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듣고 있는 노래는 vodka, 엄청나게 힘이 넘치는 노래다. 며칠 전에 면접 보러 갈 때에도 그 노래를 들으면서 갔었다. 아마 힘껏 부르면서 갔으면 면접을 훨씬 잘 봤을지도 모른다. you are the real MAN!!
요즈음은 생소한 것 투성이를 해내고 있다. 내가 살아오면서 정말 이런 일을 하리라 생각을 못했던 일들.. 24년이 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짧은 날도 아닌거같은데, 그러고보니 세상이 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 해야하지만 피해왔던 일들을 결국엔 이렇게 몰아서 하게 된다. 처음부터 어려운 길을 택해서 걸었다면 지금은 편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피할 수 있을 거 같지만 ... 세상사 그렇지가 않다. 그냥 받아들여야하는데도 몸에 쉽게 습관이 붙지 않는다. 나태했던 몸과 나태했던 정신에 하루 몇 시간이라도 긴장을 주입하려니 몸이 따르지않고 반발심리로 화만 난다.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 혹은 내 자신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정했던 것, 앞으로 이렇게 하면 괜찮을 거라고 믿어왔던 사실들이 조금씩 무너지고 나자 그 자리에는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있었다. 난 분명히 그런 사실들을 벗어놓고 나면 내 스스로가 거기 서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는 굉장한 착각이었다. 사실 그 동안의 내 행동과 선택은 확실한 근거로 판단을 했다기보다는 그저 이렇게 하고 싶어서, 혹은 저렇게 하기 싫다는 단순한 호불호로 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항상 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선택했고, 그 일을 해내왔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잘 쌓인 추억으로 내공으로 남았을 거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한 꺼풀 한꺼풀 벗겨내고 나니 전혀 아니었다. 그저 일은 일이었고, 만났던 사람은 사람이었고, 그 안에는 어떠한 철학도 의지도 현실도 없이 그저 닥쳐오는 상황들을 벗어나기에 급급했었던 것이었다. 호불호로 선택을 했기 때문에 선택에 대한 의지가 아닌 집념으로 끝까지 나아갔어야했고 감정적으로 모든 상황을 받아들였다.
이 또한 내공이라면 내공이다. 내가 쌓고싶었던 종류와 다른 종류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 시간들은 분명히 내게 소중했지만, 이런 형태가 아니었어야했다. 그 사실을 요즈음 느낀다. 요즈음 내가 하는 일은 하고싶은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호불호로 따져선 안되고, 따질 수도 없는 가치의 일들이다.
삶이 모래알위에 쌓은 성같다고 느꼈던 것도 그래서였을지 모른다. 아슬아슬하게 그 때 그때의 감정으로 쌓았기 때문에, 확실한 근거도 없고 단 한 문장이 넘는 고민이 없이 했던 선택들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몸이 괴로웠다.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모습은 느끼지 못한다. 다만 약간 달라진 모습은, 한 달정도 후에야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역시 요즈음의 하루하루는 힘들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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