고 그래서 생동력있다고 하는 것이다.
완벽주의자인 사람일수록 이런 환경을 버텨내질 못한다. 좀 더 준비하고, 생각해서, 판단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시점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일단 한 번 '던지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소비자를 능욕할 정도로 엉망인 컨텐츠가 아니라면, 파일럿팅으로라도 일단 던지고 봐야하는 이유는, 부딪쳐보지 못하면 아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한 시장속에 사는 게 벤처이기 때문이다.
작고 강하게 뛰어들어서 스스로를 다듬고 또 다듬어나가는 것. 날카롭게 파고들어 문화에 스며드는 것.
그러려면 아무리 내 스스로가 엉망이라고 생각해도 어렵게 어렵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나를 믿거나. 우리를 믿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100m도 아니고, 빨리 달리기도 아니다. 단지 한 걸음이다.
가끔 최악인 상황에서 그 한 걸음은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것 같이 괴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무겁고, 이제 도망가고 싶고.
그러나 그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 곳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분명히 있다.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만두거나. 아니면 방향을 틀거나. 떨어지는 자투리를 모아서 향후의 큰 힘으로 가져가고자 하거나.
언제나 그렇지만 .. 최악의 상황은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멈춰버리는 것이라고 이제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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