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2013. 8. 4. 15:55


요즈음 들어 엄마와 자주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자기기만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기기만이라는 단어의 뜻을 사전에 찾아보면, 자신의 신조나 양심에 벗어나는 일을 무의식중에 행하거나 의식하면서도 강행한다는 뜻이라지만. 사실 신조나 양심 같은 거창한 단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중잣대나 합리화 보다는 조금 더 지독한 존재라는 말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점점 더 솔직해지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본다.

만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내가 하게 되는 일의 폭이 넓어지고, 이전과는 다른 말투를 쓰고,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있는데도

오히려 내가 더 좁아지고 더 작아진다. 


예전의 내가 더 행복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의 양은 지금과 비슷했다. 받는 스트레스의 양도 지금과 다를 바 없다.

20살때의 일기장을 봐도, 15살때의 일기장을 봐도. 내가 지금 고민하는 것과 똑같은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내가 20살때 만난 35살의 언니가, '너나 나나 고민하는 게 똑같아' 라고 말했듯이.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일에 매몰되었다는 핑계도 댈 수 없다.

나는 오히려 지금보다 예전에 더 바빴고, 바쁜 회사에 다니는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내가 좁아지고, 작아지고 있는 이유는

요즘의 나는 아무 것도 고민하고 있지 않고. 아무 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뭘 하든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고민했다.

이게 맞는건지. 아니면 저렇게 하는 게 맞는건지. 뭐가 더 옳은건지. 왜 이렇게 되는건지.


그 결과물이 내가 잠깐씩이라도 적어두던 블로그고, 또 메모장이고, 다이어리들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완전히 멈춰있다.

나는 고민하지 않는다. 그 생각에 파고들지도 않는다.


회사에 다녀서? 어느 정도 타협을 할 줄 알게 되어서? 여러 변화에 한꺼번에 대응하느라 힘들어서? 무엇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없어서?

갖가지 명제들을 들먹이면서 나를 설득하려고 했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그동안 너무 골치아프게 살아왔던거야. 원래 이런거고.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거였어. 

하는 말로도 넘어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점점 더 지금의 내 모습이 버거워진다

내가 그렇게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했던 .. 것들을 다 놓아버리고 난 뭘 하고 있는걸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비어있는 병은 말을 하면 할수록 더 비워질뿐이지 채워지는 건 아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질 않는다.

치열하게 구르는 삶이 모두에게 옳다고 할 순 없다. 그런데 적어도 나한테는 그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아주 작은 실오라기라도 잡지 않으면 .. 



Posted by moonsun_
생각2013. 7. 8. 11:11


요즘들어서 페인킬러와 비타민의 차이에 대해서.

혹은 페인킬러인 척 하는 것들에 대해서.

아니면 비타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싶은데, 좀처럼 정리되질 않는다. 

Posted by moonsun_
생각2012. 11. 12. 13:53


다양한 산업군을 접하고, 그 산업군을 대표하는 회사들에 대해서 공부하고.

얕은 지식으로나마 나름의 공식을 만들어보려고 애쓰는 동안에 점차 깨닫게 된 것은

돈이라는 건 정말 남들이 직접 손을 넣으려고 하지 않는 진흙탕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등등 좋은 표현들이 많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고, 또 뛰어들려고 하는 시장이나 비즈니스 모델은 오히려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다들 알고는 있되 진입하고 싶지 않아하거나, 아예 생각 자체를 안하고 있는 시장이 의외로 알짜배기인 경우가 많다.


새로운 가치. 특히 착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긍정적인 방법으로 만들어내는 것과

그 것을 실제로 재무적인 가치로 연결하는 것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음을 느낀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지면 깊어지지 죽을 때까지 해결이 안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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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onsun_
생각2012. 8. 18. 20:32


모든 이름을 지닌 것들은, 맨 처음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주었기에 그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걸까?

시는 누가 처음에 시라고 불러 시가 되었던걸까.

그리고 또 이것이 시가 아니라고 누군가 말할 수 있을까.


뿌리가 있어야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 뿌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Posted by moonsun_
생각2012. 7. 17. 01:17


오랜만에 글을 쓴다.

2012년이 나한테 또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상이 미워서 글을 쓰기도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채워온 하루하루가 나의 마음대로 되었던 적은 없었지만 올해는 특히나 더했다.

내가 예상했거나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작은 희망 조차도 그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나의 노력이 부족했던 거려니 생각하고 넘어가지만 가끔씩 스트레스 그릇의 한 방울이 넘칠 때가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때에 깨닫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사람이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침대에 눕는 일조차 침대를 만들어준 사람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 그 침대를 만들기 위해서 소모된 나무, 접착제 등등이 없었다면 누울 수 없었겠지.

이 침대 자체가 놓이기 위해서는 이 집을 지은 사람과 집을 사준 사람(!)이 필요하고,

궁극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세계 자체가 나를 위해 생겨난 신기한 존재와 다름없다.


결국 나의 하루는 내 하루가 아닌 거고, 나의 성과는 나만의 성과가 아니다.

수많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내 시간을 만들어내고 나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나는 그 무엇 하나 내 것이라 말하기가 부끄러울 때가 많다.

어떠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힘든 시기는 의미가 있다. 힘들다해서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다.

순간순간에 분명히 행복한 감정들이 자리잡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하루의 한 순간 만큼은 그 행복감을 내 자신에게 누리게 해주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다들 어떻게든 견뎌내고 있는 거겠지. 혹은 아무 생각이 없거나.


내게 있어서 이 힘든 시기는 '나의 무력함'을 깨닫기보다 오히려 '타인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 되어주고 있다.

내가 못나서, 라는 말보다는 이젠 니가 잘나서, 라는 말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말은 합리화하는 것 같아 정말 쓰고 싶지 않은 말인데.. 슬픔을 박박 긁어모은 것 만큼 성장해온 것 같다.


자양분을 꾹꾹 눌러담아 뛰쳐 나가고 싶다.

그러니 참고, 참자. 


Posted by moonsun_
생각2012. 5. 5. 01:15


서류를 넣고, 인적성 시험을 치고, 면접을 보고.

합격이라는 글자를 보고 다음 단계를 생각하면서 힘들어하다가...

고민고민하다가 인적성 시험을 안가버리기도 하고.


우리 부모님은 일부러 조심조심 내게 '요즘 뭐하니?' 하고 묻지 않으신다.

나는 대학교에 간 이후,작년 겨울까지 한 번도 집에 이틀 이상 연속 있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상황이 낯설면서도 또 무섭기도 하신 것 같다.

그만큼 내게 결정된 것이,또 허락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걸테니까.

우리 집에서 '대기업 취업'은 볼드모트 같다.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지만, 다들 인식하고 있다.


어느 집 아들은 어디에 갔다더라, 누구 집 딸은 뭘 땄다더라

그런 말이 전화로 들려와도 엄마는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가 통화하곤 하신다.

아빠는 부쩍 용돈을 많이 준다. 대학교 와서 아빠한테 몇 만원씩 용돈 받아본 건 이번 년도가 처음이다.

딱히 어떤 말을 하면서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밖에 나간다 싶으면 용돈을 준다.


나는 어떨 때는 패배감에 헤엄치다가 어떨 때에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가

행복해졌다가 한 순간에 지옥의 끝으로 내동댕이쳐졌다가 한다.

누군가에게 내 상태가 어떻다고 설명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곧 변하게 되니까.


안개를 그냥 계속 헤쳐나가고 있는 기분이다.

내 앞에 무엇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게 낭떠러지인지 탄탄한 콘크리트 다리인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삶은 불명확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더 이렇게 막막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


넣으려면 한없이 넣을 수 있겠지. 어디 케미칼, 어디 금속, 기름집, 손해보험, 어디 화재, 은행..

이렇게 일년정도는 너끈히 보낼 수도 있겠지. 토익을 좀 더 올리고, 손해봐서라도 학점 등록을 해서 재수강을 하고.

그런데 제일 큰 적이 내 안에 있다. ' 그래서 여기에 가면 넌 뭘 할거야? '


돈을 여유있게 많이 벌어야 해, 몇 년 안에 집을 마련해서 결혼해야 해, 하는 이유가 있다면 하지 않아도 될 고민

한 마디로 배부르고 등따시니 나오게 되는 고민....

그리고 더 결정적인 건 ... 어찌되었든 내가 하고 싶은 건 이 쪽에 있지 않아. 그건 분명하다.

어디라도 큰 곳을 가야 할 이유,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배울 수 있으니까? 

대기업에서 그런 걸 배워서 적용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게 벤처였던가?


어렴풋하게 느껴지는 건. 난 지금 누구보다도 중심이 내가 아니라, 주변인인 삶을 살고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오기던, 멍청한 짓이던, 합리화던 '어찌되었든 내가 즐거우니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무슨 선택을 하든 남을 중심에 두고 기준에 두고 생각한다.

나는 괜찮지만, 남들은 어떻게 볼까?


빙글빙글 출구 없는 미로를 돌고있다.

내가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라면 언제까지고 출구를 발견할 수 없다.

나는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멈춰서있으면 다행이지, 뒤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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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onsun_
공부2012. 2. 6. 23:02
기사 링크 : http://www.segye.com/Articles/NEWS/ECONOMY/Article.asp?aid=20120206002338&cid=0101030100000&subctg1=00&subctg2=00



생각해보고 싶은 포인트
- 원래 경쟁력이 있던 분야는 괜찮으나, 새로 뛰어드는 분야는 백전백패다
- 포스트 신자유주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과연 언제쯤?
- 복지와 성장이 상충되는 게 아니다


이 분의 주장에 동의하는 게 아니라, 좀 정확하게 사태파악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정말, 20대로서 어떤 방향을 향해서 어떻게 나아가야할 지 더욱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
 
Posted by moonsun_

언젠가부터 어줍잖은 나의 잣대로 무언가의 성공, 실패를 결정짓고 있었을까?
그게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는 내 지식인지 아니면 단순한 정보인지 분간도 못하는 상태로 그냥 말만 하고 있었다. 이건 이렇게 하면 안될텐데, 저건 저렇게 하면 안될텐데, 저러면 어차피 실패할 거 같은데 .. 하면서.

웹툰이었나? 만화책이었는지.. 그런 대사가 나와서 사람들이 실컷 퍼다나르고 이야기했던 말이 있었다.
꿈을 꾸는 사람이 우스운 게 아니라, 꿈조차 꾸지 못하는 사람이 더 우습다는 대사.
딱 내가 그짝이었다. 
도전하고 꿈꾸는 사람들을 비웃고, 그들이 성공하지 못할 이유를 돌리고 돌려서 마치 걱정하는 것마냥 포장했다. 

지금 내 모습을 들여다보니, 난 꼰대가 되어있었다.

이래서 안되, 저래서 안되. 저건 실패할 거 같아. 이건 성공할 수 있지만 충분하지 못해. 저 정도로 내 마음에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아. 해봤다가 실패하면 어떡해. 아무 것도 남는 게 없게 되면 어떡해? 하지 마. 그냥 남들이 멋있다고 말하는거, 남들이 성공했다고 인정해주는 거, 하루에 수십번씩 서로 비교하면서 작은 우월감으로 살아가듯이 똑같이 맞춰서 살자.

내 자신이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전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주기 싫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남들이 봐도 쟨 진짜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노력했는데 안되면 어떻게 해?
너무 우습고 비참하잖아. 누가 봐도 실패한 인생이 되어버리거나, 아니면 보잘 것 없는 한심한 사람이 되잖아.
그러기 싫었다. 최소한의 힘을 이용해서 최대한의 결과를 가져오는.. ' 난 별로 열심히 안했는데, 어쩌다보니 잘 풀리네 ' 같은 느낌으로
그렇게 쿨하게 번드르르한 모습을 유지하고 싶었다. 
내가 발버둥치고, 외로워하고, 힘들어하고, 목적을 못 찾아서 방황하는 모습은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떠한 일을 하면서도 제 3자처럼 멀찍이 떨어져서 판단하고, 어떤 집단에 속해도 그 집단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남들이 바보같다고 말하는 꿈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러저러하니까 실패할거라고. 혹은 그들이 거둔 성과를 축소시켜서 이야기하고, 단점을 찾아 조언하듯 말했다. 
그들이 정상에 서면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그들이 실패하면 당연시 여기고 그러길 바라고 ..
그들이 옳다고 인정하면 나의 삶이 그른 게 되어버린다는 공포심 때문이었다.

나는 냉정한 게 아니다. 다만 외면하고 또 미워했을 뿐이다. 내가 옳다는 이유를 찾으려고 남들을 깎아내리고, 또 부정했다.
나는 꼰대였다. 아직 20대를 반도 안 지나고서, 도전도 두려워하고 직접 실행하기보다는 가르치려들고. 성공보다는 실패해야하는 이유를 찾고, 나의 가치를 강요하는..
젊음이라곤 한 톨도 찾아볼 수 없는 .. 그런 늙어버린 마음.

당장 내일, 불의의 사고로 내가 죽는다면 나는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들까?
아, 안전하게 살아와서 다행이야. 남들이 내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모습을 못 보고 혼자 꽁꽁 숨기면서 살아와서 다행이야. 하는 생각이 들까?
아니면 .. 나를 꽁꽁 묶어두고 있었던 나의 아집과 꼰대근성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수많은 일들이 떠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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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onsun_
생각2011. 11. 24. 13:47

원래 제목을 이따위로 촌스럽게 쓰지 않는데, 달리 대신할 말이 없다.
어제 오늘 라디오천국 막방을 듣다가, 조금 뜬금없게도 내가 '작은 회사'에 품고 있었던 꿈이 떠올랐다.
내가 만약에라도 창업을 한다면 언제나 회사 구성원을 10명 이하로 구성해야지,
창업을 하지 않는다면, 내 마지막 회사를 선택할 때에는 꼭 저런 의식을 지닌 CEO가 만든 회사에 가야지.

유명한 책 스몰 자이언츠를 읽기 전부터 왠지 모르게 품고있었던 생각이었고
그 생각에 있어 지금도,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그 동안 계속해서 갈등해왔다.
작은 회사는 구성원간의 끈끈한 유대가 있을 수도, 오히려 다른 곳보다 더 갈등이 심할 수도 있지만
내부 의사소통이 쉽고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내가 정의했던 작은 회사는 '구성원들의 의지에 의해 소규모로 유지되는 기업' 이었다.
얼마든지 규모를 늘릴 수 있었고 더 많은 매출을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을 선택하고
어느 한 사람에게 의사결정권이 강하게 주어져서 오히려 대기업보다도 더 수직적인 구조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예를 들자면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같은 회사.

계약직이라도 실무를 접하게 되고, 혹은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그 내부 사람들을 지켜보게 되고, 실제로 일을 하면서부터는
엄청난 갈등에 시달리게 되었다.
작은 회사는 실행력이 높을 순 있으나 그 영향력이 미비하고, 인프라가 부족해서 할 수 있는 일의 규모가 작다.
차근차근 쌓아올리다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으며 오랜 시간 그 규모를 지키려다가 인력 순환이 안되고 내부에서 슬럼프에 빠지면서 자연스레 사라져버릴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규모의 회사를 원하는 CEO는 드물다.
누구라도 자신의 회사에 애정을 지니고 있으며, 더 사랑하고 더 아끼면서 전국민에게 사랑받고 알려지는 기업으로 만들고자 한다.
스몰 자이언츠로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의 CEO는 적어도 자신의 욕망을 신념으로 억누르고 또한 구성원을 설득하며 나아가야 하는데 그건 정말 가시밭길같은 일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몇몇 보석같은 스몰 자이언츠를 발견한 순간이 있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그 중 하나는 신념을 지켜가고, 하나는 사라졌으며, 하나는 정체기에 빠져있다.
그 갈등 속에서 이윽고 내 고민은 꿈에 대한 생각으로 확장되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꿈은, 꿈이 아닌가?'
꿈...에 대해서 쓰려니 너무 광활하고 방대하다. 내 생각은 그에 비해 너무 얕고 좁다. 

기업은 꿈을 꿔야한다. 그 꿈이 내부적으로 쌓이는 현금이든 삐까번쩍한 회사 빌딩이든, 아니면 업계 1위를 달리는 인지도든간에
기업은 끊임없이 꿈꿔야하고 그 꿈을 따라 구성원들은 홀리듯 달려가야한다. 
그리고 또 기업은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꿈을 고함질러야 한다. 우리의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 거에요, 하지만 돈을 많이 벌어서 이 사회에 환원하고 또 너희들이 행복하게 삶을 즐길 수 있도록 재미난 기기들을 많이 발명해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게 진정한 우리의 꿈입니다. 하고 남들이 들어줄 때까지 소리를 질러야 한다.
그들의 꿈에 사람들이 홀려 한 사람 두 사람 믿기 시작하고 그들의 제품을 사기 시작할 때 기업은 꿈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의 전제조건은 사람들이 그 꿈을 알아줘야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돈을 안 벌어도 좋아요, 하지만 이 제품들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거에요. 하고 작은 소리로 외칠 때 사람들은 그 꿈에 홀릴까, 그 꿈을 들어주기는 할까? 그들이 내민 제품이 이미 가지고 있는 제품보다 한없이 부족하다면, 혹은 비슷하다면 사람들은 과연 그들의 꿈을 믿어줄까?  
그러다가 스러지게 되면, 그 꿈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 것일까.

기업에게 빙의해봤지만, 기업을 떨어뜨려놓고 나 개인으로 돌아오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달라질 수 있을까?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다시 작은 회사에 대한 생각으로 돌아온다.
적어도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나는 작은 회사든 큰 회사든 눈 앞에 있는, 나를 바늘구멍 사이로 통과시켜주는 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시간들을 보내게 되겠지.
라디오천국의 희열옹처럼 살고싶다. 감성변태 유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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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onsun_
생각2011. 11. 13. 23:28

 요즘 계속 듣고 있는 노래는 vodka, 엄청나게 힘이 넘치는 노래다. 며칠 전에 면접 보러 갈 때에도 그 노래를 들으면서 갔었다. 아마 힘껏 부르면서 갔으면 면접을 훨씬 잘 봤을지도 모른다. you are the real MAN!! 
 요즈음은 생소한 것 투성이를 해내고 있다. 내가 살아오면서 정말 이런 일을 하리라 생각을 못했던 일들.. 24년이 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짧은 날도 아닌거같은데, 그러고보니 세상이 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 해야하지만 피해왔던 일들을 결국엔 이렇게 몰아서 하게 된다. 처음부터 어려운 길을 택해서 걸었다면 지금은 편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피할 수 있을 거 같지만 ... 세상사 그렇지가 않다. 그냥 받아들여야하는데도 몸에 쉽게 습관이 붙지 않는다. 나태했던 몸과 나태했던 정신에 하루 몇 시간이라도 긴장을 주입하려니 몸이 따르지않고 반발심리로 화만 난다.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 혹은 내 자신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정했던 것, 앞으로 이렇게 하면 괜찮을 거라고 믿어왔던 사실들이 조금씩 무너지고 나자 그 자리에는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있었다. 난 분명히 그런 사실들을 벗어놓고 나면 내 스스로가 거기 서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는 굉장한 착각이었다. 사실 그 동안의 내 행동과 선택은 확실한 근거로 판단을 했다기보다는 그저 이렇게 하고 싶어서, 혹은 저렇게 하기 싫다는 단순한 호불호로 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항상 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선택했고, 그 일을 해내왔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잘 쌓인 추억으로 내공으로 남았을 거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한 꺼풀 한꺼풀 벗겨내고 나니 전혀 아니었다. 그저 일은 일이었고, 만났던 사람은 사람이었고, 그 안에는 어떠한 철학도 의지도 현실도 없이 그저 닥쳐오는 상황들을 벗어나기에 급급했었던 것이었다. 호불호로 선택을 했기 때문에 선택에 대한 의지가 아닌 집념으로 끝까지 나아갔어야했고 감정적으로 모든 상황을 받아들였다. 

 이 또한 내공이라면 내공이다. 내가 쌓고싶었던 종류와 다른 종류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 시간들은 분명히 내게 소중했지만, 이런 형태가 아니었어야했다. 그 사실을 요즈음 느낀다. 요즈음 내가 하는 일은 하고싶은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호불호로 따져선 안되고, 따질 수도 없는 가치의 일들이다.
 삶이 모래알위에 쌓은 성같다고 느꼈던 것도 그래서였을지 모른다. 아슬아슬하게 그 때 그때의 감정으로 쌓았기 때문에, 확실한 근거도 없고 단 한 문장이 넘는 고민이 없이 했던 선택들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몸이 괴로웠다.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모습은 느끼지 못한다. 다만 약간 달라진 모습은, 한 달정도 후에야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역시 요즈음의 하루하루는 힘들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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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ons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