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쓴다.
2012년이 나한테 또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상이 미워서 글을 쓰기도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채워온 하루하루가 나의 마음대로 되었던 적은 없었지만 올해는 특히나 더했다.
내가 예상했거나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작은 희망 조차도 그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나의 노력이 부족했던 거려니 생각하고 넘어가지만 가끔씩 스트레스 그릇의 한 방울이 넘칠 때가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때에 깨닫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사람이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침대에 눕는 일조차 침대를 만들어준 사람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 그 침대를 만들기 위해서 소모된 나무, 접착제 등등이 없었다면 누울 수 없었겠지.
이 침대 자체가 놓이기 위해서는 이 집을 지은 사람과 집을 사준 사람(!)이 필요하고,
궁극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세계 자체가 나를 위해 생겨난 신기한 존재와 다름없다.
결국 나의 하루는 내 하루가 아닌 거고, 나의 성과는 나만의 성과가 아니다.
수많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내 시간을 만들어내고 나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나는 그 무엇 하나 내 것이라 말하기가 부끄러울 때가 많다.
어떠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힘든 시기는 의미가 있다. 힘들다해서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다.
순간순간에 분명히 행복한 감정들이 자리잡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하루의 한 순간 만큼은 그 행복감을 내 자신에게 누리게 해주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다들 어떻게든 견뎌내고 있는 거겠지. 혹은 아무 생각이 없거나.
내게 있어서 이 힘든 시기는 '나의 무력함'을 깨닫기보다 오히려 '타인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 되어주고 있다.
내가 못나서, 라는 말보다는 이젠 니가 잘나서, 라는 말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말은 합리화하는 것 같아 정말 쓰고 싶지 않은 말인데.. 슬픔을 박박 긁어모은 것 만큼 성장해온 것 같다.
자양분을 꾹꾹 눌러담아 뛰쳐 나가고 싶다.
그러니 참고,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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