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of U2010. 9. 12. 14:06

요즘들어 부쩍 동생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그 아이에게 요즘 최대의 관심사는 '내가 재능이 있는가 없는가'입니다.
TV를 볼 때에 잘생긴 연예인이 나오면 '저 연예인은 성형을 했을까?'가 그 아이의 궁금증이고
성량이 풍부한 뮤지션이 나오면 '저 뮤지션은 목소리를 타고난걸까?'가 그 아이의 궁금증입니다.

자신에게 타고난 것이 없으며, 외모, IQ, 키, 노래, 그림 등 .. 재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자신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아이입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봤자 나는 재능이 있는 아이에게 결국 이길 수 없는 건 아닌가 .. 하는 생각을 하는 건 어쩌면
사람으로서 당연한 고민일지도 모릅니다.
그 분야에서 정말 피를 토하듯이 노력하면, 그게 아니라면 미친듯이 즐겨버리면 이길 수 있는 거 아닐까? 
생각을 하다가도 정말 내가 피를 토하듯이 할 수 있을까.. 내가 이 분야를 그만큼 좋아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접어버리죠.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난 최대한 간지나게 살고 싶어,
남들과는 다르게! 그 누구와도 다르게! 특별하게, 멋지게, 누가 봐도 '우와 쟤 좀 쩔어주는데?' 하는 말을 들을 수 있게 살고 싶어!

그런 생각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노력은 한 톨도 하지 않는 태도 역시 또 누가 비난할 수 있겠어요.
왜냐하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평범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누구나 특별하다는 말은 그 아이에게 진부한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이름난 외국계 회사에 수많은 스펙을 가지고 취직한 20대를 동경하며,
스스로 창업을 결심하고 노력하는 청년 기업가를 부러워하고,
오픈카를 몰고 압구정 한 로드샵에서 내리는 여성에게 한 눈에 시선이 쏠립니다.
하다못해 대학생 잡지에 실리는 것은 '잘난 아이들'이고 
도서관에서 노량진에서 꿈속에서조차 공부하는 꿈을 꾸며 사는 사람들을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습니다.

자신조차 '그렇게' 살고싶지 않으면서,
누군가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들은 누구나 특별한 사람들이고, 존중받을 생명이며,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말을 하게 되는 순간
그 아이에겐 그 모든 말들이 그저 위선에 불과하다고 느껴집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하며,
그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노력을 해야합니다.
노력을 안한다면 특별한 문화를 즐기며 사는 듯한 느낌이라도 주어야 합니다.
더 독특한거, 더 섹시한거, 더 hot한거! 
알맹이는 텅텅 비어있을지라도.

-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잘 하는 일을 찾거나.. 
어쩌면 이 세상에 몇 퍼센트밖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이 두 문장 때문에
아이들은 오늘도 또다시 절망합니다.
좋아하는 일도 딱히 모르겠고, 잘 하는 일도 없는 것 같은 나는 결국 평범한 사람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지. 난 평범하게 하루 하루 돈만 열심히 벌다가 죽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 ..

어떻게 살아야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걸까요.
또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일은 무슨 기준으로 알아낼 수 있는 걸까요?

무작정 도전하라고들 합니다. 더 많이 경험해보고, 그래. 여행도 여기저기 다녀보고 젊었을 때 사서 고생해보라고.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무작정 여기저기 부딪히고 여행을 다니고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오히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상적인 패턴에서 내 할일을 찾아낸 경우가 훨씬 많다고 생각하나요?

- 방황하는 게 당연한 것이 청춘이다.
저는 아직도 동생에게 어떠한 조언을 해주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더 오래 살다보면, 더 많이 경험하다보면, 니가 관찰력을 키우면, 그러면 네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을 언젠가는 찾겠지..
당장 머릿 속이 터질 것 같고 마음이 먹먹한 아이에게 그런 말은 절대 해주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만은 잊지 말라고.
아무리 가식적으로 느껴질 지라도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 때 행복한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을 멈추지 말라고.

내가 딱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크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소소한 행복함을 위해서. 한 달에 한 번쯤은 원하는 콘서트를 가기 위해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일들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그야말로 특별하지 않은 너와 나같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재능 아니겠냐고. 
제가 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저 그뿐인 것 같습니다.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7. 31. 19:53

나의 블로그 주소를 입력할 때마다, 이상하게 힘을 얻는 기분입니다.
제가 지어놓고도 참 잘 지었다 생각합니다. 일상속에 녹아있는 영웅. 오뒤너뤼 히어로.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앞으로 가야하는지, 뒤로 가야하는지
지금 제게 방향이 있긴 한걸까요?


이전에 저를 도와주었던 것들이
지금은 저를 전혀 도와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조언이나, 친구들과의 수다나, 평소 존경해왔던 사람의 강연이나, 눈에 뜨이는 책이나.

흔들리는 것이 젊음이라고 하였고, 방황하는 게 당연한 시기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지독합니다.
무엇을 위해 힘을 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옳다 그르다 판단을 내릴 힘조차 없어진 기분입니다.

시간이 아깝습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이 이렇게 덧없이 흘러가는게 참으로 아깝습니다.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모래알이 흩어지듯이 시간이 내 손에서 흘러가는 것을 차마 어쩌지도 못하고.


비웃지말아주세요.
지금 저는 몇 명의 사람 빼고는 그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 없습니다.
대화를 하는 법도 잊어버렸고, 자신의 의견을 소리높여 강요하는 방법도,
전투적인 느낌도, 스스로를 방어할 기력도 스러졌습니다.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6. 16. 17:19

내가 어디에 소속되어 있느냐가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 입니다.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6. 8. 16:20

 제가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특성상, 등기소와 세무서, 공증실, 구청을 매우 들락날락 거리게 됩니다. 그리고 일을 시작한지 몇 주 후.. 제일 먼저 깨닫게 된 것은, '어떤 일이든 관공서가 개입되면 늦어진다.' 이른 시간에 찾아가더라도 무슨 문제가 발생할 지 알 수 없으며, 일이 언제 완료될 지 추측하기도 어렵습니다. 아무리 준비를 완벽하게 해갔다고 해도 현장에 도착해서 막상 민원 접수를 하다보면 여기저기 빈 틈이 발생하게 되지요.
 스트레스를 무진장 받았습니다. 당연하죠. 전 세상에 태어나서 '야무지게 생겼다, 똘망져 보인다'는 첫인상을 이틀 이상 유지해본 적이 없습니다. 엄청나게 덜렁거리고 물건 잃어버리는 건 대다수에 가끔 집 전화번호도 헷갈리는 사람입니다. 그런 저에게 관공서에서 무언가를 신청하고 처리하고 그 일을 완료시킨다는 것은 정말 그 어떤 스트레스에도 비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헷갈리고, 전화를 해봐도 대체 뭘 준비하고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지 헷갈리는 게 각종 민원 접수 신청이거든요. 전화했을 때는 없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가서 신청서를 쓰다 보니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진짜 사람 환장하는 일이죠. 후딱 잘 해내는 사람들도 많더만 대체 왜! 나의 손은 나의 머리를 따라오지 못하나! 기껏 사무실 임원분들 번거롭게 괴롭혀서 얻어낸 인감증명서 등본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갔다가 'XX 가져오셔야 되요' 한 마디에 허탕치고 사무실에 돌아가는 길 .. 아 아버님은 이래서 그 날 소주를 그리도 드셨누나.. 하는 생각을 하지요. 
 신규 법인 설립, 대표이사 변경, 사업자 등록증 신청, 인감카드 관련된 이것저것, 신고세 납부 등등 .. 을 할 줄 알게 된 지금에도 사실 관공서의 일을 한번에 해내는 답은 없습니다. 그냥 기본적으로 인터넷에서 한 번 준비물을 훑어 보고, 전화를 2번 정도 해서 이 준비들로 확실한 건지 확인해보고, 필요 없을 것 같아도 요구하는 것들은 기냥 다 싸가는 수밖엔 없는거에요. 게다가 원래 덜렁 거리는 사람이라면 관련 부처에 전화해서 물어볼 때 전화중 녹음 기능을 요긴하게 쓰구요.

 그래도 갖은 실패 끝에 ... 이제는 기본적으로 서류가 하나 만들어질 때 부가적으로 필요한 애들이 대체 누구인지 정도는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표이사의 인감이 들어간다면 당연히 대표이사 인감 증명서 필요하고, 법인 인감은 필수에 혹시 모르니 등기부등본도 들고다녀주고, 사업자 등록증 사본도 원본대조필 꼭 찍어서 가지고 있고. 그리고 꼭! 관공서에서 해당 내용 신청서를 쓸 때에는 앞에 있는 설명을 반드시 참조해서.. 행여 단어 하나라도 마음에 걸린다면 박박 찢고 다시 씁니다. 주민등록등본엔 서울특별시라고 되어있는데 신청서엔 귀찮아서 서울시라고 줄여 쓰고 싶어도 그냥 서울특별시라고 씁니다. 실제로 괜찮겠지 하고 주소 줄여 썼다가 등기소에 가서 보정 다시 하고 온 저로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그 덕택일까요.... 오늘 강남등기소에서 업무를 보는데, 등기소 직원 분이 저한테 이런 일 많이 해보셨냐고 하더라구요. 이렇게 서류를 잘 써온 민원인은 정말 드물다며, 아주 깔끔하게 잘 작성했다고 칭찬을 해주셨답니다. 무언가 미묘한 칭찬이지만, 그래도 저는 제 나름대로의 성과측정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소하고 작은 일, 내가 왜 하고있나 싶고 어디가서 도움이 될까 싶지만. 언젠가는 쓸 일 있으리.. 하고 오늘도 입술 앙당물고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6. 6. 13:28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그리고 일본 드라마 리얼 클로즈.
 그야말로 자신의 일에 있어 완벽에 가까운 여성이 나오고, 아직 한참 모자라고 부족한데다 어정쩡하기까지 한 신참이 등장합니다.
 리얼 클로즈에서 내내 들려왔던 대사.
 " 너는 아직도 너 자신이 무슨 옷을 입어야할지 모르니? 거울을 좀 봐. "
 스스로가 무엇이 되고싶어하는지 모르고, 어떤 모습을 띄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기때문에.
 어떤 옷을 입어야할지 전혀 모릅니다. 그저 남들이 입는 대로 따라가거나, 혹은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주워입을뿐.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비단 옷뿐만이 아니라 책에도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하고.
 " 너는 아직도 네가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모르니? "
 책을 읽자, 요즈음 책 읽는 대학생들이 줄어들었다는데 독서 열심히 해야지. 취직에도 도움이 될거야. 하는 생각에 도서관에 갑니다.
 하지만 막상 도서관에 들어서서 책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막막한 생각이 앞섭니다.
 대체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야할지 엄두가 안나기 때문입니다.
 소설책을 좀 읽어볼까, 하지만 모처럼 왔는데 소설책은 너무 가볍고, 그렇다고 사회과학 책을 읽자니 재미없고.
 자신의 관심사에 관련된 책을 읽어보려해도, 좀처럼 마음이 가는 책이 없습니다.

 스스로를 모르니까, 스스로가 어떻게 되고싶은건지도 모르니까 선택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무턱대고 아무 책이나 골라 읽다가 결국 도서관 자체를 가지 않게 되어버립니다.


 물론 옷을 어떻게 입어야할지 모르는것과, 무슨 책을 읽어야할지 모르는 것에는 굉장히 큰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정쩡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모든 물체가 다 동등한 위치를 가집니다. 선택 자체가 어려운 위치.
 나를 모르고, 그리고 모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선택은 나보다 좀 더 위의 사람들에게 맡긴 채.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5. 17. 12:49

 웹사이트에 가입하고, 자신의 프로필을 작성하는 공간이 있으면 언제부턴가 '주저앉아있다'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열정, 도전, 목표를 찾고있다, 꿈, 무엇무엇에 관심이 있다고 작성해왔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 그냥 단 한 문장을 사용했습니다. '현재는 주저앉아있는 중' 
 네이트온을 하든, 트위터를 하든, 사람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나를 뺀 세상이 힘차게 달리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그 속에서 나 혼자만 도태되어있고, 나는 언제나 패배자처럼 느껴졌습니다. 움직이지 않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이 니 얼굴 보기가 대통령 얼굴 보기보다 더 어렵다고 할 정도로 언제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동아리, 자원봉사, 아르바이트, 단체모임, 각종 행사 .. 모두 의미있는 일들이었고 힘겹게 한 걸음 한걸음 나아가면서도 마음속은 언제나 공허했습니다. 나는 분명 움직이고 있는데 내 주위의 모든 이들은 나보다 더 빠르게 열정적으로 움직였고 결국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나는 멈춰있는거나 다름없었습니다.
 더 높이, 더 많이, 더 깊게. 누구보다도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열정적이고 싶고 한 편으론 나보다 잘난 사람을 계속해서 찾아내며 자신과 비교하고 절망했습니다. 하고있는 일에 몰입하기보다는 하고 있는 일을 다른 누군가의 일과 비교하며 패배감에 젖었고 투덜거림을 쏟아내는 시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열정적으로 산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싶었고 니들과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니들'이 누군지도 모른 채 내가 옳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사람과 얽힌다는 게 귀찮고 지겨웠습니다. 연대라는 단어의 의미 조차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런 사람이 그리 큰 동아리 임원을 맡고 이런 저런 단체에 다니면서 소진되는 건 당연하겠지요. 연대, 협력, 팀워크, 다 익숙한 단어일 뿐 제가 실천하던 가치는 아니었던겁니다.
 
 그리고 지금의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쉴새없이 달리던 다리는 뻣뻣해졌고, 그나마 따스함을 나누어주려던 주변 사람들은 제가 쌓은 장벽과 벌려놓은 거리에 기겁을 하고 스쳐지나갔고, 줏어들은 정보와 마음속에 담아두고 풀어낸 적 없는 가치들이 죽처럼 뒤죽박죽 섞인 끝에 심장이 가동을 멈춘겁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노래속에서나 불러볼법한 문장을 비수처럼 박아넣고 그대로 정지해버렸습니다. 온통 모순에 거짓덩어리로 치덕치덕 바른 삶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걸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을 미워했습니다. 왜 쟤는 나보다 잘났지, 왜 쟤는 나보다 말을 더 잘하지, 왜 쟤는 나보다 더 착해, 나보다 더 좋은 일을 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세상을 바꿔나가는데 나는 왜 나 혼자만 이렇게 남았지. 미움은 자신을 갉아먹고 눈을 가리게 한다는 걸 알면서도 미워했습니다. 미움만이 제게 남은 에너지였거든요. 자포자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미움에너지로 연명했습니다. 에이, 저 놈들 저래봤자 금방 포기할걸? 쟤네들 열심히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게 아닐거야. 세상에 저런 사람이 어딨어? 돈도 못벌고, 일도 못하고, 금방 망하겠지. 의외로 미움 에너지는 꽤 오래갔습니다. 세상엔 미워할 사람들이 많았고, 조금 더 그럴싸하게 투덜거리면 동조해주는 사람들도 많았거든요.

 영혼이 질척거리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미움에너지로 연명하던 제게 한결같이 따뜻한 사랑을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괜찮다고, 잘할 수 있을거라고, 멈춰도 괜찮다고, 아무도 나를 비난하지 않고, 나는 잘하고 있다고. 지금은 조금 지쳤을 뿐이라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힘이 생길거라고 다독여주던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잘나간다고 미워하면 그런 나를 비난하기보다 말없이 끄덕이고, 토닥여주었습니다. 그 사람을 보며 제 스스로의 영혼을 거울에 비춰보게되었습니다. 
 오래전에 가동을 멈춘 심장때문에 영혼이 녹슨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검댕을 묻히고 더러운 시궁창에서 구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오물을 던져서 더럽게 만들어버리고, 나와 똑같다면서 만족하고 있는 사람이 거기 있었습니다. 남아있는 건 미움밖에 없는 초라한 아이. 멀쩡한 팔다리, 조금의 따뜻함만 있어도 뛸 수 있는 심장을 버려버린채 당장 눈 앞의 세계만 바라볼 줄 아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게 저였습니다.

 비로소 그 때가 되서야 스스로가 주저앉아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무서웠기때문에 바라보지 못했던 것이었죠. 사회가 날 버릴까봐,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까봐, 아무것도 안하고 '잉여인간'으로 만족하며 살아갈까봐, 나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고 믿음이 없어 놓아버렸던 것이지요. 언제나 열정적으로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살지 않으면 도태될까봐 겁에 질려 있었던겁니다. 사실 멈추어 쉬지 않으면 걸어나갈 수 없는 게 인간인데. 에너지라는 건 충전하지 않으면 다 떨어져버리는 것인데.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첫 번째 걸음. 내가 어떤 선택을 해도 나는 나 자신을 응원해주고 믿어줄 거라는 신념의 실현. 그게 저한테는 '주저앉아있다'고 솔직하게 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조각의 용기였습니다. 
 사람 마음이라는 데 일관적일 수 없듯이 이리저리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럴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나의 삶을 내가 통제하고 행복으로 가득차게 만들기 위해서는 천천히 걸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달릴때는 물론 달려야죠. 하지만 멈춰있을때는 철저히 그 시간에 집중해야합니다. 

 행복하게 살고싶습니다.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4. 9. 21:44

* 원칙적으로 이 리스트에는 '88만원 세대' 에 관해 비평하거나 혹은 분석을 통해 솔루션을 찾으려하는 서적만 추가됩니다. 
    20대 리더, 20대 XX에 미쳐라! 이런 책은 제목만 봐도 지칩니다. 그래서 준비해본 리스트입니다.    
    20대 스스로 자기고찰을 한 책은 장르 상관없이 추가합니다. :] 제목을 클릭하시면 책 정보가 새 창으로 뜹니다. 



  • 고 어라운드 
    • 88만원 세대의 비상식적 사회 혁명론
    • 어째서 한국의 20대가 88만원 세대가 되었는지 한국의 역사와 사회 시스템에서 오는 고질적인 문제를 분석하고 20대로 하여금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 서적.



  • 요새 젊은 것들
    • 발칙한 반란을 꿈꾸는 이들
    • 20대 스스로가 자신들을 향한 논쟁에 대해 던지는 문제 제기, 인터뷰 서적. 

  • 스무살 철학
    • 혼돈과 불안의 길목을 지나는 20대를 위한 철학 카운슬링
    • 정체성의 혼란과 정신없이 지나가는 사회속에서 불안을 넘어선 공포를 느끼는 20대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전하는 서적

  • 이십대 전반전
    • 불안을 강요하는 세상에 던지는 옐로카드
    • 학생 기자 젊은이들 다섯명이 맞닥뜨린 자신들의 현실에 대해 힘차게 적어내린 서적.

  • 성난 서울 
    • 미래를 잃어버린 젊은 세대에게 건네는 스무살의 사회학
    • 우석훈과 일본 신사회 운동의 잔다르크 '아마미야 카린'이 만나 일본과 한국의 공통적인 문제인 청년 실업 및 절망에 대해 이야기한 서적



  • 세대간의 전쟁
    • 프랑스의 현실이지만, 곧 우리나라의 현실이기도 하다. 청년들은 자신들에게 무엇이 주어지고 무엇이 떠넘겨지고 있는지 명확히 알아야한다.
    • 상황을 파악한 청년들의 유일한 해법은 혁명일까?



 책을 검색하다가 크게 놀랐습니다. 이천권 가까이 되는 책을 헤아리고 있는데도 현재 88만원 세대로 불리우는 청년 세대에 대해 분석한 서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니트족, 하류문화에서부터 유럽의 천 유로 세대까지 청년 실업은 이제 더 이상 국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청년 취업 상황을 진단하기보다는 20대들의 스펙업에 관한 책이나 자기계발을 통해 성공하라는 식의 성공담, 적성을 찾아 꿈을 이루라는 진부한 내용으로 이뤄진 책의 비율이 무서울 정도로 높습니다.
 유리 천장과도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투명한 벽으로 막혀있지만 저 너머의 하늘을 향해 누군가는 계속 날개짓을 하겠지요. 

 이후에 책이 출간될 경우에도 리스트는 계속 추가해나갈 예정입니다. 빠진 책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즉시 추가하겠습니다.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3. 22. 11:19

20대 개새끼론, 병신론, 88만원 세대. 현재 20대들에 관해서 논의되고 있는 모든 담론은
니가 옳다 내가 옳다 니가 그르다 시스템이 글러먹었다 그래도 니들이 노력해라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더 이상 누가 옳은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20대가 진정으로 시작해야하는 담론 주제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현실적인 이슈입니다.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통계자료를 통해 현 시점을 분석하고, 대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분명히 행복하게, 반짝거리며 살고자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 살아날 구멍은 있다고 믿습니다.
이 황폐한 시대에도 사람이 결국 최후의 희망이자 보루입니다.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3. 19. 12:34
 뒤에 물음표를 붙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 희망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즈음, 마치 20대는 사회의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어디에 갖다둘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사랑을 퍼다줄 수도 없고, 
 미래를 기대하기도 힘들고, 하나하나 챙겨주고싶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제대로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칭얼대긴 더럽게 칭얼대고.
 그래, 딱 그런 시선으로 20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20대라는 단어로 한 그룹을 묶을 수 있다면.

 참으로 비정상적인 일이다.
 연대를 논하면서 20대라는 단어를 쓴다.
 요즘 20대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요즘 대학생들은 지 스펙 쌓기 바쁘니까.
 이제는 이러한 의견에 맞서고 싶은 생각조차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면 된다. 
 그들이 바라보는 대학생으로 전체 대학생을 규정짓고,
 그러니까 쟤들은 안되. 하고 잠깐 까버린 후 시선을 돌려버리면 된다.

 나는 알고있다.
 '요즘 대학생'들이 얼마나 정치에 무관심한지.
 그리고 또한 알고있다.
 '요즘 대학생'들이 사회의 부조리함을 알고 자신들의 무력함을 느끼면서도 
 싸워야한다는 생각에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하루종일 게임,스포츠,섹스 얘기만 하염없이 꺼내는 대학생들도 있으며
 하루하루 쌓여가는 등록금에 당장 다음학기를 걱정하는 대학생들도 있고
 세상을 바꾸기위해 공부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운동하는 대학생들도 있다.

 나는 절대로 20대들이 희망이 없다거나, 버려진 카드라거나,
 정치에 무감각하며 사회 돌아가는 꼴에 무관심으로 일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봐온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까.
 내가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어떻게 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보다 더 나은 세상,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줄이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들이 분명히 있으니까.

 나 역시도,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내 자신의 내일이 아니라 내가 살고있는 이 세상의 내일을 위해.
 나 하나가 이렇게 다르다. 나 하나가 다르다면, 내 친구들도 달라질테고 
 내 친구들의 친구들도 달라질테고 이윽고 거미줄처럼 분명 세상은 달라진다.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고, 노력하고, 행동하라는 건 새로운 형태의 파시즘이다.
 왜 다 같이 절망해야하는거지? 희망을 꿈꾸는 건 공짜다. 닳지않는다.
 주저앉아서 칭얼대거나 머리를 싸매고 눕거나 상대방에게 상처입히는 글을 쓰기보다는
 차라리 밖으로 나가서 지금 당장 도와야할 사람을 돕는 게 백번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당장 도와야할 사람은 꼭 불우이웃이 아니여도 되, 내 스스로일 수도 있다.

 펜은 총보다 강하다. 하지만 신념이 담겨있지 않은 펜은 빨대만도 못하다.
 신념은 자기 머릿속에 접어놓는 생각이 아니라, 스스로의 색깔이 마음이 감정이 묻어나는
 그래서 스스로의 방향이 되어 빛나는 촛불같은 것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방황하고, 부딪혀 넘어지고, 구르다가 이마가 깨지고.
 피와 눈물이 고여 촛불처럼 환하게 빛난다. 그 순간 신념이 힘을 가진다.

 나는 내가 20대기에, 결코 20대에게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주위에는 분명 나처럼 고민하고 생각하며, 한걸음 더 나아가 움직이는 이들이 많이 있다.
 자신들만의 성공이라는 자기철학을 만들어가려 오늘도 부숴지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가끔, 아쉬운 놈이 지는거란 진리를 뼈에 새겨질만큼 느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이 시대의 20대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내가 산다는 행위 자체에 만족하지않고 그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려한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다.
 믿는 순간 희망이 생긴다.
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