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2011. 3. 6. 21:54

 이건 거의 커밍아웃에 가까운 내용이지만, 어차피 내 블로그에는 많은 이들이 오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마음을 굳게 먹고 써본다.
 나는 남들이 나보다 더 잘났을까봐 매우 전전긍긍하는 사람이다.
 나보다 말을 더 잘할까봐, 나보다 글을 더 잘쓸까봐, 나보다 더 PPT 잘 만들까봐, 기타 등등 ..
 나보다 무언가를 1g이라도 더 잘하는 사람을 보면 호흡곤란 증세가 온다. 어떻게든 내가 더 잘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굳이 잘 하고 있는 사람을 비판할 때도 있고, 모른 척 그냥 무시해버릴 때도 있다.
 물론 예외는 언제나 있다.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호흡곤란 증세가 아니라 부러움 증세가 나타난다.

 아마도 이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증상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죽하면 사촌이 땅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을까?
 어쩌면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나는 일을 잘해'라는 포지션을 획득하기위해 엄청나게 아둥바둥해오다보니
 이제는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보면 내 생명이 곧 꺼지기라도 할까봐 호흡곤란 증세가 오기 시작했나보다.

 예전에는 이런 내 모습이 정말 싫었다. 지금도 싫다. 하지만 아무리 인정해주려고 해도, 상대방이 나보다 더 무엇무엇을 잘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무시해버리거나 .. 그랬다. 왜냐하면 난 내가 제일 잘나고 싶었으니까. 난 말도 제일 잘하고 글도 제일 잘쓰고 PPT도 잘 만들고 영어공부도 잘하고 뭐든지 짱 엄청나게 혼자서만 잘하는 히어로같은 존재가 되고싶었으니까?

 무어라도 하나를 못하면 버려질 것 같았다.
 그래서 아득바득 절벽에서도 있는 힘을 다하며 버텼다. 남들을 깔아보고 다 상관없다는 듯한 말투를 써보기도 하고 어떻게든 내가 못하는 걸 감추려고 거짓말을 칭칭 감았다. 
 그게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나를 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버려지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나를 인정했으면 했다. 

 어쩌면 거기에서부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왠만하면 힘든 내색이나 엄청나게 좋은 내색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언제나 똑같이.
 내가 남들을 비웃듯이 누군가는 또 나를 비웃고 있을 테니 내 생각은 말하지 않고, 말하더라도 가시에 칭칭 감아서. 아무도 반론할 수 없도록 .. 
 


 하지만 사실은 그랬다. 사람들을 모아서, 그 사람들을 인솔해서 하나의 프로젝트가 무사히 숨을 쉴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데에는
 내가 짱, 내가 히어로, 내가 다 함, 나는 투명드래곤보다 쎄지롱, 하는 생각이 보탬이 되기보다는
 저 사람은 뭘 잘하고, 이 사람은 이걸 잘하고, 또 쟤는 저걸 나보다 잘하고.. 하는 생각이 보탬이 된다는 걸 알았다.
 나는 투명드래곤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구나. 인간은 머리가 미치지않은이상 나무도 잘 베고 페인트칠도 잘 하고 인테리어 감각도 있고 땅을 싸게 사는 재주도 있고 이성을 잘 꼬시는 능력도 있고 .. 그럴 순 없구나 .. 
 내게 필요한 건 비판이 아니라 포용이었구나.
 하는 걸 알았다.


 사실은 난 지금도 무섭다. 내가 뭐 하나를 못하면 당장 버려질까봐.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회사든, 동아리든지간에 ..
 내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내가 쟤 저럴 줄 알았다. 하고 저거봐 A가 쟤보다는 잘하잖아, 하고 나를 대체해버릴까봐 두렵다.
 그래도 이제 조금씩은 알 것 같다. 인정한다는 게 어떤건지, 사람을 포용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가 나 혼자 끙끙 앓았던 것보다 더 좋다는 게 어떤건지. 그래서 이 야밤에 커밍아웃하듯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솔직한 게 싫다. 솔직하면 공격당할 부분이 많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솔직한 게 가장 강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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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2011. 2. 28. 23:55

 디렉터
 리더
 혹은 PM 
 총 프로듀서
 등등 ..

 만약 내게 누군가 '프로젝트 총 담당자가 하는 일이 뭐야?' 라고 물어본다면 ..
 " 니가 하고 싶은 일들 있지? 
   그 일을 제외한 모든 일을 해. " 라고 대답하겠지. :) 

 
Posted by moonsun_
생각2011. 1. 29. 20:52

 생각해보면, 아마도 30년 40년 일을 해온 분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겠지만 참 다양한 상황을 거쳐왔다.
 그 상황 속에서 문득문득 깨닫는 것은 '아이디어를 낸다' 와 '아이디어를 실현한다'의 묘한 차이.

 돈을 벌기 위해서든 사회 공헌을 위해서든 프로젝트의 목적을 불문하고 사람이 2명 이상 모여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때에 대부분 비슷비슷한 비율로 사람들이 나눠진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과, 그 아이디어를 정리 하는 사람, 그리고 아무 생각도 안하고 멍 때리는 사람이랑, 별 상관없는 이야기만 계속 하는 사람. 그리고 이 사람들을 모아 이끌어가는 사람.
 초반에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튄다. 이 사람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간혹 이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더 좋은 .. 표현하자면 1.5배 진화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도 있다. 화이트보드에 계속해서 키워드들이 적히고, 그 중에 가장 큰 호응을 받은 아이디어가 결정된다. 물론 엄청나게 빠르게 표현했지만 이 과정이 두 달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 결정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우리 팀의 에이스라던가 씽크탱크라는 어마어마한 호칭을 선사받게 된다. 물론 다 그렇진 않지 ..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팀원들은 이제 됐다! 라거나 야 완전 대박인데? 하고 자신들의 성공을 100% 확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그 다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일을 진행하면서 아이디어가 좋다고 극찬한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고, 끝없는 비판과 불신이 이어지는 시기가 온다.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사람'의 진가는 여기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신이 낸 아이디어든, 아니면 다른 사람이 낸 아이디어든간에 사람들의 쉴틈없는 불신을 다독이고 아이디어의 큰 줄기를 잡는다. 아이디어를 실현해내는 과정은 전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있으니까 행복해!'수준의 꽃길이 아니다. 과연 이 아이디어가 처음에 기대했던 만큼 결과를 내줄지도 모르고, 굳이 이 아이디어를 도맡아 진행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고 온통 안개 속을 헤쳐나가는 수준의 가시밭길이다. 괴롭거나 힘들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현실로 이끌어오며 최대한 이상과의 괴리를 줄이면서 실현해야한다는 의미다.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한 자질은 '책임감'이다. 게임식으로 표현해보면 아무리 능력 스탯을 찍어도, 책임감 스탯이 부족하면 계속 레벨업을 해봤자 최강 보스를 깨지 못하게 된다. 이거 내가 낸 아이디어라고, 남들 앞에서 폼 재다가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어느새 말이 없어지고 남들이 내는 세부 아이디어를 비판만 하다가, 슬며시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아이디어를 실현해내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 단체에서든.. 심지어 게임 길드에서도 처음에는 목소리 크고 말 많은 사람들을 따른다. 

 이쯤 글을 쓰다보니 이런 생각도 든다. 아이디어는 결국 내 머릿속에서 시작됐을지라도 그게 화이트 보드에 적히고 많은 사람들이 따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결국 내 것이 아니다. 그 점을 감수하고 팀원을 모은 것일테고, 최대한 내가 처음에 구상했던 모습을 유지하고 싶다면 그 다음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사람'으로 모드를 바꿔야한다. 그게 아니라면, 적절한 위임을 통해 이후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원판은 부모님을 닮은 자식을 보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 세상은 결국 나 혼자서 모든 걸 만들어내고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것은 내 동료들에 대한 또 하나의 책임감이다.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에 그 다음으로 중요한 자질은 '집요함'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씨, 더러워서 내 안하고 만다! 하고 팀원이 나한테 침 뱉을... 정도까지는 가지 않아야할 집요함. 집요함이 없다면 집단이 모여서 일할 때 이끌어가기가 참 힘들어진다. 마음이 금방 이리저리 흔들리거나, 지쳐버린다. 책임감이 있더라도 집요함이 없으면 그저 눈 앞의 일에 이끌려다니게 된다. 

 예전에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펑펑 터뜨리고, 누구나 감탄하게 만드는 말을 하는 사람. 그런데 이제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세상에 '이제껏 없었던 어마어마한 아이디어'는 딱히 없는 것 같다. 어딘가엔 있겠지만 그 아이디어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면 아무 일도 못한다. 
 아이디어를 실현해 내는 사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잘 이끌고 자신의 아집에 빠지지 않으며 현실에 그 아이디어를 구현해내는 사람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비단 만들어낸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세상에 퍼져서 다른 사람들이 그 결과물로 더 대단한 것을 만들어내게끔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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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1. 1. 8. 21:18

GD와 TOP의 무대를 보고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주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GD의 무대에서 내가 요즈음 들어 고민하고 있는 고민의 실마리를 잠깐 엿본듯한 느낌?
신나보이고, 약간 미친 것 같기도 하고, 단어로 표현하자면 술을 꼭지까지 마시고 기분 좋아서 혼자서라도 3차를 가겠다고 우연히 들어간 술집 안에 평소엔 볼 수 없던 신기한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광경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술취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한.

무엇보다도 내가 놀랐던 건 바로 그 '느낌'을 내가 받았다는 거였다. 백댄서들의 안무, GD의 표정, TOP의 날개짓, 온통 뛰어다니고 팔랑거리며 돌아다니는 몸짓과 음악, 조명이 하나 어우러져서 어떠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고 그냥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어떻게 기획해야 저런 무대를 구현해낼 수 있을까?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저런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

나가오카 겐메이의 책에서는 " 분위기란 매뉴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어른스러움'을 최대한 재현하려고 한다면 가까이 갈 수는 있다 " 고 했었다. 치밀하게 기획하고 준비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 과연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의 핵심 키워드란 대체 뭘까? 

무대에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부르는 발라드 가수나, 예뻐 보이려고 눈을 과하게 찡긋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돌 .. 
그들의 무대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가 대체 왜 GD와 TOP의 무대에서는 느껴지는 걸까?
분명 무대에 서 있는 사람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 사람들에게서는 왜 차이가 날까? 
소속사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재능? 

좀 더 공부하고, 좀 더 생각하면 질문들이 해결되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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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of U2011. 1. 2. 16:17

랜드라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마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또한 브랜드라는 것은 '브랜드를 만든다'는 의식이 없으면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세상에서 흔히 쓰는 느낌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목표로 하여 만드는 행위'는 아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브랜드'라고 의식하며 그것을 철저하게 만드는 의식, 분명 그런 의식을 가지고 수 년, 수십 년 동안 그것을 반복하는 것을 손님이 인정했을 때. 축하할만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브랜드의 완성은 손님의 마음속에서밖에 확인할 수 없고, 우리의 의식이 최상의 접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서 도달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뉴얼을 만들어서 어쨋든 철저하게 지켰다고 하자. 테이블도 반짝반짝하게 닦고 요리도 최고의 맛이라고 하자. 그러나 그 손님이 화장실에 갔는데 변기가 더러우면, 손님의 '마음속의 그릇'에 금이 가서 애써 고여 있던 맛있는 술이 흘러넘치고 만다.

스태프의 하품, 잡담, 더러운 창문, 손님을 대하는 자세, 더러워진 배송차, 계단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 유리잔의 먼지, 말투, 잔돈을 건네는 법, 손톱의 때, 꽂아놓은 잡지의 종류.
 매우 사소한 부분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바로 어떤 아우라가 되어 곧바로 손님에게 전해진다. 그것은 하찮은 틈새로 새어나오기 시작한 물처럼 조금만 흘러도 곧바로 알 수 있다.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품질에 대한 추구, 안전에 대한 집착, 균형감.. 숍의 카운터에서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루이비통 스태프가 있을까? 고가의 단추가 달려 있는 옷을 클리닝 할 때 단추 전부를 하나하나 떼어내어 클리닝 후에 원래의 위치에 다시 붙이는 데이코쿠 호텔의 품질 .. 

 브랜드를 쌓기 위해서는 손님들과의 접촉은 피할 수 없다. 100인의 손님들에게 100종류의 전부 다른 서비스를 하고, 100건의 만족을 목표로 한다.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철저함'이 서비스로 채워졌을 때, 단순한 행위나 물건은 브랜드가 되어 빛나기 시작한다. 

 - 나가오카 겐메이의 '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이너' 115 page -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책에서 읽으며 깊게 공감했던 위의 문단이 생각났다. 
요즈음 친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보통 부하라면 싫어할만한 '완벽함을 추구하는 상사의 쪼임' 이 아니라고 한다.
보고서의 칸 하나가 삐뚤어졌다고 그 보고서를 쓰레기통에 넣어버리는 지독함을 가지고 싶진 않지만,
우리가 만드는 것이 하나의 '브랜드'라는 점을 인지한다면 이래서는 안되는. 대충대충 임기응변식의 모든 행위들이 친구를 가장 힘들게 한다고 한다.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까 이 색깔은 이 정도로 떼우자.
이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냥 이 정도의 솜으로 채워넣자.
우린 바쁘니까.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정신 없으니까. 이렇게 해도 일은 진행되고 해결되니까.

처음에는 친구가 너무 디테일하고 사람들 귀찮게하는 스타일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해봤단다. 우린 당장 해야할 일이 많고 어떻게 하든 간에 일이 진행되고 해결되면 끝나는 거고, 운이 좋아서 아무도 몰랐다면 제일 행복한 거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게 '최선'이라고 점점 쉽게 말하기 시작했다. 시간도 없고, 그다지 중요한 사항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선택해야하고 이 외에도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은데 이 자그마한 요소 하나에 매달려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단어 하나 하나에 무감각해지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자극적이고 좀 더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을지를 고민할 뿐 그 하나 하나의 진정성이나 진실성은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보통이라면 10개 정도 조사해서 그 중 1개를 선택해도 모자랄 판에 두어개 대충 보고 1개를 선택한다. 

깊은 걱정이라면 하지만, 깊은 고민은 하지 않는다. 일단 앞으로 나아가야하고 어떻게든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철학에서 우러러나오는 분위기보다는 그저 단어, 느낌, 사람들, 디자인으로 떼워본다.
내 생각엔, 그런 현상은 단순히 어느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분위기의 문제다.

간혹 구성원들에게 이런 문제를 이야기해보면, 완성된 것이 아니라 아직 만들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세상 어느 조직도 이미 완성되어있는 조직은 없었다. 완성되어 있는 조직은 도태된다. 모든 조직은 계속해서 변하고,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르냐 느리냐의 차이일뿐이다. 그리고, 작은 조직이 거대한 조직과 맞서싸우기 위해서는 그 스스로의 민첩성을 최대한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민첩성과 대강대강 떼움은 다르다. 빠른 의사결정과 그저 한 마디 던져서 끝내는 결정은 다르다. 
오히려 이렇게 만들어가고 있는 순간 순간 멈춰서 우리가 무얼 만들어가고 있는 지 생각해야 한다.

이 하나의 프로젝트가 어떤 브랜드가 될 것이며, 회사 전체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이렇게 상품을 만들어나가는 하나 하나의 과정을 마치 다이아몬드를 세공해나가듯이 섬세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써야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다 브랜딩이기 때문이다.
망하던지 잘되던지 회사에서 고객에게 내세우는 모든 프로젝트들은 상품이다.
그리고 고객에게 내세우지 않더라도 회사 내부적으로 공유되는 모든 프로젝트들은 회사의 브랜드다.
회사의 구성원들이 회사의 이름을 가지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 그게 실사 회사 구성원의 가족들일지라도, 다 그 회사의 고객이다.

회사의 크기를 키우는 것과 내실을 다지는 것.
그 어떤 방향으로 가든지 긍정적인 영향은 분명히 있다. 부정적인 영향도 당연히 있고.
하지만 그들의 브랜드에 대해서 그들은 얼마만큼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으며,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하고 있고, 고객들의 마음은 또 어느 정도 헤아리고 있는걸까? 그들은 그들의 고객이 대체 누구인지 규정이나 제대로 하고 움직이고 있는 걸까?
요즈음 친구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은,
이전 회사에서 들었던 도장 한 번 찍는 데에도 위치를 제대로 맞춰서 찍어야한다는 호된 지적이 아니라.
고객에게 내보이는 보고서를 철하기는 커녕 대강 스템플러를 찍어가는 현재의 상황이다.
친구가 정말 들어가고 싶어했고, 들어간 이후에도 에너지를 전부 바쳐서 일할 정도로 회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그 상황들은 친구를 참으로 힘들게 만들고 있는 듯 하다. 


참고로, 나가오카 겐메이의 저 글은 그가 막 D&D회사를 세워서 열심히 꾸려가던 초창기에 쓴 글이다. 초창기의 마음가짐이 이토록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좀 씁쓸하기도 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현재의 나가오카 겐메이는 D&D로 그야말로 일본의 새로운 디자인 문화를 만든 주역이 되었다.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12. 21. 01:11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을 조금 더 많이 하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말에 휘둘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온전히 그 누구도 가늠하지 못하고 규정하지 못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일희일비하고 있는 스스로를 볼 때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듭니다.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12. 8. 21:45
http://themedici.tistory.com/

메디치가 끝난 지 벌써 3주가 흘렀다. 메디치가 끝나면 분명히 그 여운이 몇 주는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곧이어 이어진 프로젝트 덕분인지 금새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물론 한 며칠간은 뒤죽박죽 된 감정들로 많이 힘들었지만 ..

회사에 들어와서, 여러 행사들을 도왔지만 기획팀의 인턴으로 가장 처음 맡게된 건 MEDICI 였다. 그 때 당시에는 물론 이름도 달랐고, 컨셉도 많이 달랐지만 처음으로 맡아보는 행사 기획이라 들뜨기도 했고 걱정하기도 했었다. 연사 후보군을 선정하고, 리서치하고, 기획서 부분 부분 PPT를 만들고..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지 모르게 시간이 지나갔다. 대체 '기획'이란 건 뭘까? 하는 질문은 그 때부터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워낙에 감정을 밖으로 보이지않고, 속으로 앓는 성격이다보니 초기에 메디치를 준비하면서 몰아쳤던 머릿속 마음속의 폭풍은 다행히도 나밖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그 때부터 속시원하게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는 게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에이젼시팀에서 섭외를 하고, 섭외가 잘 안되면 또다시 리서치를 하고, 대표님에게 컨펌을 받고 .. 섭외 메일을 쓰고, 기획서 최종본을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기획 회의를 했었다. 차라리 초반에는 나았다. 그래도 모두 다 함께 메디치에 대해서 고민했던 시간이 잠시라도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청춘페스티벌 준비와 아름다운 재단 행사 준비를 하며 규모가 큰 행사를 준비하느라 회사의 사람들이 메디치에는 점차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 시점까지만 해도 메디치는 3,000여명을 대상으로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는데, 내가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멤버쉽 파티'처럼 진행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지금도 그게 좋은 생각이었는지는 확신이 없지만, 대표님의 호응과 함께 메디치의 컨셉은 전면적으로 뒤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가 본격적인 다른 행사 준비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메디치 실무에 대해서는 내가 도맡게 되었다. 

정말로, 쉽지 않았다.

VIP들을 섭외하고, 마케팅 플랜을 짜고,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조차 없이 일단 급한대로 일을 찾아서 하고, 대표님에게 컨펌을 받고 그대로 진행하는 식의 과정이 계속되면서 날이 갈수록 책임감은 점점 무거워져 갔다. 메디치를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데, 다들 신경을 못 쓰고 있으니 여기에 올인하고 있는 나라도 잘해야 하는데, 내가 이렇게 하자고 주장했으니만큼 책임을 져야하는데 ..
메디치도 강연+파티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지만 엄연한 '상품'이니만큼. 소비자가 구입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번도 나는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팔아본 적 없었다. 과연 이 물건이 팔릴지에 대한 판단조차 힘들었고.. 어떻게든 홍보를 해보려 했지만 시간도 부족했고 지식도 부족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제 몫의 한 2.5배는 하고 있는 듯 해서 더 힘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내가 하루쯤 괜찮겠지, 몇 시간쯤 늦어도 괜찮겠지, 이 부분 그냥 넘어가도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던 아주 사소한 딜레이나 문제들은 나중에 메디치 전 주, 혹은 메디치 행사 당일날까지 큰 문제 폭풍으로 몰아닥쳤다. 
협력사와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회사 내부적인 커뮤니케이션들에 있어서 하나하나 체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가 그 상황 자체가 문제시 된 경우도 있었다.
처음부터 마스터 플랜을 짜고 일을 실행한 것이 아니었기에 군데군데 비는 부분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 내가 메디치에 오는 '고객'이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애시당초 메디치의 타겟층은 2535 리더였다.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상 허술하기 짝이 없는 타겟층이었던 것이다.
회사라면 대체 어느 산업분야의 회사, 또 회사원이라면 어느 정도 연배의 회사원, 무엇을 원하는 회사원, 어디에 많이 있는 회사원인지 확실한 고객을 구체화 시켜놓고 거기에서 모든 출발을 했어야했는데..
컨셉부터 잡고 고객을 거기에 끼워맞춘 셈이었다.

내가 경영학도로써 배웠던 모든 지식들은 실무를 하면서 크게 도움이 되질 않았고.절박에 가깝게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지식들이 쌓였다.
이 모든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홈페이지도 제대로 오픈하지 못하고, 검색 등록조차 하지 못하고 메디치 티켓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고 .. 허술한 고객에서 시작된 허술한 홍보는 아주 정직하게 작용했다. 티켓이 잘 팔리지 않았다.
밥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누가 '표 얼마나 팔렸냐'고만 물어봐도 얼굴 표정부터 굳어버리고, 메디치 꿈을 꾸었다.
회사 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고, 이런 저런 방법들을 다 동원해서 당일 날 300명은 채울 수 있었지만 .. 


표가 잘 팔리지 않았던 것도, 이런 저런 문제가 하루에 하나씩 발생한 것도, 이 모든 것을 실패라고 생각하고 다음 번을 기약하면 마음이 풀릴만한 것들이었지만 ..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내가 '기획팀'이 아니라는 느낌 때문이었다.
아무리 이렇게 열심히, 내가 내 영혼을 깎아먹으며 행사를 준비하고 사람들을 모은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당일날 와서 느끼게 되는 것은 연출팀이 준비한 조명, 음악, 연사들의 이야기,행사 프로그램,전체적인 분위기다. 
포스터, 웹 홍보 이미지, 블로그, 홍보 글귀, 어느 곳 하나 나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이 없는데..
결국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행사 당일 와서 느끼는 것은 모두 연출팀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리셉션 데스크에 서서 정신없이 사람들의 이름을 확인하고 티켓을 나눠주는 동안, 행사를 운영하는 것은 연출팀이다.
어느 순간 데스크에 서서 마음이 울컥했다.
 
내가 여기에서 왜 이러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밖에는 들질 않았다.
기획이라는 건 대체 뭘까.
행사의 테두리를 만드는 것? 예산을 짜고, 정해진 연사를 섭외하고, 마케팅을 진행하고, 전체 스케쥴을 관리하고..
정작 내가 원했던 그림도 나오지 않은 채, 의지가 프로그램에도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한참 그냥 데스크에 서서 그런 생각들을 늘어놓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메디치를 마무리 짓고 나서도, 다른 글이나 감상을 얘기하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았었다. 내가 최초로 보조를 맡은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냥 하나하나 꾸역꾸역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됬다. 덕분에 엄청난 스크롤의 압박.. 누가 읽을 사람이 있을까 싶다.
두달 가까이 메디치를 준비하면서 다른 곳에서 일년 배울 걸 압축해서 배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
지금 마이크임팩트 스쿨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도 물론 계속해서 나의 부족함을 깨닫게 되지만..

끝을 너무 슬프게 마무리짓는 것 같다.. -_-; 내게 엄청난 질문과, 성장을 가져다 준 메디치. 고마웠어!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11. 16. 22:55

온갖 이미지로 떡칠하고, 어디에선가 본 듯한 컨셉을 끌어오고, 하루 하루 정성껏 갈고닦아온 한 줄의 문장이 아니라 머릿 속에 번뜩 떠오른 몇 가지 단어들을 조합하고. 
겸손함을 모르고, 냉철함도 모른다. 프로가 되어야한다는 자각도, 아마추어라는 두려움도 없다.
얼기설기 엮은 논리들은 몇 걸음 못 가 쓰러진다.

이건 기만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더 이상 아니라고 말할 힘도 없다. 대체 어디까지 가나 보자 ..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온 힘을 다해 하나의 흐름으로, 하나의 빛으로 만들어내고 싶었지만 시끌벅적한 소리와 기분 좋은 웃음에 가려졌다.
끝이 좋으면 다 된거야, 하고 말해보지만 나가오카 겐메이씨의 말 마따나 '끝은 지금'이다.


완벽할 수 없다면,
적어도 완벽하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

매 순간을, 하나의 아이템을,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백만명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11. 6. 19:28


부산역에서 이뤄진 오페라 플래시몹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우리 집에 있는 아버지처럼 배가 불룩 나오고, 안전모를 쓰고, 또 후줄근하게 티셔츠를 입고 웅장하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상하게 눈물이 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플래시몹을 보던 사람들도, 처음에는 저게 뭐하나 싶어 바라보던 할아버지도 .. 영 관심없어 보이던 아저씨도, 끝에 가서는 자기도 모르게 손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박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시켜서도 아니고, 굳이 이정도는 쳐줘야하지않아? 라는 마음도 아니고, 마음에서 우러러 나와서 박수를 치게 되는 것.
그 것이 바로 사람이 감동받았을 때 보여주는 행동과 표정이겠지요.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던 음악이고, 진부할 정도로 흔한 음악인데. 왜 그 음악을 듣는 순간 그렇게 마음이 울려오는걸까요.
단 18분동안 이야기할 뿐인 TED 영상이 왜 그렇게 사람들로 하여금 열광하고, 기립박수를 보내게끔 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성이 울려퍼질 때, 그 마음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릴 때 우리는 어찌할 바 모르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버리는거지요.
아무리 마음을 꽁꽁 닫고 있어도 상대방의 진솔한 마음과 열정적인 느낌이 전해져 올 때..
그리고 그 마음이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그저 순수한 의지일 때에.
그냥 감동에 당해버리는거죠. 

겉으로 그럴싸해보이니까, 그럴 듯한 이미지를 덧칠하고, 말을 더하고 더해서 알맹이 없는 스토리를 만들어내었을 때
당장 고개는 끄덕이게 되겠지만 마음 속을 색칠하는 감동은 전해지지 않을 겁니다.
묵직하게 마음 깊은 부분을 건드리는 불덩어리가 치밀어오르는 느낌은 누군가 작정하고 의도한다 해도 느끼기 쉽지 않은 느낌입니다.

내가 18분동안 정말로, 무엇을 위해 노력해왔고 그리고 이 자리에서 당신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게 대체 무엇인지
너무나 간절히 당신에게 전하고 싶다는 진정성이 없었다면 TED는 그저 그런 강연회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전락했겠지요.
아무리 앨 고어가 온다해도, 영화에서나 보던 기술을 직접 보여준다하더라도, 그들이 마치 세미나나 심포지엄에서 하는 것처럼
단순히 기술을 시연하고 책이나 수많은 뉴스기사에서 보던 말들을 늘어놓고 갔다면 사람들은 이처럼 TED에 열광하지 않을겁니다.

또한,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전파' 하고 싶다는 TED의 진정성 어린 비젼이 모든 연사들의 영상을 무료로 배포하게끔 했고,
그 진정성은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면서 지금의 TED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누가 만들어냈느냐, TED에 누가 모였느냐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대체 '어떻게' 내가 당신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한 걸음걸음에 진정성이 없다면, 사람을 감동시키기는 커녕 그저 하루하루 속여가고 있을 뿐입니다.
감동하지 않는다면 변할 수 없습니다.

Posted by moonsun_
story of U2010. 10. 25. 15:48

 청춘페스티벌이 무사히 끝났다. 물론 작은 하나하나의 노이즈는 있었지만 이정도면 '무사히'라고 표현해도 좋을 듯 하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던 부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이 모든 것들이 현장에서는 극대화된다는 것.
 사람이기에 결국 2%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
 
 3,000명이 넘게 모이는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과정을 쭉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돈으로 값매길 수 없는 경험이었다.
 또한 그 사람들이 전부 처음 마주치게 되는 티켓팅 데스크 담당 매니져로 일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어떤 행사도 혼자의 기획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고, 그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확실히 할 때에 행사는 진행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많이 필요한 곳은 오히려 가장 대중들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다.
 연출과 티켓팅, 이 두 단어를 얘기했을 때 대개의 사람들은 연출을 좀 더 선호한다.
 그러나 티켓팅 데스크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며, 그 사람들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도 리셉션 데스크에 있어야만 한다.
 행사장에 오는 모든 사람들은 사실상 리셉션 데스크에서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하고,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TM 교육을 시키듯이, 티켓팅을 담당한 사람들에게 일찍 교육을 해둬야 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 많은 생각이 흘러넘쳐서 말투도 딱딱하고, 글도 횡설수설 하고 있다.

 그 현장에서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며, 앞에서 강연하는 연사의 목소리에 신경을 집중하고 눈을 빛내고, 이따금 옆사람과 이야기하고
 무엇보다 LED 화면에 떠있는 슬라이드를 보면서. 그리고 ..
 지금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청춘 페스티벌 후기들을 보면서.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한순간 느꼈다.
 지금껏 수많은 행사를 해왔지만 단 한 순간도 느낀 적 없었던 행복감.
 그리고 다음에는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
 
 사람의 힘을 느꼈다. 정말로. 청춘메신져나 열심히 일해주는 스탭들이 없었다면 그저 꿈같은 일들이었겠지만
 사람이 모이는 순간 현실이 된다.
 그 사람을 모이게 하는 것은 나의 힘. 물론 청춘페스티벌은 대표님의 힘이었지.
 각자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사람들을 하나씩 챙기고, 아무리 여유가 없는 가운데에서도 상대방의 상황을 헤아려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절실히 깨달은 날이었다.
 
 행사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스탭들도 정신이 없었고. 메신져들도 정신이 없고. 그러다보니 각자의 인성이 슬몃 드러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나는 과연 어떤 본성을 흘렸을까.
 힘들긴 힘들었는데, 이 이상의 푸념이나 비판이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느껴진다. 잘 했잖아. 

 나는 역시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 


 [ 다음 행사를 위한 리셉션 주의 사항 ]
- 서류로 확인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문서를 행사 구분 없이 다 나눠버릴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
구매자를 한 sheet에 넣고 g마켓,티몬 이런식으로 열 구분만 해서 옆으로 길게 만들었으면 더 확인하기 쉬웠을 것 같다.
- 누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누락된 사람들을 기입할 sheet가 하나 더 필요했다. 또한 누락되는 부분에 대해서 담당자들에게 사전에 공지를 해둬야했다. 이번처럼 g마켓은 5인권을 구매해도 '1'로 표시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어야 했고. 공통 교육 매뉴얼이 있으면 좋을 듯.
- 리셉션 데스크는 모든 안내가 가능해야한다. 비상약도 구비해놓고, 브로셔, 펜, 그리고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게끔 작은 비닐봉지를 나눠 주는 것도 좋겠다. 리셉션 데스크 뒤에 스탭 존을 만들어둬도 좋았을 것 같다.
- 행사가 끝날 즈음에는 게이트에 큰 쓰레기통이나 쓰레기 봉지를 배치해서 사람들이 그 곳에 버리게끔 유도해야한다. 


 
 

 
Posted by moonsun_