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2011. 11. 24. 13:47

원래 제목을 이따위로 촌스럽게 쓰지 않는데, 달리 대신할 말이 없다.
어제 오늘 라디오천국 막방을 듣다가, 조금 뜬금없게도 내가 '작은 회사'에 품고 있었던 꿈이 떠올랐다.
내가 만약에라도 창업을 한다면 언제나 회사 구성원을 10명 이하로 구성해야지,
창업을 하지 않는다면, 내 마지막 회사를 선택할 때에는 꼭 저런 의식을 지닌 CEO가 만든 회사에 가야지.

유명한 책 스몰 자이언츠를 읽기 전부터 왠지 모르게 품고있었던 생각이었고
그 생각에 있어 지금도,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그 동안 계속해서 갈등해왔다.
작은 회사는 구성원간의 끈끈한 유대가 있을 수도, 오히려 다른 곳보다 더 갈등이 심할 수도 있지만
내부 의사소통이 쉽고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내가 정의했던 작은 회사는 '구성원들의 의지에 의해 소규모로 유지되는 기업' 이었다.
얼마든지 규모를 늘릴 수 있었고 더 많은 매출을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을 선택하고
어느 한 사람에게 의사결정권이 강하게 주어져서 오히려 대기업보다도 더 수직적인 구조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예를 들자면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같은 회사.

계약직이라도 실무를 접하게 되고, 혹은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그 내부 사람들을 지켜보게 되고, 실제로 일을 하면서부터는
엄청난 갈등에 시달리게 되었다.
작은 회사는 실행력이 높을 순 있으나 그 영향력이 미비하고, 인프라가 부족해서 할 수 있는 일의 규모가 작다.
차근차근 쌓아올리다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으며 오랜 시간 그 규모를 지키려다가 인력 순환이 안되고 내부에서 슬럼프에 빠지면서 자연스레 사라져버릴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규모의 회사를 원하는 CEO는 드물다.
누구라도 자신의 회사에 애정을 지니고 있으며, 더 사랑하고 더 아끼면서 전국민에게 사랑받고 알려지는 기업으로 만들고자 한다.
스몰 자이언츠로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의 CEO는 적어도 자신의 욕망을 신념으로 억누르고 또한 구성원을 설득하며 나아가야 하는데 그건 정말 가시밭길같은 일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몇몇 보석같은 스몰 자이언츠를 발견한 순간이 있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그 중 하나는 신념을 지켜가고, 하나는 사라졌으며, 하나는 정체기에 빠져있다.
그 갈등 속에서 이윽고 내 고민은 꿈에 대한 생각으로 확장되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꿈은, 꿈이 아닌가?'
꿈...에 대해서 쓰려니 너무 광활하고 방대하다. 내 생각은 그에 비해 너무 얕고 좁다. 

기업은 꿈을 꿔야한다. 그 꿈이 내부적으로 쌓이는 현금이든 삐까번쩍한 회사 빌딩이든, 아니면 업계 1위를 달리는 인지도든간에
기업은 끊임없이 꿈꿔야하고 그 꿈을 따라 구성원들은 홀리듯 달려가야한다. 
그리고 또 기업은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꿈을 고함질러야 한다. 우리의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 거에요, 하지만 돈을 많이 벌어서 이 사회에 환원하고 또 너희들이 행복하게 삶을 즐길 수 있도록 재미난 기기들을 많이 발명해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게 진정한 우리의 꿈입니다. 하고 남들이 들어줄 때까지 소리를 질러야 한다.
그들의 꿈에 사람들이 홀려 한 사람 두 사람 믿기 시작하고 그들의 제품을 사기 시작할 때 기업은 꿈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의 전제조건은 사람들이 그 꿈을 알아줘야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돈을 안 벌어도 좋아요, 하지만 이 제품들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거에요. 하고 작은 소리로 외칠 때 사람들은 그 꿈에 홀릴까, 그 꿈을 들어주기는 할까? 그들이 내민 제품이 이미 가지고 있는 제품보다 한없이 부족하다면, 혹은 비슷하다면 사람들은 과연 그들의 꿈을 믿어줄까?  
그러다가 스러지게 되면, 그 꿈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 것일까.

기업에게 빙의해봤지만, 기업을 떨어뜨려놓고 나 개인으로 돌아오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달라질 수 있을까?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다시 작은 회사에 대한 생각으로 돌아온다.
적어도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나는 작은 회사든 큰 회사든 눈 앞에 있는, 나를 바늘구멍 사이로 통과시켜주는 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시간들을 보내게 되겠지.
라디오천국의 희열옹처럼 살고싶다. 감성변태 유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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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